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硏, 정책 토론회 개최…비탈에서도 비상구는 있다
(뉴스파인더)한나라당의 싱크탱크격인 여의도연구소가 16일 국회에서 위기의 보수, 비상구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갖고 당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종 선거 패배 때 마다 그동안 보수의 위기를 진단하는 비슷한 류의 토론회는 많았지만 이번 토론회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정두언 MB정부, 盧정부 말기와 흡사…한나라당, 유통기한 다 돼”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을 반사이익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민심을 역행하고 거스르는 국정운영을 계속한 결과, 지금은 거의 노무현 정부 말기와 똑같은 민심이반에 와 있다”고 주장하며 강한 어조로 토론회 시작을 알렸다.
정 의원은 “최근 안풍이 심하게 불고 있는데 안풍의 진원지는 안철수가 아니라 정치권”이라며 “압도적인 지지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 시켰는데도 솔직히 집권기간 내내 청와대 눈치만 보는 이익 집단이란 비아냥만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세력은 탐욕스런 기득권 세력이란 말을 들으며 국민들의 신뢰 상실했고, 정치권은 갈등 조정을 해야 되는데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집단으로 전락했다”면서 “한국의 보수는 지금 비탈에 서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그 이후 재보선에서도 계속 패배했는데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달라졌느냐”고 반문한 뒤, “국민으로부터 수많은 경고음과 옐로카드를 받았는데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와서 이미 시중에는 한나라당의 유통기간이 다 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원색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말 일대 쇄신, 인식의 전환, 사고의 전환을 갖고 실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대선은 뻔하다”면서 “비탈에 선 보수에게도 출구는 있는데 그 출구는 비상구가 돼야 한다. 비상한 상황에서 비상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수년간 미래권력으로 부동의 지위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표도 이제는 구시대의 정치인으로 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며 “훌륭하신 이명박 대통령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너무나 적절한 말을 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당내에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초 기대와 달리 말을 아꼈다.
정 의원은 그를 ‘진급 포기한 대장’에 비유하면서 “군대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진급을 포기한 대장인 것처럼 원 최고위원도 서울시장을 포기하는 등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만큼 한나당에서 가장 무서워질 사람”이라며 농담 섞인 말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원 최고위원은 격려사에서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한 자리”라면서 “함께 고통을 함께하는, 아프지만 정말 곪아있는 고름과 붓기를 터뜨리는 아프지만 시원한 토론회 자리가 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안풍’과 관련, “안철수의 대선 출마 여부 등 안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안철수라는 ‘일시적인’ 인물에 대해 열광할 준비가 돼 있는 국민들의 가슴이 문제”라며 “한나라당이 이것을 놓치는 한 결국 자기만이 살길이 되는 것이고, 결국 자기 이익만을 쫓아가는 모습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위기는 계속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의도연구소가 한나라당의 싱크탱크라고 하는데 이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당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자체가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한나라당 위기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표는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관계로 서면으로 대신한 축사를 통해 “해방 이후 지배 세력을 자처한 한국의 보수에는 대부분 탐욕적이고 부패하고 이기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이제 보수는 권리와 특권에 앞서 자기 헌신과 양보를 통한 의무 이행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역사적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선 먼저 참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기존의 부자정당 웰빙정당 특권정당’의 오명을 과감히 벗고 깨끗하고 당당한 보수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력없는 안철수, 시대 아이콘 맞지만 일시적 현상”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주제발표에서 한나라당은 정통 보수정당임을 자임하지만 인정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 커녕 공천학살, 계파 갈등, 동남권 신공항 등 공약 파기, 측근인사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 위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고 박사는 보수주의의 시초로 평가받는 어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 “버크는 ‘혁명의 길로 갈 것이냐, 개혁의 길로 갈 것이냐’고 말했지 ‘혁명의 길로 갈 것이냐, 보수로 갈 것이냐’라고 주장하지 않았다”면서 “보수는 계승하고 보존해야 되지만 혁신과 개혁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석꾼이면서도 존경을 받은 경주 최부자집, 임진왜란 때 집안 전체가 의병으로 나선 전남 고경명 씨 가문 등을 예로 들며, 보수층에 강력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했다.
최명길 MBC 보도제작국 부국장은 소위 보수의 위기’로 오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위기는 잘못 설정된 보수의 좌표, 얽혀버린 복지 논쟁의 결과이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 기본 정책들의 방향 정립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김도종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나라당의 위기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당 의원, 특히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인데 그러기 뭐해서 보수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정치권 최대 이슈인 안풍’에 대해선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 박사는 “정당들은 세력은 있지만 근사한 아이콘이 없다”면서 “반면 안철수는 시대의 아이콘인 것은 맞지만 세력이 없어 거품이 곧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부국장도 안철수의 부양력은 국민의 정치적 상상력인데, 그 상상력의 종착점은 대안권력”이라며 “그가 세력화를 이룰 역량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안철수에 열광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분히 자신의 의견표출을 위해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결국 단기간 내에 대안 정치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지 못할 경우,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나라 보수 위기가 오로지 안풍 때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