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청원군 육우 지부 이채연
<사진>고심하여 제작한 방역역기 방역모습
늦은 겨울 쉽게 오지 않는 봄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구제역으로 전국이 어수선하고 어디로 어떻게 확산되는지도 모르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 육우농가는 특히나 더 걱정이다. 사육규모면에서 볼 때 한우사육에 비해 육우농가들은 사육두수가 큰 편이다.
또한 육우농가들은 청원군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어디 한 농가에서 한 마리만 구제역에 걸려도 살처분의 대상은 한우 농가의 몇 십 배에 달할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맘이 편하지 않았던 찰나 충북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청원군과는 거리가 있어서 살처분 구역에는 들지 않았지만 같은 충북도내라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고심하여 제작한 방역역기 방역모습
말 그대로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각 읍 면에서는 방역초소를 세우고 방역단체별로 초소에서 구제역 예방을 위한 소독이 실시되었다. 하루 24시간 꼬박 초소를 지키며 소독을 해야 한다. 물도 받아야 하고 소독약도 타야하고 각자 농장에서 소관리도 해야 하고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일이었다. 특히 각 지역마다 지역 초입 여러 군데에 세워진 초소를 지키는 것도 힘이 부칠 지경이었다. 소독하는 방법도 한쪽에서만 소독약을 뿌려대니 반대편 차선을 넘어 소독약을 피해 다니는 차량들도 허다했다.
속 타는 축산농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속만 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형식적인 소독은 구제역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그 피해대상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런 걱정에 잠을 설치며 초소를 지키던 중 한 회원이 소독기를 만들어 왔다. 그도(미원면축산계소속 곽동구) 몇 날을 고심했나보다. 차선 양쪽에서 소독기를 쏴주며 계속 쏘면서 낭비되는 약이며 물을 절약하기 위해 수동으로 차가 올 때만 쏴주는 소독기를 만들어 온 것이다. 물론 계속 약을 틀어 놓는 것 보다는 솔직히 귀찮다.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그 자리를 늘 지키며 쳐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흘려보내는 물과 약을 생각하니 이 얼마나 큰 생각인지 새삼 깨달으며 열심히 초소 근무에 임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미원인데 여기 미원 공무원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도와주었다. 하루 24시간을 3교대로 돌아가며 초소근무를 농가와 함께 해준 것이다. 초소 근무를 하며 우리는 축산농가 차량과 일반 관심없는 차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축산에 관계가 있거나 관심있는 차량은 소독기 앞을 지날 때 천천히 혹은 잠시 멈추었다 출발한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차량은 있는대로 속도를 내어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 에를 쓴다. 반대편 차선으로 도망을 갈 수도 없다 어차피 차량 양쪽에서 다 나오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은 아니다라는 생각과 그래도 관심을 지고 계신 분들게 감사하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밤을 새워 초소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오늘도 우리 송아지, 소를 지켜냈다는 마음에 때 아닌 뙈앗볕도 감사했다. 따뜻하지만 않았던 봄이 지나 초여름 문턱에서도 뜨겁지만은 않은 태양이 야속은 하지만 축산농가의 노고와 관심을 가져주는 여러 주민의 배려로 내 발등의 불도 서서히 끌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맞불작전이라고 해야 하나 불에 불로 맞선다. 구제역 예방을 위한 우리 축산농가의 열의는 그 어떤 소화기로도 끌 수 없음을 단지 내 발등의 불을 맞불 작전으로 끌 수 있음을 알았다. 초소 근무 하느라 고생한 우리 축산 농가와 공무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모두의 관심 또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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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등의 불 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