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하게 삭힌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잘 익은 신 김치…서산에서도 몇 곳 없는 삼합 전문점을 찾았다. 주전자 막걸리에 이제 나도 삼합의 깊은 맛을 알 나이가 된 것 같다.
[박두웅 언론인]그런데 그 홍어 삼합 요리의 으뜸이 되는 재료는 암컷을 써야 한다고 한다. 수컷은 암컷보다 뼈가 억세고 살이 얇은 데다 팍팍해서 먹을 것도 없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예전엔 일부 어부들이 수컷 홍어를 잡으면 가격을 더 받기 위해 간혹 꼼수를 쓰는데 그것은 바다에서 수컷을 올리자마자 생식기를 잘라버리고 암컷으로 둔갑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농어민이 딱 그 짝이다. 지난 22일 중국 웨이하이에서 열린 ‘한·중 FTA 3차 협상 이 시작된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는 상품, 서비스, 투자, 원산지 및 통관 무역원활화 등 분야별 협상지침에 관한 협상을 한다. 정부조달과 지재권, 전자상거래·경쟁정책 등 분야에서는 전문가 회의를 열어 기술적인 의견이 교환될 전망이다.
또 우리 정부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지만 중국 정부는 FTA 협상에서 논의하게 될 경우 불법조업을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등 논의를 꺼리고 있다. 서비스 투자부문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투자부문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국이 농어업부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도 서비스 투자부문의 개방을 최소화했던 만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반면 중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요구하고 있는 지역화 조항과 검역 조치 완화가 다뤄질 전망이다. 중국이 국내 농수축산물 시장 확대를 위해 검역으로 수출길이 막혀 있는 축산물과 과일류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는 만큼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지역화 조항과 검역조치 완화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FTA의 진행에 따라 산업분야별 이해득실이 첨예하다. 크게 보면 산업분야의 이익을 기대하는 대신 농어업분야를 내주는 꼴이다. 한·중FTA중단비상대책위원회 김준봉 공동대표는 “올해는 104년만의 가뭄도 모자라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농어민들이 시름에 잠겨있는데 한 중 FTA를 시도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농어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준동 공동대표는 농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하고 이런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 농어민들은 결사항전의 의지로 나섰다”며 MB정부는 더 이상 한 중 FTA를 추진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결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동 의원은 한 중 FTA를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고 하지만 모든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이 100% 이상 이라며 “농촌이 공동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한·중 FTA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농식품위에서 먼저 한 중 FTA 중단을 추진하며 농업·농촌·농민을 회생시키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서 실질적 임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현 정권이 최소 3-4년은 걸리는 한 중 FTA를, 그것도 한 미 FTA 국회 비준의 날치기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 의견 수렴과정도 없이 강행하겠다고 하니 말문이 막혀온다”며 400만 농어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고 4500만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전과 서민들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한 중 FTA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정책을 보면 한마디로 농어업분야는 국가발전에 별 볼일 없는 그야말로 만만한 홍어 거시기인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좀 달라지려나...중국산 홍어거시기가 우리 식탁을 점령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막걸리 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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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