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패러디와 관련하여 경찰에서 독립신문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독립신문에 적용된 범죄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민주국가에서 형법전에 열거되어 있지 않은 범죄혐의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불법이며 권력 남용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먼저 근거 법조항을 밝혀야 한다.
예상되는 침해 법익은 명예훼손이다. 그러나 독립신문에 게재된 패러디가 명예훼손의 범죄라고 보기 힘들다. 명예훼손에 관한 형법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제307조 (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제308조 (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제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개정 1995.12.29>
②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개정 1995.12.29>
위의 명예훼손죄 조항들을 보면 분명히 고소가 있던지 피해자가 처벌을 명시적으로 원해야 한다. 특히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패러디의 경우 그것은 진실성의 여부와는 거리가 멀다. 허구이기 때문이다. 소설과 같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패러디 그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민군복장을 입힌 것이다. 이것은 진실의 문제가 아니다. 허구일 뿐이다. 대통령이 그로 인해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고소를 하거나 처벌을 명시적으로 원했어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 번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패러디가 메인 화면에 게시된 적이 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범죄라고 하기는 어렵다. 만약에 경찰이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의 패러디를 가지고 죄목도 불분명한 가운데 독립신문을 압수수색하였다면 그 당시 박근혜 대표의 명예를 위해 청와대를 조사하였는지 묻고 싶다.
경찰이 형법에 근거하지 않고 단지 독립신문을 겁주기 위해 또는 청와대에 잘보이기 위해 그런 불법적인 행위를 하였다면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민주국가로 불리기 힘들 것이다. 민주경찰이 위압적으로 무고한 기관이나 개인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옛 봉건시대의 경찰이나 북한과 같은 군사독재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횡포다. 경찰이 만약에 법에 따라 정확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의 지휘자는 마땅히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
과잉충성이냐 독립신문 죽이기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