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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줌마 취향으론 민심 못 얻는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인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은 공천심사위원에 임명되자마자 “검사 출신, 그런 사람들은 권위의식이 있어 대접만 받던 사람들이라 국민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뉴스파인더)오윤환 <논설위원> 서 위원의 발언을 듣자마자 언뜻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대표를 지낸 강재섭, 박희태, 안상수, 홍준표 등 검찰 출신이다.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의 처지가 이들 검사출신 4인방과 무관하다 하기 어렵다. 서병문 심사위원 말처럼 선거 때마다 “권위의식속에 대접만 받아온” 판검사 출신들을 영입하지 못해 안달해온 한나라당의 자화상이다.
한나라당의 다른 이름은 ‘법조당’ ‘로펌동지회’ ‘판검사 구락부’다. 당 대표에서부터 말단 당직을 판검사 출신들이 휩쓸어온 전통 때문이다. ‘모래시계검사’ 홍준표 대표 시절 나경원, 최고위원(판사), 원희룡 최고위원(검사),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판사), 김기현 대변인 (판사), 이두아 원내대변인 (변호사)의 면면을 보라. 머리 좋고 학벌 좋은 법조 3륜 출신들이 진두지휘했는데 한나라당은 당 이름을 버려야하는 ‘폐당‘‘ 처지에 놓였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중 판사ㆍ검사ㆍ변호사 등 법조3륜 출신은 38명으로 22.6%다. 4명 중 한 명이 율사다. 38명 중에는 검사 출신이 18명이다. 18대 공천 당시 검사 출신 강재섭 대표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안강민 전 중수부장의 작품이다. 오죽하면 검사 티를 못버린 홍준표 전대표가 "한나라당에 판ㆍ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 총선 공천에서 판ㆍ검사 출신을 대폭 줄이려 한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빼고 법조인은 사절"이라고 했을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천심사위원장에 검사 출신 정홍원 변호사, 부위원장에 정종섭 서울법대학장을 인선하자 한숨 소리가 들린다. 새누리당도 ’법조당‘을 벗어나는 건 어려워 보인다”는 탄식이다. 공천심사위원장과 부위원장 뿐만 아니라 공천심사 실무를 총괄하는 권영세 사무총장까지 전직이 ‘검사’다. 어째 이렇게 팀을 짰을까?
한나라당과 법조출신은 그야말로 ‘악연’이다. 당명을 여러차례 바꿨지만 만년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야당으로 전락시킨 주인공이 대법관 출신 이회창이다. 그는 두 아들 병역의혹으로 1997년, 2002년 “이회창만 아니고 누가 나가도 이길” 선거를 망쳤다. 의무부사관으로 장군복을 입고 여성을 농락한 의무부사관 출신, 병역사기꾼 김대업에게 ‘대쪽’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두 번씩. 1997년 정권을 야당에 넘겨준 ‘조연’은 한나라당 출신 이인제다. 그 역시 판사가 전직이다.
빅찬종. 그는 고시 삼관왕이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 ‘무균질 정치’를 앞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다 주저앉았다. 본인만 낙선한 게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와 동반 낙선했고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 조순 후보에게 넘겨줬다. 5년 전 ‘박희태 돈봉투‘에 잠자코 있다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집요하게 까발린 고승덕 의원 역시 고시 삼관왕이다. 두 사람은 경기고, 서울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돈봉투로 한나라당을 확인사살의 지경으로 몰아넣은 박희태 국회의장은 검사, 법무장관 출신이고, 연평도에서 북한 포격에 그을린 ‘보온병’을 집어들고 “북한 포탄”이라고 했다가 ‘보온상수’ 치욕스런 별명을 얻은 안상수 전 대표, “이화여대 출신 계집애들” 운운한 홍준표 전 대표. 특히 안 전 대표는 병역미필자다. 그것도 징병검사 기피 2차례, 입영연기 2차례, 입영기피와 행방불명, 입영 후 ‘질병 귀가’라는 화려한 기록 끝에 받은 ‘고령 면제’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낙점한 집권당 대표가 병역미필자 안상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묵숨을 걸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변호사 출신.. ‘데모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좌경 교육감 김상곤과 타협해 무상교육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한 것과 비교하면 고시 출신인 오 전 서울시장의 ‘센스’는 미달이다. 그는 협찬인생’ 박원순에게 서울공화국’을 진상하고 말았다. 오 전 시장 뒤를 잇겠다며 출마한 판사 출신 나경원 전 최고위원은 선거에서 낙선하자 쪼르르 미국으로 날아갔다. 아들의 미국 유학 때문에. 그리고 3개월 만에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처절한 자기 성찰이 안 보인다.
이 정도로 그치자. 판검사 출신, 아니 현직 판검사들로부터 돌이 날아올까 두렵다, 그러나 결론은 내야 한다. 한나라당이 판검사 출신들에 목을 매는 것은 한마디로 ‘강남 정서’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인 보수ㆍ강남ㆍ부유층이 판ㆍ검사 등 법조 출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강남 아줌마’ 취향이다.
법조 출신들은 전문성을 갖췄다. 젊은이 들이 인생의 ‘모델’로 삼을 만 하다. 그러나 판․검사가 풍기는 인상은 출세욕과 이기주의다.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상징하듯 판사는 존경 대상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검사 하면 ‘스폰서 검사’가 떠오른다. 이들이 2040세대의 분노와 불안, 불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변호사까지 합쳐 법조인은 국민의 1%가 될까 말까일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25%가 법조인이다. 한마디로 ‘뮤턴트’(변종)다.
학력과 경력이 화려한 엘리트들이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보통사람’들이 사회를 끌고 가는 평준화시대다. ‘나꼼수’를 보라. 나꼼수가 노리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판검사가 되기 어려운 인생들이다. ‘1%’인 판검사가 아닌 ‘99%’를 자극하고 선동하고 분노에 불을 질러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래도 ‘판검사당’으로 가겠다는 것인가? 율사가 정 필요하다면 그나마 ‘약자 보호’를 내걸고 활동한 변호사들을 공천하라. 저잣거리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판검사보다는 그들이 더 낫지 않을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공천심사위를 구성하면서 민의를 굴절 없이 정책에 반영하는 국회에는 풀뿌리 정치인들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천 결과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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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도 로펌당 판검사 구락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