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이달 들어 지난 2년 간 다져온 북핵 평화외교와 확대된 경제·통상·자원 외교의 지평을 올해로 잇는 활발한 정상외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난해가 3개 대륙 11개 국가에 이르는 전방위 외교였다면 올해 상반기 정상외교는 유럽이 주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먼저 올해 상반기 첫 해외순방으로 내달 독일과 터키를 방문한다.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의 초청으로 유럽연합(EU)의 핵심국가인 독일을 국빈방문한다. 슈뢰더 총리와의 한-독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나라 교역·투자규모 확대를 집중 논의한다. 아울러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등 실질협력 관계를 증진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독일에서는 2005년이 한국의 해 로 지정돼 9월의 베를린 아시아태평양주간 행사, 10월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문화·학술행사가 연중 개최된다.
이어 17일까지는 우리나라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해 경제·통상·문화교류의 기반을 다진다. 한-터키는 지난 1957년 수교했다. 노 대통령은 아흐멧 네즈뎃 세제르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교역·투자 증진 △정보기술(IT)과 방위산업체 분야 협력증진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한국기업의 터키 투자확대, 민영화사업 참여, 제3국 건설시장 공동진출을 추진하고 모색한다.
터키 방문은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외교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이슬람권 외교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어 5월 9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지난해 9월 모스크바 한-러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러시아 방문으로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미국, 독일, 중국 등 초청된 정상들 간의 활발한 정상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순방 일정 못지않게 외국정상들의 국빈방한과 국내에서의 정상회담도 연이어 열리고 있다. 3월 들어서만도 △10일 한-헝가리 정상회담이 열렸고, △17일 한-콩고민주공화국 △23일 한-아일랜드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지난해 터키 총리(2월), 스웨덴 총리(3월), 쿠웨이트 총리, 일본 총리, 요르단 국왕(이상 7월), 말레이시아 총리(8월) 방한과 잇단 정상회담 일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쥬르차니 헝가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투자 교역 확대뿐만 아니라 자동차, IT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경제협력협정 서명식을 거행, 89년 수교 이후 16주년을 맞이한 두 나라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헝가리는 EU가입을 계기로 유럽 중 동구 지역의 관문(Hub)국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EU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는 등 헝가리의 경제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가고 있다.
17일에는 죠셉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DRC)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콩고의 경제재건 지원과 자원개발에 한국기업 참여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콩고가 구리, 코발트, 다이아몬드 등 천연 광물자원과 석유가 풍부한 점을 감안하면 경제·통상·자원외교의 적잖은 성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아프리카지역 외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는 23일에는 메리 맥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두 나라는 지난 83년 수교했으며, 아일랜드 대통령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서 ‘켈트의 호랑이’라고 하는 아일랜드는 특히 1987년 사회협약 체결에 성공함으로써 87년 1만 달러였던 국민소득이 96년 2만 달러, 2002년 3만 달러 수준으로 비약했으며, 1990년대 후반 국가혁신을 이뤄 평균 9.9%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다. 이번 정상회담이 선진사회협약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양국의 경제·통상 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많다. 특히 오는 5월 개최하는 제6회 정부혁신세계포럼과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는 세계 각국의 수반이 대거 참석해 한국을 무대로 한 활발한 외교가 펼쳐진다. 두 대회를 주최하는 우리로서는 다자간 정상회담으로 외교지평을 넓히고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평화 통상외교 성과 올해로 잇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