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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 톤 식량으론 안정 살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이 최근 베이징 회담을 통해 핵개발 유예와 식량원조를 맞바꾸는 내용의 합의를 발표했다. 과거에도 이런 합의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번번이 무위로 끝났다.
(뉴스파인더 조홍래 논설위원)더구나 이번 합의는 한국을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미국과 북한만의 합의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다. 미국 관리들이 한국의 이런 심사를 염두에 둔 듯 남북화해 없이는 북미관계 개선은 없다는 말로 한국을 위로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큰둥하게 들린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3일 의미심장한 사설을 썼다. 미국, 다시 북한의 농간에 빠지다”(The U.S. falls again for North Korea's tricks)라는 제하의 이 사설은 결론적으로 식량 24만 톤을 받는 대가로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고 우라늄 농축을 유예하며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한다는 북한의 약속은 사기라고 단정했다.
힐러리 이번 합의 과대포장 말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장 신랄하게 꼬집은 사람은 이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였다. 그는 “똑 같은 말(馬)을 (북한에서) 다시 사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게 3년 전이었다. 그가 한 말의 의미는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에 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연료, 식량, 석유 같은 뇌물을 바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2월 29일 북한과의 합의를 발표했다. 같은 행정부에서 왜 이런 반전이 이루어졌을까 매우 궁금하다.
그나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신중한 말을 했다. 북한과의 합의가 “좋은 방향으로의 미미한 첫 걸 걸음”이므로 이번 합의를 과대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 합의를 계기로 북한의 김정은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 시설을 IAEA 사찰관들이 둘러보면 북한의 진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찾기가 어렵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합의를 통해 김정은이 당장에 얻을 수확에 주목했다. 그 첫 번째가 4월 15일 “태양절”이다. 이날은 김일성의 1백회 생일날이다. 김정은은 이날 미국이 조공을 바쳤다며 금년에는 공화국이 큰 발전을 할 것이라고 떠벌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베이징 합의의 일환으로 세계 최악의 독재자의 하나인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아울러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향”이 없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의 행적으로 미루어 핵 사찰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게 거의 확실하다. 우라늄 작업은 영변 이외 지역에서도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IAEA 관리들이 영변을 시찰하고 나서 우라늄 농축은 중단되었다고 말한다면 바보가 되는 셈이다.
일시적이나마 핵실험 중단 효과?
이번 합의는 친미적인 이명박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금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사술(詐術)은 이미 시작되었다. “건설적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은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며... 제재를 해제해야 하고 경수로 규정도.. 만약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또 미국이 식량원조에 대한 모니터링을 고집한다면 핵 사찰은 없던 일로 할 것이다” 이게 북한 정권이 지껄인 수사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을 사는가?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우라늄 농축의 ‘제한적 중단’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정도이다. 하긴 북한과의 대화가 새 지도자의 나쁜 행동을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일시적이나마 핵 실험을 중단하고 대남 도발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정’은 24만 톤의 식량으로는 살 수 없다. 김정은은 2,400만 북한 주민을 계속 억압해 안정을 도모한다. 북한의 이런 속성을 알고도 오바마가 대화를 선택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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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기에 또다시 말려든 미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