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의 딜레마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무덤 파기일 수도...
[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5일부터 20일간 대장정에 돌입하는 19대 첫 국정감사가 국정감사를 빙자한 대선후보에 대한 네가티브 공방전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일간 이어지는 국감기간 내내 이어질 공방전으로부터 후보 3인방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캠프의 고민이 가장 커 보인다는 얘기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박근혜-문재인 검증공방에서 자당 소속 149명과 128명의 의원들을 총동원할 수 있지만 현역의원이 없는 안 후보 캠프는 민주당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까지는 야권의 2대 후보 중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경쟁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도 방어벽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확인된 안 후보에게로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의 십자포화도 문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각 상임위원회의 소속 위원을 총동원하여 최대의 반사이익을 누리려 할 것이다. 정무위는 산업은행의 안철수연구소(안랩) 투자 과정에서의 뇌물제공 의혹을, 지식경제위는 재벌회장 구명 탄원서를 비롯한 브이소사이어티 활동을 각각 다룰 계획이다.
정무위와 국토해양위 등에서는 안 원장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인수 의혹, 포스코 사외이사 활동, 재개발 '딱지' 거래 및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등도 검증 대상이 될 것이다.
국방위에서는 안 후보가 과거 자신의 책을 통해 군 생활이 엄청난 공백기였고 고문이었다고 한 발언에 대한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 국군통수권자가 될 대선후보로서 그런 발언이 적절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려 할 것이다.
교과위는 안 후보가 교과서에 등장한 경위를 따질 수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20대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높은 데 대해 "교과서가 큰 영향이라고 본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인식돼 있는 것이 아닌가. 교과서 27군데나 안 후보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학교 다닐 때 입력이 무의식중에 돼 있는 상황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안위는 서병수 사무총장이 제출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 사무총장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선거에 나서는 정당 후보가 후보등록을 안하거나 등록 후 사퇴한 경우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가 사퇴할 경우 민주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도록 하자는 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야권후보단일화 흐름에 대한 표적입법이며 후진정치의 전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당혹감을 느낀 안 후보 측은 국감을 앞두고 민주당에 SOS를 쳤지만 민주당은 적극적 방어보다는 협력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볼 때 야권단일화를 앞둔 상황이어서 안 후보를 보호해야하지만 그렇다고 당 소속도 아닌 무소속 장외 후보를 대놓고 보호할 수도 없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전술이다.
특히 민주당이 아닌 문 후보 입장에서만 본다면 야권 후보단일화를 거치면 거치는 대로, 3자대결이면 3자대결대로 어찌됐건 경쟁자에 불과한 안 후보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검증을 하는 것이 옳으냐는 가치판단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지원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근 간담회에서 "안 후보 쪽에서 국감과 관련해서 방어 좀 해달라고 전화가 많이 왔었다. 우리가 그래도 대놓고 (방어는) 못 해도 속 좁다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과하지 않게 협력적 방어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민주당과 캠프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된다.
한편, 이처럼 사면초가에 몰린 안 후보캠프에서는 잇단 검증공세에 사과나 해명할 부문은 하되 흑색선전이나 비방에 대해서는 여론을 등에 업고 대응하기로 했다. 4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안 후보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남을 두드리고 패고 흠집 내고 상처내서 이기는 정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자신의 장점을 통해서 이기는 정치가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최근의 여러 의혹에 대해 "오히려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고 있고 국민들을 믿고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무소속 안 후보에게 절대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국정감사를 놓고 과연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과 그 후보들에게는 유리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공방을 빙자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다면 그 후폭풍은 무소속 안 후보보다는 양당의 박-문 후보에게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국회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네가티브 공세에도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한 유권자들인데, 자당 후보들에게 유리한 선거 국면을 만들기 위해 18대에 이어 19대 국회까지 민생문제를 외면한 채 국회마저 네가티브 공세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새누리당으로서는 집권당이 자당 후보의 대선경쟁력이 떨어지자 유력한 무소속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면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다가올 국감을 선거용이 아닌 정책국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누누이 밝히고 있지만 정책국감을 외치면 외칠수록 ‘안철수 낙마용 국정감사’가 아니냐는 의혹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각 상임위별로 다수당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안철수파헤치기'를 함으로써 흠집 내기 수준을 넘어 낙마에까지 이르게 하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속내가 아니냐는 의혹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그런 위험인자를 안고 새누리당이 안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거나 아예 낙마를 시키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새누리당과 박 후보에게 유리한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안 후보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는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민주당의 문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될 가능성이라는 후폭풍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에 대한 경쟁력이 큰 것은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경쟁력은 문 후보가 크다는 점에서 3자 모두 완주할 가능성이 큰 레이스로 보인다.
그런데 안 후보 하나만 치명상을 입혀 퇴출시킬 때 나타날 수 있는 나비효과가 과연 무엇일지 새누리당으로서는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감사에서의 검증과정은 안 후보의 딜레마가 아니라 후보 모두의 딜레마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의 제 무덤파기가 아니냐는 예상도 나올 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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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감 새누리당 제 정신이 아닌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