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의 한해가 시작됐다. 올해 대통령선거는 좌파정권의 10년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우파정권을 탄생시키느냐, 아니면 다시 한 번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 또 다시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 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이다.
지난 2002년 1월 1일자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았다. 이회창후보의 승리를 장담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후보간 가상구도에서 이회창후보는 이인제후보에게는 10%, 노무현후보에게는 16%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신문이 이회창후보의 승리를 예측하는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회창후보는 모든 신문의 예측을 전부 무색하게하고 패배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오늘 제가 말하고자하는 주제는 정치공작과 관련지어진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우선 본 주제에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당시의 여론조사에서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50%이상이 현재의 대선구도가 바뀌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대구·경북만 현재의 대선구도로 가야한다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을 뿐 심지어 부산·경남에서도 응답자의 50% 이상이 대선구도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이회창후보가 김대중의 실정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수의 국민들이 혼쾌히 이회창을 지지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선구도 변화라는 응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공작은 이러한 여론을 배경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정치공작이란 여론의 배경이 없이는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아직 11개월이나 남은 현재의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이 어떠한 카드로 다시금 국민을 현혹시킬까하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보통 난감한 주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접근하자면 우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와, 과거에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선환경을 뒤집었을까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그리고 2007년 대선환경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이들의 사용 가능한 카드를 예측해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권력형 각종비리와 대통령의 아들비리로 민주당의 지지도는 바닥이었다. 각종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를 거듭했다. 2001년 11월에 있었던 구로와 동대문, 강릉의 보궐선거에서 각종언론의 접전이라는 예상과는 달이 상당한 격차로 패배했다. 구로와 동대문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더욱이 구로는 상당한 격차로 항상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던 곳이기에 민주당이 겪은 충격은 컸다.
민주당이 이런 불리한 환경을 딛고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 첫째, 전통적인 호남지지세의 회복과 1997년 DJP연합구도로의 복귀이다. 둘째, 이회창에 만족하고 있지 못한 부산·경남유권자들을 이회창으로부터 분리해 내는 것이다. 셋째, 네거티브활동을 통해 이회창으로 쏠리는 유권자들을 막아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 이회창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공작은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쳐 진행됐다.
첫째,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민주당을 외면했던 민심을 되돌리고, 노무현이라는 대중적 스타를 탄생시킴으로서 그간의 열세의 구도를 단숨에 대등한 구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2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민주당의 경선레이스는 대중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국민참여경선은 국내에서 실시된 적이 없는 최초의 정치실험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더욱이 지난 2년여 동안 당내 선두를 달리던 이인제후보를 노무현후보가 광주경선에서 극적으로 제치면서 그 효과는 극대화 되었다. 국민참여경선과 이인제를 제물로 민주당은 국민들의 관심을 갖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보태어 노무현이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이 민주당의 1997년 대선승리구도를 복원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부산·경남의 반 이회창정서의 틈새를 공략하는 데 까지 성공한 것이다.
둘째, 김대업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이회창후보의 두 아들 병역기피의혹을 증폭시키는데 성공했다. 오마이뉴스에서 특종으로 보도한 이회창 후보 두 아들 고의병역기피의혹은 전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 거기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과 며느리가 호화빌라 위아래 층에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고, 이회창 후보의 며느리가 당시 사회 문제가 되었던 일부 강남부유층에서 성행하던 미국으로의 원정출산의혹까지 가세했다.
당시 언론의 반응과 여론은 두 아들 병역기피의혹 보다 호화빌라와 원정출산의혹에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이회창 후보는 아들 모두의 병역의무를 기피시키고, 자신과 아들 며느리가 호화빌라에 아래위층에 함께 거주하는 호화귀족이고, 미국시민권을 위해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하는 강남졸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후보로 각색되었다. 성공적인 네거티브공작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시도했을 때 역풍을 맞을 소지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네거티브공세는 이런 면에서 성공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두고 월드컵열기로 한창 상승세를 타던 정몽준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룸으로써 반 이회창전선을 완성시켰다. 이로써 민주당의 승리는 굳혀졌다. 민주당이 반 이회창전선에 성공한 후 노무현 후보는 이회장 후보에 지속적으로 승리하고 있었다. 이런 추세는 대선에 돌입해서도 한 번도 뒤집어지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위한 승리구도는 무엇일까?
첫째, 대선필승구도로의 복귀이다.
이는 지난 연말 김대중의 발언과 이광재 등 열린우리당의 선거전문가들의 반응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이들의 필승구도는 무엇인가? 여전히 열린우리당이 승리하기위해서는 호남·충청연대의 공고화와 영남의 분열구도이다. 호남·충청연대의 공고화를 위해서 노무현 정부는 수도이전과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지속적으로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 다음으로 영남을 분열시키기 위해 영남인사를 파격적으로 장관으로 기용하고, 측근 그룹에 부산인사를 전면 배치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수도이전의 효과는 충청권에서 조차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다. 영남인사 띠우기도 이들이 그 동안 기울인 노력에 비해서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김혁규, 김두관, 진대제, 박원순 등 어느 하나 2002년 노무현에 비하면 경쟁력이 미미하다.
