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최고위 보좌진들이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포함하는 새로운 ‘포괄적 접근’(a broad new approach to dealing with North Korea)을 부시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뉴욕타임즈가 美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이 방안은 부시 행정부 내 서로 다른 계파 간 치열한 논쟁을 촉발시켜왔으며, 부시대통령이 이 새 접근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좌진의 말을 인용, NYT는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제안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단서가 있다.
미국의 새 포괄적 접근법의 내용은 북한 문제에 대한 일종의 Two-Track Parallel Approach 곧 병행접근’으로 볼 수 있다. 즉 북핵 포기를 위한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북한과의 평화협정 회담을 병행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의 북한정책에 있어 중대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이 작년부터 북한에 제기해 온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북핵 이후에나 검토해 볼 문제”로 분명한 선을 그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현재의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주장을 펴 왔고, 그 전제 속에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작년부터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이 北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언급하고 나서자, 미국은 “핵 문제 우선 해결”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그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부시 행정부가 비록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하긴 했으나, 핵협상(6자회담)과 병행하여 북한 당국과 평화협정 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는 북한과 한국 내 친북세력이 주장해 온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주장의 수용으로 해석되어진다.
이는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종래 북한 정책이 북핵 저지에 실패하고 있으므로, 북한과의 새로운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새로운 모색이요 시도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분명히 한국을 우회(迂回)하는 것이며,(형식은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상 미·북 회담 위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평화협정 문제는 결국 주한미군 문제로 귀착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 왜 이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인지 그 배경이 주목되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배경은 이란의 핵 무장이 본격화되고 있고, 어떠한 형태로든 이란이 모방하려는 모델 곧 ‘외부세계에 대하여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핵 국가 북한´을 마냥 이대로 놓아둘 수만은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기인하다.
아직 미국의 정책 의도는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다.
예컨대 지금까지 대북 정책의 주요 에이젠다였던 ‘북한 내 억압적 정치체제 문제 곧 인권 문제, 테러 지원 문제, 개혁·개방 문제’ 등이 여전히 협상에 포함될 것인지, 특히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로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떤 복안을 마련했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답보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정 회담을거론했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에게 특히 한국의 보수·우익 계층에게 불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내 친북·좌익 세력들은 前부터 이 방안을 주장해왔으므로, 불감청(不敢請)이나 고소원(固所願)´입장을 취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우려하는 애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북한 정책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큰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NYT 신문은 더욱이,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체제 교체만를 모색해온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도록 키신저 같은 전직 각료 등으로부터 미묘한 압력을 받아왔음을 상기시켰다. 잘 아다시피, 키신저는 수렁에 빠졌던 베트남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월맹과의 직접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월미군을 모두 철수시켰으며, 결국 베트남의 적화통일을 초래한 인물이다.
키신저는 부시 행정부의 북한 정책에 대하여, “북핵 포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체제교체 문제를 들고 나와 상황을 혼란시켰다”고 주장하고, 現 북핵 대사인 크리스토퍼 힐 보다 훨씬 고위 층 간의 정기 미·북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을 적화에 빠트린 장본인이 무슨 염치로 한반도에 대하여 또 유사한 발언을 하는가 하는 비판이 내심 생기지만, 당시 베트남戰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이 다른 선택 방안을 찾기도 어려웠을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인권과 자유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이념을 되새기며, 북한 체제 압박에 압장서 온 부시 행정부... 김정일” 말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워진다고 했던 부시대통령도 한반도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데 지쳐가는 모습이다.
이라크 상태의 장기화, 이란의 철면피 같은 핵무장 기도와 맞물려, 부시행정부의 지도급 인사들은 부시 임기 내에 북핵을 포기시키거나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이 신문은 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규모 원조를 쏟아붓고 있는 사실이 부시 행정부 지도급 인사들을 격앙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의 북한 제재·압박 카드를 무효화시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으나, 미국의 북한 정책 변화가 가시화된다면, DJ 방북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좌파 연합승부수 전략과 맞물려, 향후 한반도 정세가 한층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전개될 전망이다.
美 (北과) 평화협정 검토 NYT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