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한진중공업 향방에 대해선 다 같이 침묵
좌파 네티즌들조차 이겼다는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며 비판
(뉴스파인더)309일 만에 불법고공농성을 끝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 좌파언론의 미화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한 노동자가 세상을 바꿨다”며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한겨레는 백발의 그녀, 만삭의 그녀를 얼싸안다’란 기사를 통해 김 위원과 한진중공업 시위를 독려한 배우 김여진 두 사람이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며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경향신문은 11일자 기사 한 노동자가 세상을 바꿨다…김진숙 크레인 농성 309일 만에 마침표’란 기사에서 “김 위원은 하늘 위 크레인에 고립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배터리도 지급되지 않는 곳에서 그는 태양광 배터리에 의지해 트위터로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2만7200여명이 그의 트위터를 팔로잉하면서 김 위원의 안부를 나눴다”면서 “그리고 6월11일 ‘1차 희망의 버스’에 탄 700여명이 부산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사회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BBC, CNN, 알자지라 등 외신들도 김 위원의 고공농성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의 투쟁은 국회도 움직였다”며 “결국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지난달 정리해고자 1년 내 재고용, 2000만원 생계비 지원’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김 위원은 한겨울 추위에 떨고, 한여름 달궈진 쇳덩이에 화상을 입으며 309일을 버텼다. 그동안 전태일노동상과 박종철인권상을 받았고, 노동자로서의 삶을 담아 2007년 펴낸 산문집 <소금꽃 나무>는 다시 주목받았다”면서 “김 위원은 ‘살아서 두 발로 크레인을 걸어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309일은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과 노동자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11일 ‘김진숙과 희망버스 시민들이 일궈낸 희망’이란 사설로도 “김진숙과 ‘희망버스’로 상징되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발생 11개월 만인 어제 완전 타결된 것은 단위 사업장의 정리해고 문제가 정치적·사회적 의제로 확대된 상태에서 바람직한 결말을 맺은 첫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겨레 “김진숙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바람인 김여진씨”
한겨레의 김진숙 미화는 이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다. 11일자 기사 ‘백발의 그녀, 만삭의 그녀를 얼싸안다’의 서두는 다음과 같다. “마치 오래 떨어져 있던 오래된 연인처럼 두 사람은 ‘와락’ 껴안았다.”
기사는 “10일 오후 부산 영도사업소 85호 크레인 아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배우 김여진씨가 뜨겁게 만났다”며 “김진숙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바람인 김여진씨는 기어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눈물의 감정과는 다른 것이었다. 김씨는 이날 오후 5시40분께 트위터에 “꿈만 같다 히히”라며 감격의 일단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309일 동안 35m 고공의 크레인에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정리해고된 한진중 조합원이 복직될 때까지 스스로 내려가기를 거부한 김진숙 위원의 무사귀환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중 한사람이 김여진씨다. 김씨는 김 위원이 생환할 수 있게 하게 만든 공헌자 중 한명”이라며 “트위터를 통해서 김 위원을 처음 알게 됐다는 김씨는 김 위원의 처지를 애닯아하고 그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는 트위터 글을 거의 매일 생산하며 14만명에 이르는 팔로어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의 글은 무수하게 리트윗되면서 김진숙과 한진중 사태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면서 ““잘 자요 당신- 같은 감성적인 멘션은 그 어떤 논리적인 주장보다도 대중들 마음속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지도위원과 한진중 사태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결정적인 사건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버스’의 1차 부산행(6월11~12일)이었지만, 여기에 핵폭탄급 위력을 더한 것은 김씨의 행보였다”면서 “6월12일 새벽 1시 부산 한진중 영도사업소 정문 앞에서 경찰에 에워싸여 발을 동동거리다 새벽 1시께 희망버스 인파에 힘입어 조선소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오전 11시40분까지 둘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교감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두 사람이 서로 “보여요”(여진) “다들 멋지다!!!”(진숙) “정문 쪽 길 건너편에 있어요...둘이서 얘기나 했음 좋겠어요!”(여진) “당신이랑 있으니까 좋다. 진짜 좋다!”(진숙)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김여진이 김진숙 위원을 위해 얼마나 울었는지까지 소개하며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한겨레는 이 기사를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이틀간에 걸쳐 내보내면서 김진숙 위원에 대한 동정여론을 한껏 자극하기도 했다.
좌파 네티즌 “망해가는 회사와 예비실직자들도 그렇게 환호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좌파언론들 주장처럼 여론도 과연 김진숙 위원을 세상을 바꾼 영웅으로만 보고 있을까? 의외로 싸늘한 반응들이 많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독자들조차 김 위원의 이기적 불법 농성을 비판하고 있다.
한겨레의 아이디 ‘hmy007’를 쓰는 독자는 이겼다고 환호하니 일단 축하를 보낸다”면서도 “그런데 이겼다는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 3년간 수주가 없어 빈사상태의 조선소, 누가 봐도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어려운 현실, 거기 몇 명 정리해고를 철회시킨 게 위대한 승리라는 건가? 수백 명 종업원 그 사람들 일거리도 없는데 임금은 어떻게 누가 줘야하나? 노조문제가 시끄럽던 몇 사례를 떠올려 보지만 끝까지 좋게 이어진 것은 기억에 없다. 단지 거기에서 한 두 사람, 영웅대접 받으며 출세한 것은 안다. 회사는 망하고, 종업원은 흩어지고, 남은 건 노동영웅뿐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그렇게 환호했겠지만 뒤에 남겨진 망해가는 회사와 수 백 명 예비실직자들도 그렇게 환호할 수 있을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향신문의 inrw999’ 독자는 “먼저 해고 근로자에게 축하한다. 김진숙씨도 수고했다. 그러나 다시는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그런 일 없어야 된다. 아름다운버스라고? 이 사람들 아름답지 않다. 시대에서 저 멀리 뒤떨어진 머저리들”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주의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합법적 권한
이 같은 지적대로 한진중공업 사태는 사실상 김진숙 위원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한국의 노사문제는 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우선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경영 상태와 관계없이 1년 안에 정리해고자 94명을 재고용해야 한다. 또 이들에게 생활지원금 18억8000만원을 2012년 말까지 지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의 수주실적도 심각한 문제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 이후 특수선(해군·해경 함정)을 제외하고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현재 남은 물량은 11만 t급 탱커선 2척뿐으로, 이 선박들을 이달 말까지 건조해 선주에게 넘기면 일감이 없다. 한진중공업의 노조조합원만 670명으로 당장 선박을 수주한다고 해도 선행공정 등의 기간에 후행공정을 담당하는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약 10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외부세력과 정치권이 개입해 법치를 무력화했다는 점이다. 사업주의 정리해고 권한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합법적 권한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느냐와는 별도로, 한진중공업이 처한 현실은 좌파언론이 김 위원을 영웅으로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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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언론의 김진숙 띄우기 점입가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