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여론조사 실시한 MBC,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뉴스파인더)한 달 앞으로 다가온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민심을 나타내는 여론조사 결과도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현재 판세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광에 힘입어 다소 앞서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후보가 그를 추격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양자대결 시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다. 그러나 유독 두 후보 간 격차가 15%~20%p대로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바로 ‘휴대폰 여론조사’다.
연합뉴스와 12개 여론조사기관 모임인 한국정치조사협회가 지난 9월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지역 유권자 총 37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와 휴대폰, 온라인 등 통신수단별 다매체 동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선전화 면접 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는 42.6%의 지지율을 기록해 나경원 후보(35.2%)에 7.4% 포인트 앞섰고, 유선전화 IVR 조사에서 47.3%의 지지율로 나 후보(36.6%)를 10.7% 포인트 차로 제쳤다. (유선전화 면접(700명), 유선전화 자동응답(IVR·기존의 ARS 개념 1천명), 휴대전화 면접(500명), 휴대전화 자동응답(1천명), 온라인(500명) 등 5가지 방식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휴대전화와 온라인 조사에는 그 격차가 18∼18.8% 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휴대전화 면접조사는 박원순 후보 49.6% 대 나경원 후보 30.8%, 휴대전화 IVR 조사는 51.5% 대 33.1%, 온라인 조사는 47.6% 대 29.6%의 결과를 각각 보였다.
서울신문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지난 9월20일과 21일 실시한 유·무선전화 병행조사(MMS·mixed mode survey)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 51%대 35%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MMS 방식은 임의 전화 걸기(RDD·random digit dialing)를 통해 유선전화 조사와 이동전화 조사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1000명 가운데 유선전화로 461명, 이동전화로 539명을 각각 조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8일 MBC가 엠비존에 의뢰해 전국의 19살 이상 성인남녀 1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 51.6%, 나경원 후보 32.5%로 각각 나타났다.
표본 왜곡 우려 있는 휴대폰 여론조사
문제는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여론조사의 기본은 유권자들 중에서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을 통해 여론조사 대상자를 추려내고, 일정 수준의 오차범위 내에서 그들의 표심을 파악했다. 휴대전화 조사의 경우에는 무작위 추출이 불가능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휴대전화번호는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이기에 이 리스트 전체를 모집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300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전원에게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집단으로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현재 휴대전화 조사를 실시하는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은 “휴대전화 패널로서 가입을 동의한 일부 유권자들을 모집단으로 두고, 그들 중에서 무작위추출을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집단의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른바 정치마니아’가 아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론조사 기관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 따라서 이런 여론조사 기관들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까지 모집단 패널로 가입하는 유권자들이라면 일반 유권자들에 비해 정치 성향이 뚜렷하거나, 정치에 관심이 대단히 높은 ‘정치마니아 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모집단 자체가 일반 유권자들과 괴리된 표심을 가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무더기로 패널 가입을 자원할 경우 역시 모집단이 한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같은 방식의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에는 이 조사가 유권자 전체를 모집단으로 삼은 게 아니라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는 모집단에서 비롯된 표본조사라는 사실을 명시하는 것이 정상이다.
선관위 “모집단 선정이 편향됐으면 선거법 위반 가능성 있어
이 같은 형태의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현행 공직선거법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 108조 3항에는 누구든지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피조사자에게 여론조사기관, 단체의 명칭, 주소 또는 전화번호와 조사자의 신분을 밝혀야 하고, 당해 조사대상의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 또는 특정 학교에서 대학생 수백 명을 상대로 선거 관련 설문조사를 한 뒤 “이것이 대학생들의 여론이다”고 보도한다면, 선거법 위반이다. 대한민국 전체 대학생들을 모집단으로 삼아 그 중에서 무작위 추출을 한 게 아니라, 편중된 범위 내 표본만을 추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초 프리존뉴스를 비롯한 일부 인터넷언론사들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중앙선관위로부터 시정을 및 재발 방지를 요청받은 바 있다.
따라서 자체 모집단을 확보해 운용하고 있다는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의 휴대폰 여론조사는 이 법조항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다. 일반 유권자들과 비교할 때 편향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모집단을 기반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도 9월2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해당 여론조사 결과들을 검토하지 않아 확답은 하기 어렵다”며 “만약 편향된 모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해서 휴대폰 여론조사를 했다면 그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들의 위법 행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휴대폰 여론조사를 실시한 MBC,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 대형 언론사들은 여론을 왜곡하고 선거법을 무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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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 모집단 수상한 휴대폰 여론조사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 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