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그리스 발 세계경제의 위기, 유로존에서의 그리스 퇴출여부 문제로 주가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2008년도 세계금융위기가 또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죠. 경제수장들은 “우리는 괜찮다. 경제기초가 탄탄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과연 얼마나 어떻게 믿어야 되는 건지요. 오늘 우리 경제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역임한 우리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원로학자이시죠.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를 좀 어렵게 오늘 방송에 모셨습니다. 조 선생님?
☎ 조순 전 부총리 (이하 조순) : 네.
앵커 : 오랜만에 방송에서 만나 뵙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죠?
조순 : 네, 괜찮습니다.
앵커 : 현재 바른경제동인회 회장을 맡고 계시고요. 우리 경제현안에 대해서 진단을 해주십사 전화를 드렸는데요. 그리스사태를 비롯한 유럽의 경제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그러는 건데, 선생님께서는 그리스 사태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조순 : 그리스 사태는 벌써 2년 이상 지났는데요. 지금도 미해결 상태로 그대로 있고, 앞으로 6월 17일에 다시 총선을 해서, 그 결과를 봐야 확실하게 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총선을 해서 설사 유로존 다른 나라들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총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항구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라고 보고요. 그리스 문제는 따라서 앞으로 두고두고 큰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최근에는 스페인이 더욱더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그 나라는 지금 실업률이 25%에 가깝고요. 그리스는 유럽 경제의 3%밖에 안 되는 조그만 나라기 때문에 퇴출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지만, 스페인은 유럽의 4대국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정말 큰 문젭니다. 그래서 유럽 전체가 앞으로 상당 기간동안 진통을 겪을 것을 예상합니다.
앵커 :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체결된 한.유로 FTA에서, 우리 쪽의 득실 여부는 어떻게 될까요?
조순 : 우리 경제에 좋을 리는 없지요. 유로 경제가 잘 돼야 우리 수출도 원활할 것이고, 수입도 그럴 것인데, 그 지역이 어려워지면 우리도 어려워지고요, 전 세계가 글로벌 시스템화 돼있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중국이 어려워진다든지 하면 우리 경제는 정말 많이 어려워집니다.
앵커 : 사실 가장 궁금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은 어떤 상태이냐, 지금 극단적인 진단도 있고, 여러 가지 말들이 참 많아서요. 조 선생님께서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 어떻게 진단을 하시는지요?
조순 : 모두에서 말씀하셨다시피 우리 경제는 우선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물가가 물론 올라가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폭등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습니다만, 지금 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심각성이 대단하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신정부가 나타나게 되면 그 정부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식으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 차기 정부에서 폭탄을 안고 들어가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조순 : 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보지요.
앵커 : 당장은 주요 경제관료들의 입을 쳐다볼 수밖에 없거든요. 잠깐 옮겨보면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의 주가하락은 과도한 거다. 우리 펀드멘털 탄탄하다."고 했고요.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외화자금 충분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아시아 전체는 지금 괜찮을 것이다"이런 낙관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건데요. 이 같은 정부의 현실 인식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조순 : 박재완 장관이 얘기하는 증시는 우리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우리 때문이 아니고 유럽의 위기, 외국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된 경우가 많으니까 큰 문제라고, 우리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고요. 김중수 총재 얘기나 그 밖의 경제 담당자의 얘기가 우선 일리가 있다고는 봐야 됩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로서는 아주 큰 문제가 닥쳐오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고 봅니다.
앵커 :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폭탄 같은 것이 닥쳐올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불안 요소라면 어떤 것들일까요?
조순 : 제가 보기에는 우선 지금 우리나라 경제 성장잠재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5%라고 했는데, 4%는 옛날 얘기고면, 이제는 3%로 떨어지고 있고요. 그 다음에 고용이 심각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셋째는 부채가 너무 많아요. 정부 자체의 부채도 부챕니다만, 가계 부채가 너무 많고,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너무 많고, 씀씀이가 많은 것이 셋째고요. 넷째는 우리나라 저축이 지금 너무 적습니다. OECD 나라 중에서도 저축이 제일 적은 나라가 됐어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만큼 배에 든 것이 없는 것이죠. 다섯째는 재정이나 정치나 사회나 그런 주변상황들과 이제는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불안정하고 타락돼 있습니다.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것, 물가입니다.
앵커 : 여기에 대해 현재 우리 정부 측은 큰수를 둬서 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하지 않겠다, 그래서 이른바 ‘스몰볼’을 통해 경기 둔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방향이 맞는 겁니까?
