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금통위의 금리 동결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지난 14일 금통위는 일반적 예측과 달리 금리를 현행 2.25%로 동결. 최근의 심각한 환율 동향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밝혔다.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대비 3.6% 상승률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진입. 특히 생선과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동월대비 45.5%나 상승(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율)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상승(체감물가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이다.
물가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가중될 전망. 통상 2-3개월 이후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고 하는 생산자물가는 8월 지난해 동월대비 4.0% 상승. 농림수산품은 29.6%로 지난해 동월대비 16.0% 상승.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원화기준)는 지난해 동월대비 7.8% 상승(6개월째 오름세).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관리목표치가 3.0±1%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는 관리목표치를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이다.
- 이번 금리 동결은 이같은 물가 부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
외환시장 개방으로 통화신용정책의 자율성이 제약 트릴레마’를 확인한 금리동결이다.
- 물가 요인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지만, 환율 요인 등을 감안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의 운용에 많은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경우 환율 안정과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동시에 추구하기는 어렵다는 ‘트릴레마(자본시장의 완전 개방 환율 안정성 독자적인 통화정책의 세 가지 조건은 동시에 만족될 수 밖에 없으며 적어도 어느 한 가지는 희생될 수 밖에 없다)를 이번 금리 동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조건에서 독자적인 통화정책(물가 인상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이 환율 안정성에 밀린 것(정책선택 폭이 제약되면서 환율 요인이 물가보다 우선순위에 놓인 결과)이다.
- 물가와 환율 간의 우선순위는 논외로 할 경우, 관건은 지속적인 자본유입을 이번과 같은 금리 동결이란 수단으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있다.
금리로 외환 유입 대응할 수 있나?
- 한국 경제와 국제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금통위 결정처럼 금리를 동결하는 정도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은 전통적인 정책 대응(환율 절상, 외환 보유고 확충, 금리 등)이 먹히지 않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지속적인 외환 유입에 금리로 대응?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
- 2002년 이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큰 규모의 자본순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고, 이렇게 늘어난 자본유입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환율 인하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을 초래햇다.
- 최근의 환율 전쟁도 미국의 달러 유입 확대에 기인. 2008.9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FRB는 2조 달러를 들여 MBS와 정부보증회사채를 매입하고 금융회사의 자본을 확충하는 조치를 취함. 지난 8.11 FRB는 추가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2차 양적완화)했는데, 이는 1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관측한다.
- 지속적으로 외환이 유입되고 ‘환율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조건(특히 미국의 2차 양적완화까지)에서, 금리 동결이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단기 부채성 자금이 주로 유입되는 것을 통제해야>
- 국내 유입되는 자본의 성격에 따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도 달라져야. 특히 단기 부채성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외환보유액 운용 비용이 많아지게 될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정책 대응(환율 절상, 외환보유액 축적, 금리 인하 등)으로는 역부족하다.
-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투자보다는 자본이동성이 강한 증권투자(채권 - 주식)가 50%에 가깝고 은행 차입도 30%에 달하는 수준으로, 증권투자와 은행차입 비율이 선진국과 개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증권투자는 한국이 49.4%로 자본유입의 절반에 해당(개도국은 23%, 선진국은 40%), 은행차입은 개도국이 6%에 불과한 것에 반해 한국은 29.7%나 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 외환보유액 운용 비용도 적지 않게 들고 있음. 외국환평형기금 이자지급액과 통화안정증권 이자지급액은 2004년 이후 계속 10조를 웃돌고 있다.
- 이런 상황은 자본이동 규제가 필요한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금리 동결에 따른 물가 부담은 서민에게 전가>
- 현재 서민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물가임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 결정의 부담은 상당 부분 서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 반면 현재의 환율을 유지 또는 고환율 기조를 유지할 경우 소수의 수출 대기업에게 금리 인상의 혜택이 귀착(한국개발연구원. 2010. “우리나라 기업의 환노출 측정 및 결정 요인에 대한 분석)했다.
환율 상승으로 기업가치의 혜택을 입는 기업은 수출 위주의 자동차, 전자부품, 컴퓨터 산업과 같은 소수의 기업에 불과. 건설, 의료정밀, 기타 기계 등 내수 산업은 환율 상승시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금리 시대, 또다른 경제위기에 금리로 대응할 여력 상실>
- 현재의 금리 수준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 또다른 위기가 다가올 경우 금리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통화신용정책의 자율성 확보, 환율 전쟁 대응은 강력한 자본이동 규제가 해법
- 경제의 글로벌화, 우리나라의 급격한 자본자유화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이 크게 제약받고 있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특히 중앙은행의 목표가 최대 목표가 물가안정이라면 자본유출입에 대한 통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로 G20에서 논의되는 은행세 도입 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전망되지만, 개별 국가 차원의 도입은 용인(6월 캐다나 G20 정상회의). 브라질, 태국, 칠레 등은 이미 독자적인 운용 경험을 갖고 있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 자본 이동 규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IMF도 자본이동 규제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 우리도 자본이동 규제에 대한 소극적 자세를 탈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통화신용정책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금융안정을 통한 거시건전성 확보를 담당할 뿐 아니라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는 한국은행이 이같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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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이정희의원>물가잡고 통화정책 자율성 확보 자본이동 규제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