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인문학을 속삭이는 문화의 거점 커피하우스
“말러의 5번 교향곡이 나오고 있네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폭풍처럼 움직이다 활기차게 흘러간다. 한참 한국 근대사의 위인들과 ‘인술제민’에 대해 나누던 대화도 음악을 향해 흘러간다. 카페 나담에 들어서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부산에서 하루종일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겠는가? 과거에는 있었다. 70년대 중반 광복동의 백조다방, 부평동의 오아시스 다방이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대화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던 부산의 문화 사랑방이었다.
한때 부산의 중심(City spot)이었던 광복로에서 1세대가 가고난 후 끊어지다시피 했던 클래식 다방은 이제 카페 나담에서 인문학의 열기와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
커피는 명리적으로는 화(火), 즉 불이며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는 음(陰)을 가져와야 하는데, 때문에 고요한 것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질이 낮은 커피를 주면서 인테리어만 멋들어지게 해 놓는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을 위한 카페일까? 카페 나담에서는 No!를 외친다. 속이 진정으로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가슴 속에는 열정을 품자는 것.
골프 칠 때를 생각해 보자. 스윙 스팟(Swing spot)이라는 말이 있다. 공이 골프채의 중심에 정확히 닿아야 멀리,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 그처럼 부산이라는 도시역시 도시의 발전이라는 홀(Hole)에 가까기 가기 위해 그에 걸맞는 스팟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음악이 있어야 하고, 아름다운 문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담’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나담’에 대해 카페 나담을 찾은 이들이 여러 가지 풀이를 해주었다.
한자어 음 그대로 ‘당길 나’에 ‘이야기 담’을 써서 부산의 중심에서 클래식음악을 온종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 어쨌든 저마다의 사연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담’이 줄인말이라고 했다. “나담? 이행시를 지어볼까. ‘나’와 ‘담’소를!” 나와 너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는 취지다.
또 하나의 풀이가 아주 깊다. “담이란 말이야, 원래는 높게 둘러쳐놓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담이니까 이건 담이 낮은 곳인거지.” 담이 낮다는 건 어떤 말일까?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의 연설에서 말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여러 가지 해석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갈증하라, 만족하거나 자고하지 말라. 그리고 끊임없이 모자람을 알고 우직함을 지녀라. 하심(下心)이라는 말이 있다. 겸손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그래서 ‘나담’은 하심(下心)이 된다. 이 세상은 너무 거칠고,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쉴 곳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쉰다는 것은 결코 나태하다는 말이 아니다. 극한 속의 인간이 그 속에서 여유를 찾고, 사색을 하는 삶. 그래서 나만의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삶이 바로 ‘나담’이 된다.
이제 8개월 된 카페에서 인문학을 즐기는 이들과의 담소는 나담이라는 카페를 우리네 삶과 생각 속으로 가져온다. 이들에게 커피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요 도구다. 좋은 도구를 매개로 좋은 문화가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인드가 문화와 인문학이 있는 커피 하우스를 만들었다.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판매하는 등 최상급의 재료와 실력있는 바리스타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진정한 커피 맛의 차이가 마음에 있다고 본다. 어머니의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이유는 그 안에 정성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나담에는 커피를 대하는 마음이 있다. 나담에서는 또 말한다. 취미로만 커피를 즐기는데서 끝나지 않을 거라면, 본인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형성하라. 그리고 커피를 배우는데도 도전해 보라는 것. 방향 선정이 중요하다.
카페 나담의 3층은 인문학 강좌를 열 수 있도록 비즈니스 룸을 겸하여 꾸며져 있다. 벽에 걸린 스크린에서 기러기들의 아름다운 비행을 담은 영화 ‘비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앞으로 부산 문화의 중심이 될, 나담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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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멋집맛집]중앙동의 클래식 하우스 카페 나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