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北ㆍ中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신(人身)매매`의 생생한 모습이 오늘자(3월 3일)조선일보 현장취재 기사에 의해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야말로 조선의 딸들이 한국 돈 4만 6천원의 빚을 갚지 못해 인신매매 당하고 있는 비극적 실화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 고대에나 있었던 反인권적 인신매매가 21세기 북녘 땅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는 해방 직후 공산독재체제의 생성 이후 내재돼 온 북한의 근본 문제다. 북한 경제의 침체 특히 식량난 악화로 90년대 후반 이후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식량난과 관계없이 북한 내에서 자행되어 온 인권유린 실태(특히 정치범 수용소 등의)가 이를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북한인권 문제는 (i)인간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독재정권의 유린과 침해라는 측면과 (ii)우리 한(韓)민족의 인간적 고통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주민의 인권유린과 침해는 명백히 현존하는 한반도의 시대적 ‘모순’이기에, 이를 해결하는 것은 같은 민족인 우리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사명이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인권유린 상황은 (i)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북한 내부 인권탄압과 (ii)중국 등지에서 `강제북송`의 공포와 열악한 환경에서 시달리는 탈북민의 고통으로 대별된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인권과 평화의 대통령이라 자부하는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하에서 철저히 외면되고 방치되어 왔다는 데에서 문제의 심각성과 아이러니가 있다.
이 기간 중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내정간섭" 논리로 왜곡됐고, "압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라든지 "북한체제만의 특수성 …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 필요… 북한인권에 경제적 측면도 중요하다" 등등의 오도된 논리가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한국의 대통령이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김정일 폭정(暴政)을 미화하는 일도 일어났다.
그동안 북한인권의 참담한 상황을 개선해 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간단(間斷)없이 지속되었다. 국제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은 북한독재를 "히틀러 치하(治下) 이상"으로 비판하기를 망설이지 않았고, 북한이 “지구상에서 제일 억압적인 독재에 시달리는 나라 중의 하나”로 남아있음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오히려 방해하고 교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UN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 내지 불참하는 행태로 국내외의 격렬한 규탄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 당국의 이중성(二重性)에 한국정부가 적극 협조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의 외면에 韓ㆍ中 양국이 야합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제 지난 12월 역사적인 정권교체의 실현으로, 이명박 新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줄 것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李정부는 탈북민에 대한 한국정부의 `인권적 원칙`을 중국당국에 정식 교부(交付)하고, 탈북민 문제의 협조와 해결이 韓ㆍ中 양국관계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아울러, 탈북민의 문제가 단지 北ㆍ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한(韓)민족 전체의 입장에서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는 국가적 사안임을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에 정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마침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된 김하중(金夏中) 주중(駐中)대사가 북한인권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고, 향후 대북정책 특히 북한인권 정책에 대해 어떤 노선을 취해나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하에서 주요 외교안보직(職)을 역임했고 6년 5개월 최장수 주중대사를 지낸 그이기에, 국민들은 그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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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北인권, 언제까지 外面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