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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통 가부키 17년 만에 내한공연

기사등록 일시 : 2005-03-12 12:30:00


소네자키 신주 4월 1-3일 국립극장 무대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예술인 가부키가 한ㆍ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국립극장 초청으로 4월 1-3일(7시 30분, 토일 4시) 해오름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가부키가 원형 그대로 국내에서 공연되는 것은 1988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양국의 대표 예술장르를 한 무대에서 선보이고자 기획된 것으로, 가부키 공연 후 4월 9-17일에는 창극 ’춘향’이 해오름극장에 오를 예정이다. 소개될 가부키 작품은 일본의 최대 가부키 제작사인 쇼치쿠 다이가부키(松竹代大歌舞伎)와 극단 치카마쓰좌(近松座)가 함께 만든 ’소네자키 신주’(曾根崎心中)다. 소네자키 신주는 1703년 4월 일본 오사카의 소네자키 숲에서 실제로 일어난 남녀 동반자살 사건을 작가 치카마스 몬자에몬(1653-1724)이 극화한 것. 신주’는 사랑하는 남녀가 한날한시에 죽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이는 몬자에몬 작품을 통해 문학적으로 미화되면서 당시 풍속이 될 만큼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당시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공연돼 대히트했다. 간장가게 종업원인 도쿠베가 연인 오하쓰, 자신을 조카딸과 결혼시키려는 간장가게 주인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오하쓰와 동반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분라쿠(전통 인형극) 공연을 위해 쓰였다가 가부키로는 1719년 초연됐다. 오늘날에는 분라쿠, 가부키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개작돼 공연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네자키 신주는 일본의 국보배우인 나카무라 간지로(74)가 창단한 극단 치카마쓰좌(치카마쓰 몬자에몬 작품 전문극단)가 1953년 만든 작품이다. 우노 노부오 각색ㆍ연출로, 당시 초연 때 나카무라 간지로가 오하쓰 역, 그의 부친이 도쿠베 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50여 년 간 줄곧 오하쓰 역으로 1천 212회나 공연한 기록을 갖고 있는 나카무라는 이번 내한무대에도 직접 출연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 공연 후 ’한 역할 최장기간 출연’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게 된다. 특히 그의 아들 나카무라 칸자쿠가 도쿠베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4대에 걸친 가부키 명인 집안의 전통을 확인시켜주는 셈. 이 작품의 해외공연은 영국, 러시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나카무라 씨는 “지난 50년 간 연기한 오하쓰는 내 목숨처럼 여겨질 만큼 소중하다”며 “평생 갈고 닦아온 예술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네자키 신주에 앞서 30분 짜리 가부키 무용 ’보시바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에 이어 광주(6일 오후 7시 광주 문화예술회관), 부산(9-10일 오후 4시 부산 문화회관)에서도 공연된다. 앞서 2일에는 타워호텔에서 나카무라 간지로, 안숙선 명창 등 양국을 대표하는 인간 문화재가 참석하는 심포지엄도 열린다. 2만-10만원. ☎1588-7890, 1544-1555. ▲가부키란 = 노(能), 교겐(狂言) 등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예술의 하나. 노, 교겐 등이 중세시대부터 발전한 귀족취향의 예술이라면 가부키는 1600년 경부터 시작돼 비교적 역사가 짧고 도시 상공인, 서민들의 오락이 가미된 공연이다. 초창기 여성들이 집단으로 춤을 추는 ’유녀 가부키’로 성장했다가 풍기문란의 이유로 금지되고, 미소년들의 ’와카슈 가부키’가 다시 유행했으나 이 또한 남색, 매춘과 연관되면서 금지됐다. 이후 등장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가부키로, 성인 남자들로만 구성되고 춤 보다는 연극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형태다. 고전물 외에 창작 가부키,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만든 번안 가부키, 스펙터클한 무대 메커니즘을 활용한 슈퍼 가부키 등 다양한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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