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도교육감 출마자] 한국진로교육연구소장 정종희
“국민의 행복한 삶과 경제 사회발전”(제1조)을 목적으로 하는 진로교육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었다. 이로 인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진로교육이 펼쳐질 것을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없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그저 먹고사는 것을 넘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까? 아마 그 답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며,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로교육법 통과는 성적지상주의와 한 줄 세우기식 입시과열경쟁을 탈피해야한다는 시대적 염원을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특별히 의미가 크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주고, 청소년기에 올바른 직업의식을 가르쳐 주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는 청년실업과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인복지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직업의 미스매칭(miss-matching)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 도 적지 않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체험중심의 실용주의교육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진로교육 강화정책은 많은 국가적 난제(難題)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앞당기는 초석이 된다.
부산지역 김세연(새누리) 국회의원이 발의(2013년 1월10일)한 이 진로교육법은 2015년 5월 29일 국회의원 235명 중 기권 3명을 제외하고, 232명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 법은 총 4장 23조 부칙으로 이루어져 있고, 제1장은 총칙(목적, 정의, 방향, 책무, 현황조사, 비밀누설금지), 제2장은 초‧중등학교의 진로교육(목표와 기준, 진로전담교사, 검사, 상담, 진로체험교육과정, 집중학기제), 제3장은 대학의 진로교육, 제4장은 진로교육지원(국가 및 지역진로교육센터, 지역진로교육협의회, 진로체험지원, 인증, 협력체계, 보호자, 콘텐츠, 평가)으로 이루어져있다.
진로교육법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1)자유학기제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담고 있다(제13조 집중학년․학기제). 그리고 2)교육기본법에는 “진로교육”이란 용어가 없다. 하지만 이 법에는 유․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진로교육을 실시해야하는 의무규정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3)진로교육의 백미(白眉)인 직업체험을 강화했으며, 심지어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직업체험에 협조해야하는 의무규정까지 담고 있다(제5조 3항). 또 4)진로교육센터(제15, 16조) 운영과 5)지역진로교육협의회(제17조)를 발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른 6)다양한 진로교육 콘텐츠 개발, 그리고 그간에 학교현장에서 오랜 논쟁을 빚어왔던 7)진로상담과 체험을 수업으로 인정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이제 진로교육법이 통과되었으니,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시행령을 잘 마련해야 한다. 시행령에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1. 진로교사 충원 및 확보에 대한 구체방안, 2. 진로체험 지도인력 양성배치(제9조2항), 3. 직업체험 지도(job activity map) 제작, 4. 진로교육센터 운영의 내실화, 5. 진로교육협의회의 효율적 운영, 6. 관리자의 진로교육 심화연수, 7. 평생진로교육로드맵 구축, 8. 체계적인 진로교육 콘텐츠 개발, 9. 생애단계별 진로교육 성취목표 제시, 10. 진로학력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으면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태어나면 진로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하고, 누구나 꿈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진로교육법이 통과되고 달라지는 것은 먼저 1)학부모 등이 진로교육 설명회나 연수를 제공받으며, 2)초등학교에도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되고(현재는 중고등학교만 배치), 3)학교 밖 청소년들도 진로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되며, 4)진로교육센터가 중앙과 지방에 만들어지게 되고, 5)진로교사는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을 엄수해야 하며, 6)지역에 진로교육협의회가 구성되고, 7)진로코치가 학교 현장에 배치 될 수 있다. 또 8)학생은 원하는 진로체험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된다.
진로교육이란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교육은 획일적 한 줄 세우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석차가 떨어진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재능이 개발될 기회가 극미했다. 그러나 진로교육법은 국가와 지역사회가 미래 꿈나무인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 개발에 협력하자는 것이다. 또 올바른 진로교육이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꿈을 디자인해 준다. 진로교육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에서는 실행하기 어렵고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교육제도이다. 그러나 비용이 들더라도 학생 개인의 재능을 발견해 주고, 세계적 인재로 키운다면 몇 갑절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진로교육은 개인의 행복한 삶에 관심을 가지는 인간중심교육이다. 개인이 좋아하고 잘하며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적성과 상관없이 직업을 선택하여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종종 본다. “너 몇 점이니? 어느 대학 갈 수 있겠네. 합격하려면 과를 낮춰야해.” 이런 식으로 선택된 진로와 직업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생애 진로교육에 근거한 “꿈 디자인 6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자기분석, 2단계 꿈 디자인, 3단계 직업선택, 4단계 전공 선택, 5단계 대학진학(취업 창업), 6단계는 실천이다. 꿈을 디자인 할 때는 인생 전체를 놓고 설계해야 한다. 이런 꿈 디자인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몇 번 수정될 수도 있다. 유 초 중고등단계, 대학‧청장년 단계, 시니어단계에서는 각 “꿈 조정”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60대는 진로의 절정기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은 17세에서 65세까지라고 한다. 아직 60세 이전의 청년들은 꿈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더 도전하기 바란다. 광역의 의미로 진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내가 선택하는 길을 말한다. 그러므로 진로는 학생들에게 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다시 한 번 더 진로교육법통과를 축하하며, 이 법통과가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 주는 행운의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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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법 통과를 환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