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과학수사반은 5일 지난 3월 피의자가 피해자인 소아과 의사로부터 자신의 어린 딸이 진료 중에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그 전에 이미 피의자는 인터넷상에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하고, 소아과 의사를 상대로 강제추행 등 불법행위에 대한 수천만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여서 피해자인 소아과 의사는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상태였다.
대전지검(주임검사 유광열)은 건강보험급여내역을 조회하는 등 본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피의자의 딸이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자에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문제는 피의자가 제출한 ‘소아건강수첩’이다. 수첩에는 피해자가 근무하는 병원 이름이 새겨진 스탬프와 피의자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자가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팀은 스탬프가 위조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검 과학수사담당관실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위조여부를 밝혀야 하는 스탬프는 1개이나 이것이 위조된 것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같은 병원에서 같은 시기에 사용한 스탬프와 비교해야 하므로, 본 감정관은 피의자가 제출한 ‘소아건강수첩’상 유사한 시기, 다른 일자에 날인되어 있는 같은 병원 스탬프 2개와 각각 비교감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용도의 스탬프는 부드러운 고무재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의 경과 및 사용방법에 따라 물리적 변형이 일어날 수 있고, 또는 날인시의 압력 등 제반 날인조건으로 인해 동일한 스탬프라도 나무나 플라스틱 도장처럼 동일하게 날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물리적 변형에 대한 오차를 모두 감안하여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글자체 대조 관찰, 포토샵을 이용한 Superimpose 방법으로 감정한 결과 문제의 스탬프가 다른 두개의 비교 스탬프와는 다른 것으로 판단됐다.
과학적 감정결과와 기타 증거를 토대로 한 수사팀의 치밀한 추궁 끝에 변호인 입회하임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위조 등 무고사실 및 기존의 소송사기미수 사건을 모두 자백하기에 이르렀고, 피해자인 소아과 의사는 길고 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비록 피의자의 죄질이 불량하기는 하나 주임검사는 피의자가 범행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웠던 점, 모든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점 등을 감안하여 지난 9월1일 약식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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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고무인 의사 누명을 벗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