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광복군 출신, 애국서적으로 백범일지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돌베개의 저자, 사상계 발행인, 이쯤 하면 잘 아실 겁니다. 무엇보다 재야정치인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시절 내내 정치적으로 크게 맞섰던 분인데, 이분이 의문사하셨죠.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 검시가 37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사망당시 검찰 발표를 보면 등산을 하다가 실족에 의한 추락사다, 사고사로 설명을 한 거죠. 지난 37년 동안 제대로 된 검시가 진행되지 못한 채 논란만 많았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진행된 검시 결과 오른쪽 머리 부위에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는 거죠. 타살의혹이 재 점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준하 선생 37주기가 바로 내일입니다. 내일 장준하 추모공원 제막식도 예정돼 있는데요. 아마도 이번 기회에 가장 착잡한 마음이며, 복잡한 생각을 갖고 계실 분들이 당연히 유족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 장준하 선생의 큰 아들인 장호권 씨가 지금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고 장준하 선생 큰 아들 장호권 씨 (이하 장호권)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유골 검시가 제대로 안 됐다는 사실이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번에 37년 만에 처음으로 검시가 진행된 거죠?
장호권 :
네
앵커 :
어떻게 이뤄진 겁니까?
장호권 :
이번 검시는 작년 추도식 때 저희 아버님의 묘소가 붕괴가 됐었습니다. 그래서 이장을 하기로 결정을 한 상황에서 기왕 이장할 바에 이번 기회에 시신을 검시 한번 해보자고 해서 8월 1일 날 이장을 하면서 검시를 하게 됐죠.
앵커 :
검시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했었던가요?
장호권 :
검시할 때는 저희 장준하 기념 사업회 관계자 분들과 그리고 검시하시는 법의학 전문의와 10명 정도 참석을 했어요.
앵커 :
유족 분들이 모두 참석을 하셨겠죠?
장호권 :
예. 유족으로는 저와 동생이 참석을 했습니다.
앵커 :
그러면 돌아가셨을 때는 검시를 안 했다고 하면, 뭘 한 거죠. 그냥 눈으로 본 겁니까?
장호권 :
그 당시 1975년도 장 선생님 돌아가셨을 때는 유신이 극을 달했을 때에요. 그때는 소위 말해서 산업 노동자의 죽음이라든가 학생 운동하다가 고문으로 죽은 사람들이 장례식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기관들에게 뺏겨서 화장을 해서 돌려보내주는 일들이 참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도 공적 기관에 시신에 대해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이라도 의뢰하게 되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두려워했었죠. 그래서 그때 검시가 제대로 안 됐고, 아주 극비리에 저희가 조문객으로 가장해서 의사 두 분. 외과의 두 분, 내과의 한 분을 모셔 와서 육안으로 그리고 손으로 검시를 해봤었죠.
앵커 :
그 당시는 그러니까 장례를 모시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얘기군요?
장호권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마치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국민적 사랑이 가시지 않듯이 장준하 선생님도 돌아가시고 나서도 계속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추모를 하고 그랬는데,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부 두 정부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왜 이렇게 정확치 않았을까, 2004년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측에서도 왜 검시는 하지 않았을까요?
장호권 :
2004년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를 했었는데요. 그들이 한정된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와중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 선생님의 시신을 검시해 보자는 의견들이 나왔었는데 그 당시 저희 집안에도 그런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할까를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특히 장 선생님의 동료들, 그 중에서도 김준엽 선생님 같은 경우 상당히 강경하게 반대를 했대요. 왜냐하면 30여 년 간 묻혀있었는데 만약에 시신이 다 부패해 있다면 제대로 조사도 못하고 사람을 두 번 죽일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 또 우리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개묘 한다는 것을 거부했었죠.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이루어지지 못했었습니다.
앵커 :
지금 언급하신 김준엽 고대총장은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데, 장준하 선생님과 동료이셨던 거죠?
장호권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어쨌든 37년 만에 검시가 진행됐습니다. 검시를 통해 나타난 결과가 언론보도가 꽤 되긴 됐습니다만,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다시 한 번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장호권 :
이번 검시 때는 사실 반신반의 했습니다. 왜냐하면 37년이라는 장 선생님 시신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을까, 그런데 마침 유골이 잘 보존돼 있었어요. 육안으로 검시하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제일 처음 두개골을 이장하기 위해서 옮겼을 때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직경 5~6cm정도에 아주 원형에 가까운 함몰이 나타나 있었어요. 그것은 전문가가 봤을 때는 타살이라는 것이 아니고, 만약에 그 당시에 추락에 의한 사망이라고 했을 경우 아주, 5~6cm와 똑같이 생긴 아주 원형의 돌, 아니면 똑같은 원형의 물체에 정확하게 부딪혀야만 나올 수 있는 굉장히 확률이 적은 상천데
앵커 :
추락 과정에는 생길 수 없는 상처라는 거군요?
장호권 :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거의 불가능한 상처다, 그랬더니 거기 같이 계셨던 분들이 그렇다면 반대적으로 이것은 외부에서 일부러 상처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판단들을 한 것이죠.
앵커 :
두개골에 5~6cm 정도 구멍이 났단 말이에요?
장호권 :
네, 오른쪽 귀 뒤쪽입니다.
앵커 :
흉기일 수도 있고, 총상일 수도 있는 추정이 충분히 가능한 자국인 거죠?
장호권 :
그렇죠.
앵커 :
앞으로도 정밀조사할 기회가 있습니까?
장호권 :
그동안 37년간 여러 가지 심증도 갖고 있고, 조사도 많이 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있는 상태지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런 증거 같은 것이 나왔으니까 이제는 국가에 진상규명을 정확히 해 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앵커 :
만약에 자연사고사가 아니고, 타살로 조사해서 밝혀지면 어떻게 대응하실 겁니까?
