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기자의 시사펀치
김흥겸 시/곡, 안치환 노래
“우리들에게 응답 하소서 혀 짤 린 하나님 우리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나님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늙으신(민중의) 아버지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실까쓰레기 더미에 묻혀버렸나 가엾은 하나님”
솔직히 말씀 드려야겠네요. 노래를 듣기가 힘드네요. 음악을 아예 듣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음악에도 손이 가지 않네요.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2주째, 사고가 일어난 그 날 이후 음악, 책, 영화처럼 평상시면 날마다 끼고 있었을 예술 작품 어느 하나도 펼칠 힘이 없네요. 볼 수도 없고 안 볼 수도 없어서 뉴스를 보고, SNS를 보다보면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청소년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충분히 구조될 수 있었을 청소년들이 끝내 구조되지 못하고 죽게 된 수많은 이유들을 날마다 새롭게 접하게 되면서 슬픔에 분노와 허탈함, 참담함, 죄책감이 더해져 음악 한 곡 듣기도 정말 힘이 드네요.
이렇게 마음이 아픈 날 그래도 한 곡의 노래를 함께 듣는다면 안치환이 다시 부른 <민중의 아버지>라는 곡이 어떨까 싶습니다. 비탄에 찬 노래의 정서와 지금 우리의 마음이 결코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은 절망에 빠져있고, 대체 어디에 희망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라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정서 역시 비슷합니다. 정확하게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노래의 암울한 분위기로 감지되는 숨 막힐 것 같은 시대의 공기 속에서, 노래 속에 등장하는 하나님은 혀가 짤렸고, 귀가 먹었고, 화상까지 당해 얼굴을 돌립니다. 어쩌면 죽어버렸는지 모르고,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하나님, 악한 자를 벌주고 선한 자를 구원하시는 막강한 하나님이 아닙니다. 힘이 없는 하나님입니다. 보통사람보다 못한 하나님입니다.
어쩌면 이 노래는 하나님이라는 절대자를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기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하나님조차도 무기력해져버린 시대, 어느 누구도 희망이 되지 못한 시대, 혀 잘리고 귀먹고 화상 당한 민중의 자화상을 말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같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선원들,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언론, 정치권, 국무총리, 대통령 가운데 누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에게라도 기대고 싶지만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절망적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혀 짤리고 귀먹고 화상 당한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만든 김흥겸씨가 노래를 만든 1980년대와 지금이 그리 많이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신학적인 논쟁을 하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하나님이 안 계셔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서로의 하나님이 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민중들 스스로, 우리 스스로 어떤 관료보다, 언론보다, 정치인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하나님처럼 강하고 전능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런 참극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안치환이 음울하게 깔리는 신디사이저 반주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맞춰 응답하고, 기도를 들으라고 호소하는 것은 결국 저 멀리 계시는 하나님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을 빌어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니까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제대로 듣지 못하며 무기력해져버린 우리 시대의 민중, 혹은 대중들, 그러니까 바로 우리 자신이 다시 하나님처럼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니까요. 어떻게 해야 우리 스스로 하나님처럼 강력한 심판자, 강력한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이런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하나님에게 묻지 말고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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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아버지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