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달러위조 마약거래 행위를 북한 핵문제 인권문제보다 더 시급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하는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불법행위가 정권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규정하고 대북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내 강경파들은 김정일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워싱턴 강경파들은 북한의 달러위조 마약거래를 막기 위해 대북 금융제재를 취해나가면 궁극적으로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중앙당 39호실 공작원 출신 탈북자는 "만약 39호실의 돈줄을 끊으면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39호실의 돈줄은 중국 마카오,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 계좌들이다.
이 문제의 향방은 워싱턴의 선택이 핵심변수이나 북경의 선택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정권차원의 범죄가 아닌 실무자 책임으로 마무리하려는 중국의 중재에 대해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의문인데,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의 접촉 결과가 최대관건이다.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힐 차관보과 김부상의 접촉은 시도됐으나 해법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 불법행위에 대한 외교적 해법이 소진된 것으로 간주하고 강경책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 중국은 방중한 김정일을 극진히 대접하긴 했지만 양국간에 뚜렸한 입장 차이가 존재함을 드러냈다. 후진타오는 김정일에게 정치적 안정과 민생문제 해결을 언급한 것은 김정일의 정책노선에 대한 중국당국의 불만을 시사한 것이다. 후진타오는 내심 김정일이 언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인물이요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는 답답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김정일만 제거되면 중국으로서도 최상이다. 인민군 노동당 내 반김정일 개혁파들이 궐기하여 김을 제거하거나 망명시킨 후에 주민의 지지를 받는 지배자, 즉 테크노크라트에 의해 신정권이 수립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핵무기 미사일 포기 및 대규모 군사력감축을 국제사회에 선언하고 테러 납치 달러위조 미약밀매 등 모든 국가범죄의 진상을 규명하여 사죄하고 경제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한다...
이렇게 해서 동북아시아의 최대 화약고인 한반도의 위기가 소멸되면 중국도 지금까지의 골치거리를 해결함으로써 엄청난 국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만 처분하면 가능한 일이다. 향후 진전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과연 이 시나리오대로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워싱턴과 북경 당국은 이 시나리오의 현실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면밀한 공조방안을 수립해 두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김정일의 방중 이후 미 중의 최종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