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 때문에 18대 임시국회가 무산됐었죠. 이에 따라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폐기 직전에 놓여있습니다. 이 중에 관심을 끄는 중요한 법 중 한 가지가 바로 중중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인데요. 이 법안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신 아주대 의대 이국종 교수가 그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돼서 추진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국민들도 화가 많이 나겠지만 중증외상환자치료센터 건립을 평생의 꿈으로 생각한 이국종 교수의 마음이 아주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 지난 25일 경기희망포럼 특강에서 내놓은 발언 때문에도 더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 이국종 교수 연결해 심정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 아주대 의대 이국종 교수 (이하 이국종)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2월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어요. 통과 직전이었는데, 이번 임시국회가 무산되면서 자동 폐기될 지경에 놓여있습니다. 심경이 어떠십니까?
이국종 : 이 분야에 대한 기금과 돈이 없어지려고 해서, 제가 개인적인 돈을 받지 못하게 돼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닙니다. 저희들은 정책을 만들지 않습니다. 정책의 도구일 뿐이거든요. 어떤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거기에 따라서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고, 잘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뿐인데 입법기관이나 정부에서 제대로 정책을 내려 보내주지 않으면 현장에서 굉장히 힘들거든요.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법안은 소위 국민의 편익을 해결하기 위한 그런 민생법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접 연결이 되는 생명과 관계있는 법안입니다. 정부에서 잡히는 통계만 봐도 하루 100명씩 외상 환자들이 돌아가시고 계시는데요. 최소한입니다. 그리고 그중 최소 35% 외국 스탠다드로는 절반이 넘을 수 있는 그런 분들, 하루 50명 넘는 분이고 1년이면 만 명이 넘는 분들이 원래는 죽지 말아야 하는데 돌아가시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국회 차원에서 여야가 현장을 돌아보시고 중진 분들이 입법안을 발의하신 거거든요.
앵커 : 지금 저희 홈페이지로 문자들이 막 올라오고 있군요. "저희 아빠가 많이 다치신 적이 있어서 이 법안 꼭 통과되기를 바라는데 정말 화납니다. 그래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꼭 중증환자센터 설립을 바랍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국종 교수님께서 직접 발언하신 것을 인용해 보면요. 이 법안 미처리는 도덕의 문제라고 비판하시면서. 국회에 최루탄을 던지고 전기톱을 동원하던 그런 치열함을 보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법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기위해서는 법안 내용을 상세히 알 필요가 있는데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간단히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네요.
이국종 : 거두절미하고 그 표현만 얘기하시니까 제가 꼭 나쁘게 얘기한 것 같은데, 어떤 조직이든 직장이든 내부적인 갈등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심하게 격론을 벌이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사실 국회에서 그런 일이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적으로 치열하게 열심히 일하는 한 발로라고 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임기 막바지라고해서 중증 외상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그런 법안들이 어떤 의회에서 치열한 논쟁이나 대치로 심각한 토론을 거치면서 이게 만약에 폐기가 된다고 한다면,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책의 도구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런 치열한 논쟁도 이루어지지 않은 과정에서 수많은 법안과 묻어져서 같이 사장되는 상태에 있다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앵커 : 이 응급의료법 개정안이라고 하는 것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연 2000억 원으로 늘린 기금인데 이것을 2017년까지 계속 늘리게 한 것이고요. 그 외에도 중요한 사안이 있는데 지금 이 법안에 대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꼭 실현되어야 한다는 사항은 어떤 겁니까?
이국종 : 저는 응급의료법으로 제가 오해받는 것 중에 하나가 제가 돈을 꼭 늘려야 된다고 해서 돈이 꼭 필요하다, 계속 그렇게만 비춰지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운데요. 제가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분야로만 제가 외상외과전임강사를 받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방식도 정부에서 지원받은 게, 오늘 이 순간에도 정부에서 따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고요. 또 최근에 중증외상특성화사업이라고 조금씩 지원이 나오던 것도 올해부터 끊겼습니다. 결코 저는 돈을 바라보자는 문제가 아니고 국가 정책의 방향인 것 같은데, 국민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있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정치권에서 많이 말하는 사회적인 약자들이고 노동계층입니다. 그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법들이거든요. 저는 그게 기금의 형태든, 정규 예산의 형태든 이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 이렇게 국민이 많이 죽어가고 있는 의료 분야에 대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그래서 기금법안이 통과되고 안 되고는 저도 사실은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요. 언론인 기자님이 전화를 해줘서 알았습니다.
