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석폐율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석폐율제란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가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 등록한 뒤 낙선할 경우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해당 지역에서 10% 이상 득표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의석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역구 의원은 아니지만 지역민으로부터 일정 이상의 지지를 받은 비례대표 의원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명분이 선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소수야당 뿐 아니라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까지도 반발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지역구수를 유지하면서 상대 당 우세지역에서까지 의석을 늘리려는 셈법이라는 주장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냄새나는 탐욕을 비단 보자기에 싸고 있는 셈”이라고까지 했다.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정당의 발로로 넘길 수도 있지만, 다소 신랄하기까지 한 이런 비판에도 이유는 있다. 석폐율제 도입에 따른 대안의 부제다.
우리나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도 극복과 더불어 각계각층과 직능대표성을 높이고, 지역구 활동이 힘든 전문가와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를 가진다. 그런데 지역주의 극복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실제 석폐율제를 실시해도 54석인 비례대표 총 의석수에는 변함이 없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15명 이상이 지역에서 석폐율제 혜택을 보게 된다고 하니 일반 비례대표 수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단순히 숫자로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석폐율제 도입에 따른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지역주의는 선진정치로 나아가는데 있어 여전히 극복해야 할 우선 과제다. 그런 만큼 다양성도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기서 소수의 의견과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의 공통된 몫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 또한 살릴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
| 
석폐율제 좋지만 다양성 반영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