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아주 기싸움이 치열했던 19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문제, 그 중에서도 제일 뜨거웠던 게 법제사법위원회였습니다. 사실 민주통합당은 일찌감치 박영선 의원을 선택했다는 건데요.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을 오늘 첫 번째 파워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 (이하 박영선)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박 의원장님과 통화하려고 앞의 모든 순서를 당겨놨습니다.
박영선 :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앵커 : 새누리당 의원이 박영선 무서워서 법사위 안 가겠다고 한다는데, 어떻습니까?
박영선 : 그건 그냥 하시는 말씀이고요. 사실 제가 법사위에서 18대 때 공정거래법 하나를 저의 소신으로 통과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여파가 그렇게 큰 것이죠. 제가 통과시키지 않았던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의 원칙을 완전히 허무는 법인데요. 일반 지주회사가 손자회사를 세워서 금융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법이기 때문에 이법이 통과되면 지금 재벌들이 각종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를 세워서 주머닛돈 쌈짓돈을 만들 수 있는 우려가 되는 법들이거든요. 그런데 이 법을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통과시켜 달라고 굉장히 로비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로비의 의혹 때문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론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법인데요. 그 법 하나를 제가 통과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재벌들의 로비가 얼마나 무섭고 깊은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반증이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앵커 : 항상 어떤 지위에 오르시면 다소 상투적으로 소감과 각오를 여쭤보는데 새삼스럽긴 합니다만, 말씀해 주시죠.
박영선 : 사실 제가 법사위원장에 선출된 이후에 저 스스로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민주당 당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든가 지난해에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로 됐을 때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만, 이번처럼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름 모를 국민들께서 이렇게 축하를 많이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메시지가 모두가 다 동일합니다. 그러니까 검찰개혁을 해달라는 것이고요, 우리나라에 실종된 정의를 바로 세워 달라는 그런 강한 메시지를 담아서 국민들께서 축하를 해주시는 것을 보고 지금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얼마나 공정한 사회를 바라고 있는지 또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 저도 깊이 느꼈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 보통 법사위원장을 상원의장이라고까지도 표현을 해요. 그 이유가 있는 거죠.
박영선 : 그것은 조금 지나친 표현이고요.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에서 오는 법들이 통과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앵커 : 법사위를 거쳐야만 본회의에 들어가는 거죠?
박영선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관문의 의미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맞지 않는 체계·자구를 고치는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상임위 별로 혹은 정부부처별로 서로 충돌하는 법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싸움을 하는 법들이 있거든요. 그런 법들이 법사위에 와서 조정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8대의 예를 들면 한국은행법이 대표적인 법인데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금융 감독 조사권을 놓고 아주 지리한 싸움을 강하게 했었죠. 그런데 그것이 법사위에 와서 약 3년 만에 조정을 거쳐서 통과가 된 사례가 있고요. 또 하나는 의료분쟁조정법인데, 이 법은 의사의 의료사고를 중간에서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원을 만드는 것인데요. 이것은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지난 30년 동안 서로 충돌하면서 통과되지 않았던 법입니다. 그런데 제가 법사위 2소위 위원장을 하면서 그것을 서로 조정하면서 통과시킨 그런 예를 들어볼 수가 있겠습니다.
앵커 : 그런데 모든 상임위의 법안이 법사위 조정을 거쳐서 본회의에 올라가니 그만큼 중요도가 높은데. 18대 국회를 되돌아보면 법사위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해서 바로 올라가는 법들이 많았었어요? 19대에는 그게 방지가 돼 있는 건가요?
박영선 : 국회 선진화법이라고 해서, 흔히들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하죠. 국회의장이 천재지변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제는 그런 직권상정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신 국회의장의 권한의 준만큼 법사위원장의 권한도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의 법안 상정을 반대하면 정상적인 방법을 거쳐서 국회본회의에 상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1년 경과하면 자동 상정이 되게 됩니다. 그리고 자동 상정된 법이 국회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서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법사위원장의 권한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 박영선 위원장 체제의 법사위는 그렇다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이전처럼 자구 분석이나 법리해석, 충돌문제 조정의 차원일지 아니면 다른 생각들을 갖고 계신지요?
박영선 : 자구 체제 수정하는 것은 법사위에서 해야 될 기본적인 것이고요. 제가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각 부처마다 서로의 의견이 충돌되는 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환경부와 지식경제부의 법안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식경제부는 재벌 위주의 사고를 해서, 가능하면 친 재벌 쪽의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요. 환경부는 우리나라 환경문제를 고려해서 규제를 가하려고 하는 법들이 충돌이 많이 되는데요. 이런 법들을 현명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그것이 법사위 제2소위 위원장의 몫이기도 하고요, 또 법사위원장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조정 역할을 지혜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개혁에 있어서 원칙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개혁을 이뤄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 조정 역할에서 현명하게 조정하실지, 세게 조정하실 지가 흥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수많은 법안들이 법사위로 올라갈 텐데요. 지금 당장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법안이라면 어떤 것들일까요?
