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기자의 시사펀치
새누리당이 본심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눈물'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6.4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2일 최경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할 때가 됐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일 열린 경북도당 선거대책위 발대식에서 이철우 도당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눈물 사진을 펼쳐 보이며 "새누리당의 종갓집인 경북도당이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최경환 위원장의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거나 말실수가 아니다. 대통령의 눈물을 선거에 활용하라는 새누리당의 방침에 따른 의도적인 발언이다. 22일 새누리당 중앙당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 담화 동영상을 선거에 활용하도록 각 시도당에 공문을 보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중앙당 홍보국에서 작성한 공문은 '웹하드에 대통령 특별 담화를 편집한 동영상을 올려놓았으니 후보자가 활용하라'는 내용이다. 이 동영상은 박 대통령이 담화 마지막 부분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편집된 것이라고 한다. 경북도당은 눈물 흘리는 박 대통령의 사진에 ‘경북도당에서 눈물을 닦아 드리겠습니다.“ ’라는 문구를 넣어 도당 사무실은 물론 지역 당협사무실에 게재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눈물과 선거 활용은 청와대의 의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22일 최경환 위원장의 발언과 새누리당의 공문 발송 이틀 전인 20일 청와대 홈페이지 ‘활짝 청와대 이야기’에 ‘세월호...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세월호 관련 박 대통령 홍보 동영상이 게시됐다. ‘활짝 청와대 이야기’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 동향을 영상으로 게시해 홍보하는 코너다.
세월호 영상에는 합동분향소 조문 연출 부분이 빠진 반면 대통령 담화 당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영상 중간 중간에 클로즈업돼 편집됐다. 또 대통령과 유가족 면담 부분에서는 특별법 제정 등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제외됐다.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온 국민과 전 세계의 면전에서 유감없이 과시하고서도 대통령의 치적(治積) 홍보에 열을 올리는 청와대의 안하무인도 놀랍지만, 그것이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발언과 지방선거 활용 지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한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기로서니 대통령의 눈물을 선거에 활용하고,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할 때'라니…. 실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진도 팽목항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6명의 실종자가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피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건만 서둘러 대통령의 눈물 닦기에 나선 데서 새누리당의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거나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공당(公黨)이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걱정하고 각하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사조직에 다름 아니다.
가뜩이나 지난 1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있고 비판적인 여론이 적지 않았던 터다. 그러던 차에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눈물을 선거에 활용하겠다고 나온 것을 보면,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난이 괜한 시비가 아니었던 셈이다.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은 위정자의 위선적인 거짓 눈물을 가리키는 통속어다. 새누리당의 행태는 대통령의 눈물이 선거용에 불과한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2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팽목항 방문은 지난 4월 3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정희 대표는 정치권이 6.4 지방선거 운동에 돌입함으로써 팽목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종자 수색작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왔다. 이 대표는 "선거기간에도 팽목항이 잊혀지면 안 됩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와 팽목항을 잊지 말자는 다짐으로 이어져야 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고 각하와 정권의 안녕만을 걱정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와 심판의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 오후 6시, 61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개최하는 '세월호 추모집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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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대통령의 눈물은 새누리당 선거용 눈물이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