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지방분권국민운동 대변인,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교육조직위원장)
중앙의 언론사들을 통해 일부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이미 선진국에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으며,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여 앞둔 지금, 이 같은 논리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는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들의 균형발전정책은 정말 실패로 돌아갔는가. 그들은 균형발전정책을 포기했는가. 일부에서 주장하듯 균형발전이란 한낱 ‘이상론'에 불과한 것인가.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토의 균형발전과 다극분산체제를 추구하는 정책을 실시해온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최근 글로벌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정책을 다소 수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균형발전정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골격의 유지 속에서 수도권 정책을 약간 손질하고 있을 뿐이며, 글로벌 체제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의 개성 있는 경쟁력 강화와 자발적 자립적 광역적 지역발전정책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나라는 지난 30~40년간 강력한 균형발전정책의 시행을 통해 상당한 지방분산 효과를 성취한 나라들로, 국토면적의 11.8%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살고 생산기능의 60%, 경제 사회 문화의 중추기능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역대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였던 영국 정부가 2002년 설정한 목표는 “영국의 모든 지역의 경제성과를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고 지역 간 계속되는 성장률 격차를 장기간에 걸쳐 완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4년에는 경제적 측면의 격차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의 격차완화까지 추가하고 있는데. “건강, 치안, 교육, 일자리, 주택 등의 분야에서 낙후지역과 전국 평균 간의 격차를 축소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삶의 질 격차완화를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만성적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중인 공공부문의 지방이전정책은 괄목할 만하다. 이미 1960년대 이후 공공부문에서 5만여명이 지방으로 이전했으며, 2004년 국가행정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한 블레어 정권에서도 2010년까지 2만28명의 공공기관 일자리를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프랑스 역시 강력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해 왔고 지금도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 중 하나이다. 드골 대통령 이래 프랑스 전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정책기조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 국토균형발전정책을 관장하는 총리직속의 “국토균형개발청(DATAR)”이 1963년에 창설되어 그 동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주도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수많은 일을 해왔다. 2003년에는 창설 40주년을 맞이하여 DATAR의 기능을 놓고 “기능이 폐지될 것이다, 축소될 것이다.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지만 2005년 프랑스 정부는 DATAR를 확대 개편하여 "국토균형 및 지역경쟁력강화개발청“(DIACT)으로 재창설하는 선택을 했다.
균형발전정책을 철회했다고 알려지고 있는 일본 역시 수상이 관장하는 국토심의회 조사개혁부의 2003-2004년의 보고서에서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이 전후 국토정책의 일관된 기본 이념이었음을 재강조하고 있다.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이 “지역의 특성을 살린 발전”과 배치되거나 국토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과 2006년에 “수도권 기성 시가지에 대한 공업 등 제한에 관한 법률”과 “공업재배치법”폐지를 단행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이들 법률이 30-40년 동안 유지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이 법률이 폐지되더라도 공업의 입지에 별다른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우리나라 비수도권 13개 시도의 광역자치단체장과 지역대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지역균형발전 촉구 1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여온 결과 2개월 만에 1천119만명의 지역민이 서명에 참가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비수도권 지역민 대다수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극심한 폐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증좌이며, 아울러 균형발전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와 염원이 담겨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더욱 큰 목소리로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큰 골격과 전략을 장기적으로 지속시킬 것을 주장해야 한다. 특히 제17대 대선 후보자들이 수도권 규제해제를 주장하기에 앞서 실효성 있는 지방육성 대책을 주요 공약으로 우선 제시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대선 후보자들에게 ‘지방분권-균형발전정책 질의서'를 전달하고 답변내용을 분석해 언론에 공표한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는 선거까지 앞으로 남은 한 달 여 동안 지방분권-균형발전정책이 각 정당의 주요공약으로 제시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을 더욱 압박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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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균형발전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