박영선 : 제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법안은요. 18대 때 MB정권 시절에 날치가 됐던 금융지주회사법입니다. 지금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이 법을 다시 복원시키기 전에는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법은 이명박 정권 시절에 아주 불법적인 방법으로 날치기가 돼서 의원들이 이 법이 날치기가 되는 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에서 법이 고쳐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 회사가 손자회사로 일반 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가 제조업 계열의 회사들을 거느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러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금산분리의 원칙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고요. 이 법이 날치기 돼서 현재 금융시장이 이 법으로 인해서 뒤틀림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 현안으로 들어가겠는데요. 사안이 정말 많은데요. 그 가운데 인사청문회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어제부터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는데, 박 위원장께서는 대법관 인사 청문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계십니다. 네 분을 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자료검토와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박영선 : 저희가 대법관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서 사실상 다음 주에 해야 하는 인사청문회를 저희가 야당이지만 협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주로 당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는 버거운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 제출이 매우 부실하고 자료를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없어서 인사 청문위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계시죠.
앵커 : 어제 당장 첫날은 박근혜 출정식, 이상득 구속 굵직한 뉴스에 묻혀버렸어요. 고영한 대법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있었는데요.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박영선 : 어제 고영한 대법관 후보의 인사청문회는요. 농지를 매입한 부분에 대한 위장전입 내지는 상속세 탈루문제가 신상으로서는 가장 심각하게 거론이 됐고요. 그동안 해 오신 판결 문제로는 태안기름유출사고 기억하시죠. 그 사고를 삼성중공업이 책임지게 함으로써 56억 원만 배상하게 해서 사실상 우리 국민들이 국민 세금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그런 판결을 내리셨습니다.
앵커 : 이른바 재벌 편향 판결이라는 거죠?
박영선 : 그렇습니다. 삼성 봐주기 판결이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또 신세계 봐주기 판결,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에 길을 터준 게 아니냐는 그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었는데요. 아마 후보자 자신도 그동안 자신이 한 판결에 대해서 어젯밤에 주무시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 쟁점이 크게 세 가지가 제기되고 있더군요. 고영한 후보자, 김신 후보자, 김창석 후보자 세 명이 다 포함된 재벌편향 판결 문제가 하나 있고, 김신 후보자는 아멘 논란이죠, 종교편향판결이 있고, 검사 출신인 김병화 후보는 위장전입과 병역논란 등이 있는데, 이런 분들에 대한 문제제기, 특히 야당 측 문제제기가 근거자료들이 확보돼 있는 가운데 문제제기를 하시는 겁니까?
박영선 : 오늘 검찰 출신 김병화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이 되는데요. 이 분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의 4대 필수과목, 다시 말하면 위장전입, 병역문제,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거의 해당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TK라인 입김으로 청와대 개입설이 처음부터 불거졌던 분이고요. 그래서 오늘 인사청문회는 각종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을 들으면서 저희가 과연 이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로서 적절한 분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청문회보다 관심을 끌지 않을까 생각되고 있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네 명 후보 모두 야당에서는 절대 인준할 수 없다는 입장인가요?
박영선 : 그런 건 아니고요. 저희가 인사청문회를 다 마치고 나서 청문위원들끼리 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인사청문회가 19대 첫 청문회이기 때문에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청문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리고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도덕성,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는데, 그 떨어진 도덕성을 다시 회복시켜야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 저희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18대 때는 민주당이 80여석의 소수 야당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아무리 반대해도 어쩔 수 없었죠. 그러나 지금은 떨어진 도덕성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19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임이라고 보고요. 이것이 회복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도덕적인 문제가 미래가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청문회라는 것은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법을 어긴 사람들이 대법관 후보에 버젓이 제청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동안 법을 어긴 분들이 버젓이 대법관 후보로 임명이 돼서 이번마저 또 임명이 되면 우리나라 대법관의 절반 이상이 범법자 내지는 위장전입 클럽에 가입해야 하는 이런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도저히 대한민국의 국가위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 청문회가 엄격해지면 앞으로 꿈을 가진 사람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몸가짐을 바로 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제 이상득 전 의원 구속수감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박영선 : 해당자 본인은 하실 말씀이 많이 있겠지만, 국민의 시각으로 보면 만시지탄인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늦었죠. 사무실에서 7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되고, 돈세탁 계좌가 나오고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그 당시에는 권력이 무서워서 수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마지막 해가 되고 레임덕이 되니까 검찰이 이제 칼을 빼드는데요. 이런 검찰의 행태가 다시 반복되는 것은 저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공명정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상득 형님을 최초로 구속했느니 이런 식으로 언론에 브리핑을 하면서 자신들의 문제, 다시 말하면 민간인 사찰 부분,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민간인 사찰 부분에 대한 수사를 숨기려 하거나 덮으려 한다면 더더욱 문제고요. 특히 이번 주말에 검찰의 검사장 승진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인사 자체를 권재진 장관이 한다는 것도 저희 국민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것이고 이 인사 승진 대상에 민간인 사찰의 증거인멸 방조의혹이 있는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을 승진시키려고 지금 이런 저런 꼼수를 쓰고 있는데 그것 또한 더욱더 문제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사퇴는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계시는 거군요?
박영선 :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사퇴는 새누리당이 지난번 총선 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부분입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약속을 했던 부분인데요. 그 당시에는 표 달라고 얘기해놓고 지금은 나 모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저는 박근혜 후보 원칙있는, 본인이 내세우는 것이 원칙 아닙니까, 거기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속 다르고 겉 다른 것이죠.
앵커 : 알겠습니다. 오늘 친절한 답변 감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과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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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