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안철수의 무소속 완주는 쉽지 않은 여정
(뉴스파인더)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 원장이 과연 무소속 출마 소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원장은 20대와 30대 유권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좌우 양쪽 진영으로부터도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안 원장은 야권연합후보가 아닌 제3지대를 표방한 무소속 후보를 선호한다고 한다.
안철수 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기성 정치세력과 손잡는 모양새가 되는 순간 해당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배척받을 수 있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원장은 지난 2009년 가을에 국무총리로 임명된 정운찬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온건한 중도성향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여론이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좌익세력의 지원을 받아 시장에 당선되는 건 쉽지 않은 길이다. 안 원장 정도의 온건한 중도노선을 가진 사람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소속 극좌인사와 손잡고 선거운동을 치르고 서울시정을 꾸려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고건 문국현 등 노(盧)정권 당시 제3지대 인사들과 차별화
2006년 초반까지 대선후보 1위를 달렸던 고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성향이었으며, ‘제3지대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호남 출신이면서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을 지냈다는 한계를 지녀 주요 인맥이 당시 범여권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쪽에 치우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그의 외연 확대를 가로막았고, 결국 고 전 총리는 2007년 초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에 지지도에서 크게 밀리면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7년 대선에 출마했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좌파성향 인사들과 가까웠기에, 진정한 의미의 중도진영 후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특히 문 전 사장은 은 2007년 8월 대선출마선언과 동시에 야당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후보를 맹비난하며 자신의 정파적 편향성을 너무 일찍 드러냈다. 이 같은 이유로 문 전 사장 역시 외연확대에 실패하며 5.8%의 저조한 득표로 대선 레이스를 마쳤다.
바로 이 점에서 안철수 원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제3지대 후보로 거론됐던 고건 전 총리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 다르다. 안 원장은 기성 정치권 및 재야 좌익진영의 이념가들과 그다지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영입대상으로 거론됐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지금은 30대 좌익 네티즌들이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반기고 있다. 좌우 양쪽 진영으로부터 모두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안 원장을 좌익진영 단일후보로 옹립하거나, 불쏘시개로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정치 상황에서 안철수씨 본인의 의사와 관련 없이 결국 범야권후보의 하나가 되는 게 아니겠냐”며 안철수 원장을 임의적으로 ‘야권 후보’라고 규정하는 억지를 부렸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안철수 교수, 야권 통합후보에 참여할 만한 훌륭한 후보다.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통일전선전술 간파 여부가 최대 변수
결국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함과 동시에 좌익진영은 전통적 전술인 통일전선전술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좌익과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는 중도 성향의 안 원장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여서 외연을 확대한 뒤, 한나라당을 꺾고 순수 좌익정권을 출범시키겠다는 속내다.
좌익 통일전선전술의 시초는 1940년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시절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과의 국공합작을 통해 공동의 적이었던 일본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일본이 패망한 이후, 공산당은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국 대륙을 석권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우파인 김종필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련과 연립정권을 출범시킨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하반기에 자민련과의 연정을 파기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중도세력이었던 정몽준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감행했던 ‘좌파’ 노무현 후보 역시 정 후보를 배제시킨 순수 좌익정권을 출범시켰다.
이처럼 통일전선전술은 1차적 목적을 달성한 후 일시적으로 손잡았던 중도 우파세력을 척결하고 순혈 좌파세력만의 정권을 출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민주당과 좌익진영이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안 원장의 무소속 완주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좌익 네티즌들이 트위터와 아고라 등을 이용해 안 원장에게 야권연대 참여 또는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협박과 인신공격을 퍼부어댈 것이고, 아직 정치를 잘 모르는 안 원장이 좌익세력의 이 같은 협박에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지난해 6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독자 출마했던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혹독하게 경험했던 현실이다. 특히 안 원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를 찍으면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구호로 서울시장 선거를 치룰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안 원장이 좌익의 후보단일화 협박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할 경우, 유권자들은 진정한 제3지대 정치세력의 태동을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 원장이 시장 당선을 위해 좌익과 손잡았다가 정몽준 의원 및 김종필 전 총재와 유사한 운명을 맞이할지 의미 있는 제3세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할지 여부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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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문국현 등 차별 중도 안철수 좌익 통일전선전술 희생양 될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