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대변인 김명주는 27일 지난 6월 21일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법사위에서,지금 단계에선 국민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에서 할 문제이고 국회와는 상관이 없다”라고 하면서 수사권 문제는 국회가 조정할 수도 있지 않는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보통 조정이라면) 친한 이웃집 아저씨도 할 수 있겠지만, 수사권 조정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도 검 경이 서로 합의하여 수사권이 조정되어 국민들에게 더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최근 국회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입법부가 나서서 그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만 된 때가 아닌가 한다.
아마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경찰서장들로부터 수사권 독립”에 협조해 달라거나 아는 지인들로부터 숱하게 “누구누구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꼭 좀 서명을 해 달라. 어느 의원은 서명을 해주었는데....해주지 않으면 내 입장이 곤란하다”식의 부탁을 받은 것으로 안다. 더 나아가 경찰서로부터 특강을 부탁받아 가면 어김없이 수사권 조정 문제가 나온 걸로 듣고 있다. 이와 같이 노골적이지 않으나 검찰로부터도 은근한 부탁을 받은 분도 많을 줄 믿는다.
기실 정부차원에서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생겨 검· 경간의 수사권조정을 시도하고 양 기관장이 국무총리와 함께 폭탄주 회동까지 했다고 보도 되었음에도 이와 같은 당혹스러운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는 것은 결국은 수사권 조정 문제가 이제는 김장관의 바램과는 달리 “검찰과 경찰에서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할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김장관의 지적대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뒷짐만지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할 노릇이 아닌 것 또한 분명한 것이다. 이제 국회가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하고 국민들과 함께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95조에서는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명문화 되어 있으나, 현실은 많은 사건에 있어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도 받기도 전에 먼저 수사를 개시하고 사후에 검사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개선할 것인가 하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고, 또 경미한 범죄의 경우 국민들이 반드시 경찰과 검찰 두 번에 걸쳐 조사받아야 하는 비능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검사가 반드시 모든 사건에 대하여 사전지휘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도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검사지휘권이 제한 될 경우 사법경찰이 검찰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하는데 반하여 행정경찰에 종속되는 일은 없을지, 또 국민들이 경찰의 수사를 어느 정도 신뢰하고 인권침해는 없다고 확신할 것인지, 나아가 경찰수사의 증거능력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하는 검토 또한 필요할 것이다.
눈치로는 경찰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역대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수사권 조정 문제는 물 건너간다는 생각으로 사생결단인 것 같고, 검찰로서는 이번 또한 잘 뭉개면 다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회는 어느 입장에 기울어지지 않고 정말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수사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대안을 내놓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인을 3류로 보는 국민들의 시각을 고쳐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국민들이 국회에 바라는 것일게다.
수사권 독립 국회는 참견 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