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못 물러나겠다면, 추방이라도 원하는 건가?
KBS공정방송노동조합
KBS공정방송노동조합은 지난 1월 일찍이 정연주 사장에게 KBS를 총체적 위기에 빠뜨린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모양새 있게 물러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본 공정노가 주장한 퇴임 요구의 근거는 1,5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누적 적자 사태와 탄핵방송과 좌편향 프로그램 신설로 상징되는 부끄러운 편파왜곡 방송, 억지춘향식 팀제 개편이 몰고 온 게이트 키핑력 실종과 코드 인사, 그것이 몰고 온 조직 와해와 중견 간부급의 대규모 유휴 인력화 등 일일이 나열하기 조차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정 사장은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오늘까지 “못 물러나겠다”며 버티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이유는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 물러나게 되면 기관의 (경영)독립성이 훼손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임기제’란 무엇인가? 조직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런데 조직을 어느 누구보다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그였기에 ‘기관의 독립성 운운’할 자격이 없다. 그가 ‘임기제 운운....할수록 임기제의 취지와 그 제도의 가치까지를 모욕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경영에서 무능하며 도덕적으로 부적격한 사람은 결단코 임기제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그는 또 최근 한 모임에서 퇴임 불가 이유를 대면서 “후임 사장이 어떤 사람이 올지도 모르는데...라고 했다고 한다. 세입자가 기한이 되어서 나가면 그만이지, 그래 후속 세입자 능력이나 자격까지 걱정하고 간섭하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정 사장이 볼썽사납게 버티기를 하고 있는 동안 정 사장 개인은 물론이고 KBS 또한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만나는 사람이면 “KBS 사장은 왜 안 물러나는 거냐?”는 질책성 질문을 해대는 바람에 KBS 사원들은 대인기피증에 걸릴 정도다.
지금의 KBS 현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이런 질문 속엔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너무도 엄중함을 웅변하고 있다. 방통융합 시대를 대비한 새 방송질서 구축 과정에서 좋든 싫든, 어떤 식으로든 KBS도 ‘변화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유일의 공영방송으로서 위치와 역할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과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수신료 현실화 실패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이나 한심한 경영 능력, 그리고 도덕성 면에서 합법적 구조 조정권을 가진 당국자들로부터 불합격 배척’ 판정 받은(?) 사람이 CEO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는 결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우리 KBS 5천 여 사원은 정 사장은 우리의 미래를 더 이상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가 한 시라도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수록 더 큰 피해가 KBS와 그 조직원, 나아가 우리나라 공영방송 체제에까지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공기업·단체장들에 대한 자진사태 촉구와 버티기의 샅바 싸움 한 가운데에는 불행히도 정 사장이 서 있다. 이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는 그의 버티기 때문에 그야말로 온 나라가 부글거린다. 줄사표 제출 압력에 직면해 있거나 이미 사표를 낸 단체장과 금융기관장들로부터 “정 사장 때문...”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래도 정 사장은 오불관언이다. 눈 감고 귀 막은 사람 바로 그런 모습이 다. 전장에서 대세가 기울었을 때 존경받는 장수라면 부하들 생명을 하나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한 목숨을 먼저 버린다. 바둑에서도 국면이 기울어 반전이 불가능할 경우 괜스레 되지 않는 요행수나 바란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용히 돌을 거두는 게 기본예절로 돼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나라 최고 공영방송의 수장인 정연주 씨에게서는 기본적인 금도나 자긍심, 지성인으로서의 소양 같은 것을 찾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런 덕목을 기대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말았다. 자기를 나가라고 흔들면 KBS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바로 정 사장이다. 그는 공영방송의 존재 조건인 공영성마저 내팽개쳤다. 대하사극 ‘대왕 세종’을 1TV에서 2TV로 내몬 것은 그가 적자 경영의 비난을 완화시켜 자리를 보존해 보려는 얕은꾀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올 한 해 469억 원의 적자 예산을 자본예산과 제작비 등 일체의 경비를 2차에 걸쳐 강압적으로 삭감 조치해 하루아침에 흑자 예산으로 둔갑시킨 것 또한 자리보전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곧 물러나야 할 당사자가 임기 말에 하루가 멀다 하고 ‘인사발령’을 남발하고 있다. 그런 그의 행동이 손가락질과 조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알면서도 모른 채 묵살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다.
그의 진의가 무엇이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가 없음을 선언한다. 이에 우리 공정방송노동조합은 오는 21일부터 정연주 씨의 퇴진을 위해서 조직을 비상체제로 전환한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가 물러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아울러 천명한다.
이미 아름다운 퇴장의 시기를 애써 놓아버린 그에게 우리는 더 이상 자진사퇴의 희망을 접고자 한다. 공영방송 수장의 임기는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자격과 품위 그리고 스스로 들고 나는 분별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장될 뿐이다. 들고 나는 철을 모르는 정 사장에게 공영방송 수장의 임기는 한갓 개발의 편자일 뿐이다.
올곧은 KBS를 위해, KBS의 밝은 미래를 위해,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더 많은 믿음과 사랑을 받기 위해 우리 공정노조는 투쟁할 것이다. 우리 공정노조 모든 조합원은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정 사장이 물러나는 날까지 싸울 것이다. 만일 그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추방이라도 당하고 싶다는 것인가? 그러나 아무에게나 순교자라는 거룩한 이름을 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는 깨닫기 바란다.
KBS공정방송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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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공정노조 비상대책위 출범에 부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