장호권 :
그렇게 되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다든가 여러 가지 얘기가 있겠죠, 그렇지만 저희 집안에서는 배상보다는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를 지망하는 위정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죠, 이런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진실을 역사에 기록해 놓고 싶은 겁니다.
앵커 :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지금 있어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출마와 관련된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맥을 잇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타살이라는 입장을 갖게 된다고 하면 그 가족인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에 대한 문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5년 전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 모친이시죠. 그러니까 장준하 선생님의 부인이신 김희숙 여사와 가족들이 만나서 화해를 했다고 돼 있거든요? 화해가 이루어 진 겁니까?
장호권 :
그 당시에는 지금 대통령 하고 계시는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가 경선을 하고 계실 때죠. 그 당시 박근혜 씨가 저희 모친을 만나서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그 당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어느 가까운 분의 부탁을 들어서 저는 어머님과 만나게 해 드렸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여러 가지 측면으로 판단해서 그 주장을 해놨는데 박근혜 씨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박근혜 실체가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고, 저희 어머님도 처음에는 거부하시다가 나중에는 그래, 만나보자, 박근혜 씨가 직접적으로 장 선생님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겠느냐. 숙명적으로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살아왔을 텐데, 저는 그 당시를 보면서 명분은 없었던 것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배려는,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해 드렸는데 결국은 5년이 지난 이때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진정성을 갖고 과거와 단절할 수 없는 그런 삶인데 참 어려운 일을 한다,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렇지만 이번에 이상하게도 37년이 지난 이 시점에 묘가 붕괴가 돼서 이장을 하게 됐는데, 올해 이장이 결정이 나왔을 때 마침 대선이 걸려있었어요. 이러다보니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겠죠. 저를 비롯해서 저희 집안이나 기념사업회도 상당히 조심히 다뤄야겠다, 정치적으로 서로가...
앵커 :
그러니까 검시를 하게 된 건 무덤이 붕괴된 우연의 결과라는 거죠, 그리고 5년 전에 박근혜 전 위원장과 모친이 회동했을 때 장호권 선생은 함께 동석하신 게 아니고요?
장호권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이번 검시 결과에 대해 지금 박근혜 캠프 측에 발표를 한 게 있습니다.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다, 부검 결과만 보고 확실히 타살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조사 결과 발표를 봐야겠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왜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자극하는가 등등의 발언입니다.
장호권 :
그것 때문에, 선거와 결부가 돼서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덮어놓고 있을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장 선생님 37년 만에 이 시점에 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 만들어 졌을 때 이것은 무슨 뜻이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앵커 :
몇 십년 지난 요즘 과학적 능력으로 보면 진상규명이 되는 사례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장준하 선생님이 타살이었다고 결론이 내려진다면 유족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 어떤 정치적 책임 등등을 물을 수 있는 건지요?
장호권 :
정치적 책임을 박근혜 씨에게 물을 수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그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일이죠. 아무리 딸이래도 아버지가 저지른 일을 어떻게 딸에게 책임을 묻겠습니까. 연좌제도 아니고, 저는 그것은 반대합니다. 그 대신에 그분이 정치를 해서 이 나라를 운영하는 입장이 되는 경우가 될 때는, 분명히 정치적 책임을, 그 당시와 연결해서 져야겠죠.
앵커 :
그렇다면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져야하는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장호권 :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
조금 더 책임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신다면요?
장호권 :
공식적으로 물론 저희는 원하는 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얘기겠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를 해줘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에게 이것은 박정희 시대 때 이러한 일을 해서 정치적으로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공식적인 태도를 표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앵커 :
알겠습니다. 장호권 선생도 진상규명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고 여러 가지 고통이 많은 것 많이 알고 있습니다. 내일이죠, 장준하 선생님 37주기 맞아서 파주 통일동산의 장준하 공원 제막식이 있다고 하는데 소개를 좀 해주시죠.
장호권 :
작년에 장 선생님 묘가 붕괴돼서, 수리비도 없고 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와중에 파주 시장님이 참배를 하시다가 파주에다 장 선생님을 모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진행이 되면서 그럴 바에는 파주시에서 제공하는 조그만 땅에 장 선생님을 기리는, 또 장 선생님이 추구했던 통일 문제, 민주화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한 교육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공원을 조성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공원에 묘소까지 만들자고 해서 준비가 돼서 1년 만에 시작된 겁니다.
앵커 :
1년 만에 그래도 공사가 빨리 빨리 이뤄졌네요?
장호권 :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만, 이루어졌습니다.
앵커 :
아버지란 말이에요, 부친인데, 장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하셔서요. 이유가 있습니까?
장호권 :
저는 어려서부터 장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습관화가 가족에게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등한시하셨는데, 나라일이나 국가, 민족, 통일이나 이런 일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등한시하셨는데 그래서 상당히 어려웠고 아버님이라고는 불러봤습니다만, 같이 마주 앉아서 밥상을 마주 앉아서 해 본 일도 드물었어요. 그래서 어려웠고,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제가 한 때 모시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옆에서 들으면서, 제가 자연스럽게 호칭을 장 선생님이라고 그렇지만 이번에 개묘를 하고, 37년 만에 장 선생님을 마주하게 됐을 때 이제는 장준하 선생이 아니라, 내 아버지로서의 감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자식으로서의 내 조상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려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장 선생님이아니라 아버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앵커 :
모쪼록 명쾌하게 의혹이 규명됐으면 좋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고 장준하 선생의 큰 아들인 장호권 씨와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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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권[장준하선생아들]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