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제 선호투표제 등 제도 개선 위한 논의 착수해야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발행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교육감 선저 당시 박명기 후보에 후보사퇴 조건으로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평소 반(反)부패를 외친 좌파교육감으로선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이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사퇴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안철수 서울대 교수 등의 출마설이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당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또 다시 위험천만한 후보단일화 논리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질타하면서 새로운 인물이 나오면 환호했다가 다시 내치는 정치사의 악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젠 보다 제도적인 개혁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가 완주했을 때 15% 이상의 득표를 얻으면 선거운동비 전액 보전, 10% 이상 득표 시 반액을 보전 받는다. 또한 기탁금도 돌려받는다. 반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선거레이스를 도중에 접는다면, 기탁금은 물론 선거 운동비를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곽노현 교육감에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역시 선거운동비 보전 명목을 내세웠다.
한 개인이 10억 원대에 이르는 선거 운동비를 정부 차원 보조 없이 감당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법적인 시비야 분명히 가려야하겠지만, 오히려 도덕적으로 비판할 사안은 아니다. 만약 도덕적으로 비판하겠다면 오히려 돈을 늦게 준 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후보매수를 해야만 하는 현재의 야권연대 방식이 문제가 된다.
야권연대 위해 좌로 끌려 다니는 민주당 노선 회복도 고려해야
10월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은 다시 한 번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현행 정당법·선거법상 복수정당에서 경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요동치므로 최소한 후보자로 등록한 뒤 선거 1주일 직전까진 가봐야 한다.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시작도 못한 상태에서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후보의 기존 인지도로 결판이 나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군소정당 후보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무리한 야권연대를 추진하기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지지율 2%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에 정책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의 큰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이 후보를 양보하는 대가로 자신들 정책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주도한 10대 정책 합의문에 서명을 강요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10월26일 재보선에서는 이보다 더 구체적인 정책합의문에 민주당이 서명을 해야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처럼 엽기적 사상전향을 하는 사태도 초래한다. 지금과 같이 단 한 번의 선거에서 오직 한 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로는 유 대표의 국민참여당은 설 자리가 없다. 이 때문에 유 대표는 자신의 기존사상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 또한 모조리 부정하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통합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우파시민사회의 우파정당 창당, 사표방지 심리 극복할 수 있나
우파진영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최근 우파진영에서는 강력한 우파정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한나라당을 우파정당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파의 분열이라는 비판은 개의치 않고 있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좌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에 후보를 넘겨주든지 혹은 유권자들이 알아서 한나라당으로 결집할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렵다. 즉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후보자 매수는 물론 군소정당의 기회상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의 정체성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이다.
이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대선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까지 제안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대다수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1차 투표에서 상위 1, 2위를 선출한 뒤 약 1주일 뒤 2차 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를 시행,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런 식이면 군소정당도 사표방지 심리에 구애받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선 결선투표제는 이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 통합 합의문에 명시돼있다. 좌파정당과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다는 점에서 우파진영만 동의한다면 당장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 논의되는 개헌과 맞물려 추진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무분별한 야권후보단일화가 판을 칠 내년 총선에서부터 이런 결선투표제 혹은 선호투표제를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선호투표제는 1순위 투표자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2순위 투표자, 3순위 투표자의 수를 더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군소정당 후보가 선거를 접을 필요 없이, 완주하더라도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후보매수를 할 필요도 없다.
전체적으로 결선투표제 혹은 선호투표제는 야권 측에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야권에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지금껏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만 찍어온 정통 보수세력에겐 다양한 투표의 기회가 부여될 수 있다. 또한 한나라당 역시 영남지역에서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인물이 무소속 출마했을 경우 표가 갈릴 위험성을 방지할 수도 있다. 특별히 누구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전체적인 정치 선진화를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현재의 야권후보단일화 방식으로는 후보자 매수 사태 막을 길 없어
특히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과거 집권노선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가며 국정운영 마인드조차 상실하고 있는 점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대한민국이 올바르게 발전하길 바라는 세력이라면, 한나라당의 개혁만큼 민주당의 노선 회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야권연대를 위해 정도 이상으로 좌클릭 된 민주당을 제 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결선투표제와 선호투표제다. 이런 민주당을 좌로 끌어들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마저 동의하고 있다면, 10월26일 재보선을 전후로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후보매수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현재의 구도는 여야, 좌우 가릴 것 없이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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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후보매수 의혹 무분별한 후보단일화가 원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