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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임기 못 채운 4번째 국회의장 불명예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뉴스파인더)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장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 대변인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에서 박 의장은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저는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면서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주시길 바란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드린다”며 짧은 사퇴의 변을 마무리했다.
한 대변인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박 의장이 현재 공관에 머물고 있으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자신이 기자회견을 대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여야 모두의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던 박 의장이 사퇴 배경에는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전 비서 고명진 씨가 그동안의 진술을 바꿔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 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2008년 전당대회 때 고승덕 의원 측에 건네진 문제의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이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9일 이와 관련해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늦은 감이 있지만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명 대변인에서 국회의장까지…영욕의 24년 정치인생”
검사장 출신인 박 의장은 1988년 13대 국회 당시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국회에 첫 입성했다. 정치입문과 함께 대변인을 맡은 그는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하면서 생긴 민주자유당의 대변인을 이어받아 4년 3개월을 지냈다. 이는 역대 최장수 대변인 기록.
이 기간 중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냐 정치 9단 등 숱한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숱한 어록을 남겼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법무부장관에 발탁됐으나 당시 딸의 대학 특례입학 논란으로 취임 10일 만에 낙마했다. 이후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원내총무, 한나라당 부총재,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을 두루 섭렵한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 ‘6인 회의’ 멤버로 MB 정권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아 내리막길을 걷는가 싶더니 2008년 7월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여당 당 대표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2009년에서 박 의장은 정치인생의 마지막 꿈인 국회의장 도전을 위해 10월 재보선에 지역구를 바꾸는 승부수를 던진 끝에 6선에 성공, 18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에 휘말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박 의장은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등에 이어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역대 4번째 의장이 됐으며, 특히 비리나 부패 사건과 연루돼 현직 의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30일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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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모든 것을 내가 짊어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