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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년:오늘과 내일

기사등록 일시 : 2012-09-06 12:10:04


부제목 : 인내심 갖고 대중관계 꾸려나가야 지난 8월 24일로 한중 양국은 수교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대륙과 한반도와의 관계가 수천년 동안 이어져왔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수교 20년’이라는 표현 자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뚜렷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는 3국시대 부터만 따지더라도 양자 간의 관계는 2천년이 넘는 대장정입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 원장] 한중관계의 역사 속에서 보면 1894년 청일전쟁 이전까지의 관계는 불평등한 관계였습니다. 대륙의 왕조가 당, 명, 청 등으로 변천하는 중에 대륙과 반도는 중심과 주변 또는 종주국(宗主國)과 종번(宗蕃)의 관계로 지내왔습니다. 이 기간동안 반도는 대륙 황제의 우세한 지위를 인정하고 조공(朝貢)을 바쳤으며, 반도의 사신이 황제를 만날 때에는 삼궤구고(세번 무릅을 꿇고 아홉 번 이마를 땅에 닿게 함)의 예를 행해야 했습니다. 이는 대륙의 황제를 천하의 중심으로 인정하는 징표였으며, 반도는 조공과 의례를 통해 중국대륙으로부터의 침략을 예방하면서 제3의 적이 침입해올 경우 대륙으로부터의 군사적 지원을 약속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에서부터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해간 1905년까지는 제3의 세력에 의해 강요된 평등관계를 구가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청국과 맺은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청국은 조선을 완전무결한 독립국’으로 인정한다(제1조)”는 합의와 “조선이 청국에 대해 행해오던 모든 전례들을 폐기한다(제2조)”라는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이로서 반도와 대륙 간의 조공관계는 청산되었습니다. 일본은 러일전쟁 승리 후인 1905년 7월 러시아와 맺은 포츠머스(Portsmouth) 조약 제2조에서 “러시아는 일본제국이 한반도에서 배타적인 정치, 군사, 경제적인 이익을 소유하는 것을 인정한다”라는 합의를 얻어냈고, 이어서 7월에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도 한반도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어서 11월에는 일본군이 덕수궁을 포위한 가운데 을사늑약을 맺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해 갔습니다. 이렇듯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부터 대한제국이 외교권을 상실했던 1905년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중국과 한반도는 처음으로 평등한 관계에서 공사(公使)를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과 대륙은 기나긴 단절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1910년 한일합방과 35년간의 일제식민 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고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까지 87년 동안 국교가 없는 상태로 지내야 했습니다. 한국전쟁 중에는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앞세우고 참전함에 따라 양국관계는 적대국의 관계가 되었고, 전쟁 이후에도 지겨운 단절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1992년 역사적인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이후 양국은 실로 눈부신 속도로 관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진작에 터졌어야 마땅한 교류협력의 물꼬가 터지면서 경제교류는 폭발적으로 신장했습니다. 20년 사이에 교역규모는 35배로 증가하여 2011년 교역액이 2,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인적교류 역시 641만 명으로 71배나 증가했습니다. 오늘날 양국은 12만 명의 유학생을 교환하고 있는 밀접한 동반자가 된 것입니다. 2008년 5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과 함께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합의했고, 이에 힘입어 경제교류도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향후의 한중 경제관계도 계속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중국이 선진경제대국으로 도약하면서 민간소비 활성화, 산업구조 고도화, 위안화의 국제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 간의 경제교류도 한 단계 더 고도화될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한중관계를 생각하면, 넘어야 할 장애물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G-2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그리고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여 북중동맹을 강화함에 따라, 적어도 정치군사 분야에서의 한중관계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냉경열(政冷經熱)이라고 부릅니다. 즉, 정치군사 관계는 냉각되어 있고 경제관계는 뜨겁다는 뜻입니다. 정치경제 관계가 답보상태 머무는 동안 천안함-연평도 사태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의 구금 및 고문 등 껄끄러운 사건들이 가세하고 있습니다. 양국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이 무한정 지연되는 중에 중국이 이어도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사태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한중관계가 넘어야 할 산들입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정냉경열(政冷經熱) 상태를 단번에 개선하여 정치군사 관계를 경제관계의 수준에 이르도록 할 방도는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지 않습니다. 중국에게 있어 한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중국이 중시하는 주변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이웃입니다. 한국에게 있어 중국은 국가생존 외교의 중요한 대상국이자 통일외교의 대상입니다. 양국이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는 한 때로는 더디게 때로는 신속하게 양국관계는 앞으로도 진화해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1992년에 다시 되찾은 동등한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대중관계를 꾸려나가야 합니다. 국가생존과 통일을 도모해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은 주변국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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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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