조순 : 지금 정부의 임기가 지금 몇 달 안 남았지 않습니까? 지금 7~8개월 남았는데, 그 남은 기간 동안 큰 방향전환도 불가능하고, 차기로 들어오는 사람과의 의견도 감안이 잘 안 될 거고 그래서, 정부는 지금 레임덕 속에 있기 때문에 우선 잘 주변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무난하리라고 봅니다. 큰 방향을 덜컥 내놨다가 나중에 되지도 않고 말만 많아지는 결과를 빚는 것 보다는요.
앵커 :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과의 FTA는 2년 안에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FTA를 한다면 세 나라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회복하는 데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조순 : 저는 그것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아시아권이 FTA 없이는 성립이 잘 안되고요. 아시아권을 떠나서 우리 경제가 잘 되리라는 생각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이나 보통 상대가 아닙니다만, 이 나라와는 굳은 경제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고, 또 그것을 잘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2년 정도 걸린다...글쎄요. 2년 후에는 이분이 대통령이 아닐 텐데, 어쨌든 한`중`일 FTA가 잘 되면, 그건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거고요. 우리 경제 체질의 강화와 이 세 나라가 합치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거 거든요. 그때가 되면 경제는 훨씬 더 튼튼하게 된다고 저는 그렇게 보고 찬성하고 있습니다.
앵커 : 다만 FTA라는 게 일종의 경제통합 효과를 갖게 되니까, 일본, 중국이라는 거함 속에서 우리가 등을 펼 수 있나, 하는 말씀을 분도 많이 있어서 말이죠?
조순 :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있습니다. 거함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거함 숲에는 좀 더 작은 군함도 필요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봐야죠. 일본이나 중국이나 절대 대한민국을 무시한다거나 저평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해도 좋습니다.
앵커 : 조순 선생님과는 경제 문제만 얘기를 나눌 입장은 아니거든요. 국가 경영에 큰 역할을 해 오셔서 정치 상황에 대해 질문을 드렸으면 하는데요. 조순 부총리와 안철수 교수님과의 만남, 발언이 화젭니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조순 총리께서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를 권유한다거나 이끄는 입장처럼 비춰졌는데요. 1995년부터 2년간 서울 시장을 역임하시면서 대권주자의 반열에도 오르셨는데요. 현재 어떤 입장이십니까?
조순 : 안철수 교수가 직접 저한테 한다, 안 한다 한 얘기는 없었고요.
앵커 : 두 분이 직접 회동은 하셨지요?
조순 : 왔어요. 집에 한번 와서 우리가 봤습니다. 그런데 그 양반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만약에 자기가 이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는 사명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생각해서 대선 같은 데에 나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우리나라는 지금 비상한 사태 속에 있습니다. 비상한 사태에는 비상한 사람이 나와서 비상한 일을 하고, 비상한 공을 세워야 한다, 그런 시점에 우리가 와 있어요. 그 비상한 사람이 안철수가 되든, 어떤 사람이 되든지 간에, 나는 이런 비상한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이야기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 네. 태도 표명이 우선돼야할 것이다, 하는 것이요.
조순 : 네.
앵커 : 조순 선생님의 수재자라고 하는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의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조순 선생님이 아마 입장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조순 : 정운찬 총리도 나한테 나가겠습니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따라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사람 역시 마찬가지지요. 내가 이 나라를 살리겠다, 이 나라의 방향은 이렇다, 하는 것을 이야기할 사명감과 용의가 있다면 하는 것이 나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한분에 대해서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조순 부총리께서는 민선최초의 서울시장이시기도한데요. 지금 박원순 시장의 시정운영,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조순 : 박원순 시장은 제가 직접 눈으로 접한 것은 없습니다만, 제가 듣고 있기에는, 태도가 겸손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과거 시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시장을 해봤으니까 그렇습니다만, 시장직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 정당이나 시민 단체나 과거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것을 버려야 됩니다. 그리고 전심전력해서 시민한테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성공을 한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괜히 고집 너무 많이 부리지 말고, 너무 내가 옳다고 하는 신념도 좋지만, 그게 지나치면 안 됩니다. 시에는 여러 가지 사람이 있고, 또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모든 그런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넓은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 이미 대선 레이스는 시작된 것 같습니다. 조 선생님께서는 안철수 교수, 문재인 고문, 박근혜 위원장 등등 있는데요. 안철수 교수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평가를 하고 계시는 겁니까?
조순 : 저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세상에 나와서 어떤 소속도 없는 처지에서도 그만큼 선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봐서 항상 시중에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한 인물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평가해요.
앵커 :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고요.
조순 : 역사에 별로 없는 일이었어요.
앵커 : 조 선생님 진단으로 보자면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 비상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비교적 순조롭게 대응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그리고 정치 전반에 대해 몇몇 중요한 후보감들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건강하시고요.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조순 전 부총리와 우리 정국 현안에 대해 원로의 목소리 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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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