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10시부터 벌어진 노무현의 신년 메시지는 많은 한국인의 분통이 터지게 했다. 나는 그런 방송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TV를 켜서 채널을 돌리다가 방송 3사에서 모두 그의 얼굴이 비쳤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러나 TV에 비친 그 얼굴이 보기가 하도 역겨워 나는 아예 다른 프로를 시청하였다.
그가 1시간이나 떠들어 댄 내용은 다음날 아침 신문에 자세하게 보도가 되었으므로 나 자신이 그의 얼굴을 1시간 동안이나 지켜보지 않고도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고는 있다.
어떤 시청자들은 그 시간이 <주몽>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인데 왜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의 얼굴만 비치는가 하며 크게 분노하였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10시간이 있어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며 그 길고 긴 사연을 1시간에 줄일 수밖에 없었다던 오늘의 청와대 주인의 연설을 듣고 “저 사람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하자면 그는 자기 잘못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이전에 대통령 노릇을 잘못한 사람들의 실책과 과오를 나 더러 혼자 뒤집어쓰라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는 논조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의 판단대로 노무현은 이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남의 눈을 통하여 볼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되었고 순전히 자기도취에 빠진 지도자라는 것이다.
그쯤 되면 연못가에서 비친 자기 자신 얼굴에 도취되어 자기 모습을 장시간 보다가 마침내 그 연못에 빠져죽고 마는 희랍의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서스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의 잔여임기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