앵커 : 지금 이국종 교수님께서 자신의 직업적 사적 욕구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 문제는 염려하실 필요가 없는데 다만 좀 까다롭게 걸려있는 문제는 최재천 국회의원 당선자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 관련해서 약간 설전이 벌어진 바가 있는데, 간단히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언급해보자면, "세금은 보편적으로 적용돼야하는 것이고 즉 수요자들 누구에게나 되는 것이어야 하는데 기금이라는 것은 한정된 재원을 한정된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응급의료센터 지원과 관련된 것은 교통 과태료를 조성을 해서 쓰는 것인데 이 과태료가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교통 문제로 사고가 나는 사람이 통계상 5%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이 조성내용을 보편적 적용을 위해서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의회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문제제기였어요. 법안의 문제로 가면 조금 복잡해집니다만 지금 최재천 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반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국종 : 사실은 기금화 되는 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저는 이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는데요. 기금이 어떻게 됐든 예산이 어떻게 됐든 저같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정책만 내려오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분께서는, 그리고 그분이 대표로 있는 한강 법무법인 같은 경우는 의료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소송을 하시고 있고, 의료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일 겁니다. 그런데 중증 환자의 5% 정도만이 교통사고라고 하시는 것은 지금 저한테 오늘 이 순간에 입원해 입원하신 중증 외상환자만 30분 되고, 제가 어제 새벽까지도 수술을 했고, 또 지금 한 분이 응급실에 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다 교통사고거든요. 전체 입원환자의 반이 넘습니다. 그나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요즘에 많이 개선됐지만, 제가 처음 시작한 10년 전에는 제가 했던 전체 중증외상 환자의 80%가 교통사고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자살이나 강력 범죄에 연루되신 분들이 많아 그 비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비율이 반이 넘습니다. 그런 제 환자분들을 각 국회에서 의원들이 오셔서 보시고, 환자분들 차트를 한분, 한분 다 보셨다고요. 저는 그 의원님들을 진짜 존경합니다. 그분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자기가 했단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추악하게 다친 어린아이들에게 지원해주신 의원님도 계십니다. 최영희 의원님이십니다. 그런데 정말 제가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그런 최영희 의원님이나 이번에 입법을 발의하신 분들이, 그 당선자 분이 계신 민주당의 중진 분들이고 제가 다 존경하는 분들이거든요.
앵커 : 주승룡 의원이 발의했죠?
이국종 : 그렇습니다. 제가 간청을 드리지도 않았는데 주승룡 의원께서 처음에 보건복지위를 맡자마자 현장 환자들 다 보시고, 차트 보시고, 환자들 수술 부위를 다 살펴보시면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뼈저리게 느끼셔서 한 것이고 저는 그래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당의 의원이시고, 그분이 소수자와 약자의 의견을 대변하신다고 하는데, 제 환자들이 그런 분들인 것을 아시기 때문에 그 당의 의원님들께서 발의하시고 도와주시고 했던 법안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오해를 하신다는 것이 굉장히 가슴이 아픕니다.
앵커 : 통계 사실성 여부가 중요하고요
이국종 : 통계라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중증외상환자가 전국에서 해마다 3만 명 이상이 죽어나가고...
앵커 :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중증 환자들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더 이 교수님 말씀에 공감을 하는 것이고...
이국종 : 예전 보건복지부 공직자분들이 가장 많이 시달리는 민원 중 하나가 응급실에 누가 갔는데 잘 봐달라는 부탁하라는 그 전화를 보건복지부 관계자 뿐 아니라 저도 많이 받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특히 중증 외상 환자를 다뤄야 되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나 의사를 알고 있거나 어느 병원에 압력을 넣거나 전화 한 통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 물론 중산층 이상이거나 그런 분들은 그런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추락하시거나 밤에 택배 배달을 하시다가 오토바이가 미끄러져서 다쳐서 돌아가시는 분들, 특히 요즘 같은 경우 제 환자분들의 20% 정도는 우리나라에 투표권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기반 사업을 위해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이신데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정작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는 겁니다.
앵커 : 이국종 교수께서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석해균 선장이 치료 받을 때에는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찾아와 센터 건립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하더니 이제와 나 몰라라 한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 그러니까 유력 정치인들,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약속하신 적이 있는데, 이국종 교수님께서 느끼시는 마음의 불편함은 다른 모든 국민들이 같이 공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국종 :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결코 여기 오신 국회의원 분들이나 더 높은 분들에 대해서 제가 어떤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의료계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고, 사회적으로 너무 필요한데 의원 분들이 먼저 찾아와 주신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 의원님들 중에서도 그 비하인드를 이해하지 못하시고 왜 이법이 제정되고 법사위로 넘어가게 됐는지, 법이라는 것은 입법 취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것을 잘 이해 못하시고 너무 쉽게 트위터에 제 이름 뒤에 오진이라고 붙여 놓으시고, 의사한테 오진이라고 하는 것은 입에 담을 수 있는 가장 모욕적인 얘기거든요. 그런데 이름 뒤에 오진이라고 붙이시면, 지금도 조금 있다가 환자 수술 들어가야 되는데, 그건 굉장히 안 좋은 얘깁니다.
앵커 : 사실은 이 교수님과 최재천 당선자 두 분의 대립으로 상황을 볼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지금 이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복잡한 법리 해석 이전에 법의 취지가 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좀 더 치열하게 이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알아듣겠습니다. 갖고 계신 말씀과 생각이 전달된 것으로 믿고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함께한 파워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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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교수>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