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25일 아시아의 자부심(Pride of Asia). 붉은 악마 응원단이 2002년 6월 월드컵 축구대회 4강전이 열리는 경기장에 수놓은 카드섹션 문구다. 이번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긍지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한 한국의 자부심(Pride of Korea)이었다.
국내 언론과 세계 언론 모두 지난 한 주 동안 황 교수의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연구성과를 전달하느라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국의 한 과학자는 이번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18∼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대단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 교수의 연구성과는 우리가 그동안 잊어버렸던 한민족의 숨겨진 잠재력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과학사학자들은 조선 초기와 중기까지 우리의 과학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서양과 같은 근대적 산업혁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우리의 IT 기술을 보면서, 만약 역사에서 일제 강점에 의한 창의력 상실만 없었다면 우리의 과학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지금의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선조들의 과학전통을 이어받지 못한 채 해방 후 수십 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부모님 그리고 선배들의 피땀으로 이룩한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쓰나미 로 표현되는 지금의 이 현상을 가슴 뭉클하게 지켜보고 있다. 월드컵 당시 외국 언론들은 ‘무엇이 한국선수들을 저렇게 열심히 뛰게 하는가?’하고 의아해 했다. 황 교수의 연구성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에게만 흐르는 유전자, 다이나믹하고, 변화를 좋아하고, 근면한 우리 민족 특유의 유전자가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황우석 교수팀의 성공요인
첫째는 황 교수팀의 팀워크다. 그리고 황 교수의 뛰어난 리더십이다. 황 교수는 서울대학교의 젊은 교수 몇 분과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연구과제를 수주할 수 있는 능력과 경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와의 공동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같은 목적을 위해 함께 호흡하고 있기 때문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연구를 단 1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구특성화에 성공한 대학들의 성공 뒤에는 반드시 좋은 팀워크가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할 때에는 연구과제 자체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인 연구목표를 위한 연구팀, 즉 과학자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연구원들의 근면성과 열정이다. 나는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매우 존경한다. 밤낮으로 바쁜 일정을 마친 후에도 밤늦게까지 경기도 일원의 농장들을 돌면서 직접 실험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황교수는 최근의 학문적 이론의 공부에도 소홀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나도 가끔 밤늦게 황 교수와 같이 실험실에 가보곤 했는데, 웬만하면 그만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도 황 교수의 그 열정에 아무 말 못하고 따라 다닌 적도 있었다. 황 교수팀은 얼마 전까지 컨테이너 박스에서 실험을 했다. 원심분리기를 돌리기라도 하면 여러 기계의 진동과 소음으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런 소음 속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정신을 집중해서 실험을 하고, 논문을 읽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불가사의하게 생각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에는 그 컨테이너 박스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연구실 하나를 빌려서 잠시 이용하고 있다. 연구동이 완성되면 새 건물로 이사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 나태해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황 교수의 근면함을 떠올리면서 공부에 채찍을 가하곤 했다. 그리고 내가 지도하는 대학원생들이 실험에 좀 느슨하다 싶으면 “황우석 교수 연구실로 연수 보낸다”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힘 모아야 세계적 기초과학 강국 도약
내가 황 교수를 처음 만난 때는 생명윤리법 논쟁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나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 생명윤리법으로 윤리적 차원의 관리는 엄격하게 강화하되, 실험실에서의 연구의 자유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생명윤리 차원에서 어떠한 연구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위해서 불가피한 경우조차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해 철저하게 법률이 정한 제반 절차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황 교수의 연구는 인류의 복지 차원에서 세계인이 공유할 지식자산이다. 이번 연구분야가 세계적인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협력해야 실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공동연구가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 연구진들과의 공동연구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 의생명과학 분야의 제반 기초연구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한 세계적인 찬사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대통령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최고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을 제안했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위해 아이디어도 직접 말해주었다.
또한 대통령은 황 교수의 연구환경과 정부지원에 늘 염려가 많았기에, 지난해에는 한 달 동안 우리 실무자가 황 교수팀과 함께 척수마비와 당뇨병, 근골격계 질환 등 난치병 치료의 완성을 목표로 연구추진 로드맵과 연구지원 로드맵을 각각 만들었고, 국회의 협조를 받아 과기부가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별도 예산을 확보하여 지원하고 있다.
오늘 그때 만든 로드맵들을 다시 보았다. 높게만 느껴지던 정상이 이제 어렴풋하게나마 멀리 보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황우석 교수와 한국인 유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