고건의 탈락은 예상했던 바이다. 고건은 그의 출신지역이 전북이라는 한계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필승카드가 되기에는 애초에 부족했다. 고건이 후보가 되는 순간 열린우리당은 호남당으로 낙인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건의 탈락은 열린우리당의 전략가들에게는 위험스러운 기회이다. 다시금 필승구도로 돌아가기 위한 발판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고건의 실패는 깜짝카드의 출현기회를 봉쇄하는 효과 또한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깜짝카드로 기대되었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박원순 변호사 등이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되기를 망설이고 있다. 고건과 같이 낙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깜짝카드 출현이 어려운 이유는 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과 뚜렷한 차이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은 6월 이전부터 시작되어 한 달여 동안 국민을 동원했던 월드컵이라는 국민적인 이벤트가 존재했다. 이를 통해서 정몽준이 제3의 후보로 등장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이렇게 국민들을 동원할 카드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이다. 또한 깜짝카드를 만들려면 열린우리당 내의 강력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의 광주드라마가 가능했던 것은 김대중이라는 구심점이 여전히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김대중은 여전히 호남과 수도권의 공천권을 쥐고 있었다. 김대중은 공천권을 배경으로 민주당으로 하여금 노무현이라는 깜짝카드를 수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구심점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분리라는 원칙으로 인해 공천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노무현이 공천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노무현의 공천으로는 다음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둘째,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공세의 강화를 통해 국민들의 반 한나라당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다. 작년 초에 있었던 이명박시장에 대한 ‘황제테니스’공세와 작년 말 민병두 의원이 제기한 박정희 신드롬 이용에 대한 공격은 열린우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효과를 거두었던 네거티브공세를 통해 한나라당과 그 후보를 강남졸부와 묶어두려는 시도의 연장전이다. 작년 벽두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빈부격차와 강남부동산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들의 네거티브를 위한 사전 여론 환기용이다.
1%의 강남부자’라는 가공의 대상을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고, 이 지점에 한나라당과 후보를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들의 네거티브공세를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이는 ‘김대업 효과’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의 폭로를 경험한 국민들이 이들의 네거티브를 더 이상 신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네거티브공세를 얼마든지 가능하고 제2, 제3의 김대업은 얼마든지 출현할 것이다.
2002년과 금년이 다른 것은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50%를 육박하고 있고, 한나라당의 후보들의 지지도가 완전히 열린우리당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의 네거티브를 겁낼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후보들이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네거티브는 상당한 근거를 기반 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우려할 변수로는 한나라당의 경선이 과열되어 후보검증을 빌미로 네거티브가 과열된다면, 이는 열린우리당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시키고 정당화 시키는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의 구축이다.
이제까지 대선의 경험은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단독으로 집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87년 대선이후 연합에 성공한 후보와 정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이러한 경험은 2007년에도 유의미해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은 두 가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역기반과 이념에 따른 열린우리당의 분열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호남과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동영계와 이념적 색채를 분명히 하는 김근태계, 영남에 기반을 두려는 노무현 직계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들이 우선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과 이념적 색채에 따라 분열하여 각개 약진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당지역을 묶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정동영을 위시한 그룹이 호남을 선점하고, 노무현 직계그룹이 영남권인사를 내세워 일정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일단계이다.
다음으로 대선 직전 한나라당을 제외한 대통합을 극적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호남과 수도권그룹, 영남그룹, 거기에 민주당과 국민중심당까지 포함한다면 한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에도 한계가 보인다.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제2, 제3의 후보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김근태, 김혁규, 김두관 등 이들 모두를 합쳐도 10%를 넘지 않는다. 이런 후보를 가지고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감동을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 여론조사도 대선구도의 변경을 2002년처럼 원하고 있지도 않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서 이를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2002년처럼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참여경선을 이미 경험 한데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경선이 훨씬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각 후보 진영이 이를 앉아서 보고 있지 만을 않을 것이다. 정동영과 김근태 등이 노무현 대통령을 제물로 삼고자 시도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에게는 같이 가기에는 너무도 큰 짐이다. 노무현과의 차별화는 현실 권력을 제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들이 쓰기에는 쉽지 않은 카드이다. 노무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레임덕 관리이다. 현실권력이 레임덕 방지를 애쓰는 데 이를 치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사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양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까지 노무현의 태도와 입장을 감안 한다면 노무현이 원하는 구도는 정동영과 김근태의 양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노무현이 이들에게 줄 선물이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는 대선도 중요하지만 총선에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의 맹주와 진보세력의 맹주자리는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유혹이다. 2007년 대선 직후 곧바로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는 대선도 중요하지만 총선이 자신들의 정치생명과 직접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사활적이다. 노무현이라는 현실권력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노무현과 함께 해서는 다음 선거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 이들이 대선 시 취할 태도를 검토했다. 열린우리당의 정치공작은 우리의 예상의 범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과 우파가 취할 태도는 무엇인가. 이들의 예상 가능한 정치공작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사전에 폭로하고, 열린우리당이 정치공작을 감행할 경우 사전에 정한 공작의 카테고리에 가두는 것이다. 이를 저는 ‘길목지키기’라고 부르고자 한다.
정치는 다양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기에 예측불가능성이 훨씬 크다. 지금처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후보들의 지지도가 좀처럼 상승하지 않을 경우 더욱 그렇다.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기 어렵다. 이 경우 큰 범주를 정하고, 그것을 규정해 둔다면 정치공작의 효과를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
희망적인 것은 열린우리당의 바닥세가 6월까지 지속된다면 열린우리당의 공중분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경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승리에 대한 확신이다.
2007년 정권교체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출하는 정의로운 일이다. 정의의 길에 모두 함께 나서자. 고지가 저 앞에 있다. 우리는 그 고지를 점령하고야 말 것이다.
대선과 정세전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