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관성 훼손해 기업혼란과 투자 고용 감소 불러
(뉴스파인더)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3년만에 철회돼 법인세 최고세율이 20%에서 22%로 복구된다. 경제계는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는 한편 글로벌 스탠다드와 조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7일 한나라당과 정부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세법개정안을 논의한 결과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와 관련해 당정은 중간세율 구간을 새로 만드는 것에는 합의했으나 그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앞으로 조율키로 했다.
이같은 정책이 발표되자 재계는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소비와 투자가 크게 줄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은 물론, 일관성 없는 정책을 통해 기업활동에 혼란을 주고 해외투자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중간세율 구간을 2억~100억원 이하로 설정해 중소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정부는 2억~500억 이하로 정해 중견기업까지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중간세율 구간에 대한 세율은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22%에서 20%로 낮추며 최고구간 세율 20%를 다시 22%로 되돌리기로 했다. 소득세도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분은 내년부터 35%에서 33%로 인하될 예정이었으나 당정은 35%를 그대로 유지키로 합의했다.
그동안 정부는 감세정책이 근로와 투자의욕을 올리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경제성장을 유도해 중장기적으로는 세입 증대와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려왔다.
따라서 이같은 정책 결정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막대한 재정지출로 재정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진 가운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균형재정 목표를 1년 앞당기겠다고 밝힌 것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특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는 시장과 자율을 중시하는 MB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서 정부정책의 일관성 및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강조해 왔으나 한나라당의 요구에 결국 이를 꺾은 셈이다.
이번 당정협의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전경련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감세가 철회될 경우 정책 일관성이 저하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해외투자 유치와 자국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에 와서 철회하는 것은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감세철회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21개 OECD 국가 중 3단계 이상의 법인세 최고구간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벨기에 두 나라에 불과할 정도로 법인세 구간 신설 논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분 22%를 적용하는 2단계 누진체계로, 새로운 구간을 추가할 경우 3단계가 된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실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단일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국가가 21개로 전체의 61.7%를 차지했고 2단계 이상 누진 세율을 가진 국가는 13개국, 또 이중 3단계 이상 구간은 2개국 뿐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는 누진 법인세율 구조를 강화하는 것은 조세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누진세는 소득간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고소득자는 높은 세율을 매기고, 저소득자는 낮은 세율을 매겨 소득을 재분배하는 제도다.
하지만 법인세는 누진체계를 갖더라도 결국 그 부담을 주주, 소비자, 근로자 등 일반 국민이 지게 돼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똑같은 세율로 부담을 지게 된다는 해석이다.
전경련은 OECD 국가 중 단일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들이 많은 이유는 법인세가 누진체계를 갖더라도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조세원칙상 소득세는 누진세 체계로 가고, 법인세는 단일세율 체계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전경련의 판단이다.
또한 이번 3단계로 나눈 세율구간은 소수 기업에게만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편향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2010년 국세통계연보상 브리핑에서 언급된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수는 364개로 전체 법인세 부담대상 법인 22만7,739개의 0.2%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전체 법인세 부담의 34조 8,000억원의 63%인 21조 9,000억원을 부담해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0.2%의 법인이 63%의 법인세를 물고 있는데 이번 정책결정은 이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즉각 논평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추가 감세를 중단키로 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입장을 전했다. 대한상의는 법인세율 인하가 국제적 추세인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외국 자본 유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저하와 기업의 투자여력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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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감세정책 철회… 재계 즉각 반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