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가 의료기기 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하게 된 데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의 공이 컸다. 원래 원주는 2000년 이전까지는 의료기기 산업기반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아시아 최초로 의공학부가 생겼다. 이것이 혁신의 씨앗이 됐고, 학(學)-관(官)-산(産)의 협력으로 발아해 마침내 싹을 틔웠다.
원주캠퍼스 의공학부 윤형로 교수는 먼저 지역혁신의 비전 제공자로 앞장섰다. 지난 97년부터 원주시와 지역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 때마침 원주시는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벗으려 했고,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뒤 지역혁신에 대한 요구가 최고조에 다다를 때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제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의료기기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자는 방안이었다. 대학의 제안을 지역이 받아들여 뒷받침하고, 지역역량을 결집해 원주의 태장농공산업단지 일부를 전국적 규모의 의료기기산업 전문단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지역혁신 주체들 간의 협력과 추진 의지에 중앙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 99년 시작 단계에서는 의료기기 업체가 1곳도 없었다. 단지 교수들의 헌신적인 연구와 지자체의 혁신의지만 충만했을 뿐이다. 그러다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얻어 국제수준의 시험검사 시설과 장비 등의 인프라를 갖춰 나갔고, 이것을 토대로 본격적인 기업유치, 국내외 연구기관 유치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02년 산자부의 지역진흥사업으로 선정됐고, 2004년에는 시범 클러스터 사업으로 지정돼 더욱 많은 지원을 받게 됐다. 기업유치도 성공적이어서 2002년 51개, 2004년 66개의 의료기기 관련 기업이 모여들었다. 의료용 진단기기, 치료기기, 재활기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들이 한곳에 집결할수록 세계적인 산업단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혁신의 동력이 갈수록 커져갔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주)메디아나, (주)바이오프로텍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8년 창업보육센터에 입주, 이제 창업 5년을 맞은 메디아나는 지난해 1300만 달러를 수출했다. 환자의 혈중 산소포화도, 혈압 등을 체크하는 모니터링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큰 발전을 이룩했다. 의료용 전극을 생산하는 바이오프로텍은 창업 2년 만에 700만 달러를 수출하는 건실한 업체로 성장했다. 내년 원주 태장농공산업단지의 의료기기 분야 수출액은 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윤 교수는 원주가 이처럼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선택과 집중에 따른 인프라 구축 △참여 교수들의 헌신적인 노력 △시험검사 중심의 첨단 기자재 확보 △중앙정부의 확고한 지원 등을 들었다. 특히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역할이 돋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질 때 스탠퍼드 대학이 맡은 역할(인재양성, 연구개발)과 비슷했다.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특정분야를 지정하고 지역대학과 지자체(강원도, 원주시의회, 원주시), 중앙정부(산자부, 과기부), 지역언론이 합심해 전략적으로 육성·지원하면서 인력양성, 연구지원, 창업보육 등 단계적 지원시책을 펼친 것, 그것이 원주지역을 의료기기 전문 클러스터로 발전시키는 데 주효했다.
윤 교수는 "원주 의료기기 산업단지를 국제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경쟁국보다 앞선 기술적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국제수준의 의료기기 시험검사 시설구축 등의 인프라 확대에 주력한다면 원주지역은 세계로 뻗어가는 의료기기 전문산업단지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제안 지자체가 뒷받침 혁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