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일부 시중은행들은 사실상 가계대출을 중단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소비자협회는 29일 향후 대출 연장 조건도 까다롭게 내걸어 대출이 연장되지 않거나 한도를 축소해서 대출을 일부 상환해야 연장해주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대해 대출 총량 규제 성격이 강한 레버리지 규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상호금융 대출한도 강화 대책도 서둘러 시행키로 하면서 제2금융권 대출마저도 어려워진 상태다. 가계부채가 900조에 육박해 금융당국의 대출관리 강화는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이로 인한 시중은행들의 갑작스런 대출은 서민들의 현금흐름을 악화시켜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은행은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영업점과 직원들 평가에 대출실적을 반영하면서 월급통장을 만들러 간 고객에게도 마이너스통장을 권하고 아파트 주차장에까지 나와서 대출 세일을 할 만큼 대출 확대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4-6월 석 달 동안 가계대출 잔액은 17조 8000억원 불어났다.
예금은행의 마이너스통장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4조 1000억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23%를 차지했다. 또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역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인 5조 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가계부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은행은 자신들의 수익창출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려온 것이다. 그 결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146%에 달해 지난 2분기 가계소득에서 이자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4일, 통계청) 즉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의 1차적인 원인제공은 은행이 한 셈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리더니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얇아지고 대출 상환 여력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화창한 날 우산 빌려주더니 정작 비오는 날에는 우산을 거둬가는 것과 다름없는 파렴치한 행위다.
금융위기의 시작은 신용의 급격한 축소에서 시작된다. 굳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투기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2004년 카드사태의 시작 역시 신용카드를 남발하던 카드사들이 갑작스럽게 한도를 축소했다. 은행들의 갑작스런 신용축소가 가계 발 금융위기를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 전반의 거품이 은행들의 대출 확대에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은행들이 갑작스런 대출 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금융위기가 와도 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4시중은행들은 가계의 대출원금 상환을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서 대출 이자만 받아 챙기면 된다는 식의 영업을 해왔으며 만기 일시 상환 또는 거치 기간이 긴 분할 상환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해왔다. 또한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금리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모두 가계에 전가해왔다.
가계부채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78.4%가 이자만 상환하고 있으며 가계부채의 90%가 변동금리 대출로 금리 변동에 취약한 상황이다. 향후 가계가 원금 상환을 못 할 경우 경매 처분을 통해서 대출금을 회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험은 모두 가계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외형확대에만 매달려 가계에 대한 약탈적 대출을 일삼아왔다.
은행들이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관리 강화 방침이 내려왔다고 곧바로 대출을 중단하고 회수에 나서는 것은 금융이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한 채 문제만 잔뜩 일으켜놓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빠져나가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는 어느 한 순간 부채를 줄여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부채의 규모가 줄어들어야하는 시점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계경제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전의 카드사태에서처럼 금융회사를 살리고자 가계가 희생되는 일이 다시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소비자들은 그간 은행이 해왔던 행태와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는 모습들을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향후 은행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공공성을 외면한 채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현재의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은행에 대해 금융소비자들은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향후 지금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은행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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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협회 가계부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