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미군기지 환경오염 관련 청문회가 25, 26일 양일간 열리고 있다. 25일 국방부와 환경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수천억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를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한국이 떠안게 된 과정, 반환과정에서 SOFA 규정까지 위반됐다는 점 등이 밝혀지기도 했다.
민주노동당과 2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긴급행동)은 26일 오전 9시 반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문제와 졸속 협상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그나마 밝혀진 진실, 기름과 범벅돼 땅에 묻히지 않길”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태완 서울시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국방부, 환경부에 이어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안보실을 대상으로 26일 청문회가 진행, 마무리된다”면서 “졸속적인 반환 미군기지 협상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국장은 25일 열린 청문회에서 환경오염 문제와 SOFA규정 위반에 대한 계속되는 질의에 대해 김장수 국방장관이 ‘시간을 더 끌어봐야 갈등만 야기할 뿐 한미동맹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한미동맹을 주술처럼 외우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서 국장은 “6천억원에서 2조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환경정화 비용을 우리 국민이 뒤집어쓰게 됐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면서 “25일 청문회에서 단병호 의원은 ‘환경정화 비용이 15조원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에 반환된 미군기지가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의 단 4%”라며 심각성을 설명하고 청문회를 통해 그나마 밝혀진 진실이 (미군이 버린) 기름과 함께 범벅돼 땅 속에 묻히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미군이 버리고 간 쓰레기 치우기 위해 세금 못낸다”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름오염이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미 반환받은 미군기지 터에서는 아직도 기름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의 미군기지 주변 공여지를 포함해 총 8천 6백만평이 쓰레기, 기름, 중금속 등으로 오염돼있을 것”이라고 규탄한 안 사무처장은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연결된 종단 송유관은 그 페쇄 비용만 조 단위로 추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 대책을 위한 주민모임’을 구성했다고 밝힌 김종민 용산구위원회 위원장은 “용산미군기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용산 주민들을 위한 생태공원이 아니라 미 대사관의 정원을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군은 ‘호텔, 헬기장 등은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엔이 근무한 곳에서도 기름이 유출되고 있는데 자기 땅이 아니라 버리고 나갈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허운영 부산 하야리야 미군기지 시민공원 추진본부 공동운영위원장은 “미군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세금을 내야하냐”면서 “세금 못 낸다”고 규탄했다.
국회는 책임규명을 철저히 하라"
허 위원장은 “정부가 앞으로 반환될 96% 미군기지에 대해 ‘환경조사 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언급을 했다”면서 “우리 땅을 ‘죽음의 땅’으로 돌려받을 수는 없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SOFA 절차 조차 위반한 미군기지 반환협상에 대해 국회는 책임 규명을 철저히 하라’고 촉구하면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노위에는 홍준표, 박근혜, 한명숙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포진해있지만 홍준표 환노위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청문회에 불참했다”고 지적하면서 “대선후보들이 SOFA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SOFA 개정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미군기지 환경협상의 모든 의혹과 책임을 가려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청문회 책임규명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