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넘어가더라도 야권통합 완성단계 이르면 더 크게 불거질 문제
(뉴스파인더)4.27 재보선 직후부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대해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처음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변희재 본지 발행인이 빅뉴스에 게재한 칼럼 유시민, 우파 커밍아웃하며 함정 빠져나와야’였다. 변 발행인은 노선만 보면 유시민은 민노당은커녕 현재의 좌클릭한 민주당도 아닌,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친이계와 유사하다. 이런 유시민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기웃거리며 통합하자 그러니, 여기서부터 유시민의 정치적 명분은 다 사라진 것”이라며 “지금 유시민은 과연 어떻게 정치적 재기를 할까 모색 중일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북한 3대세습, 한미FTA 등에서 유시민 본인의 신념과 원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민노당식 독재 사회주의 세력과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변희재 발행인 주장을 인용해 칼럼을 게재하면서 큰 논란으로 번졌다. 2일자 칼럼 ‘한나라당, 유시민 영입 어떤가’에서 김 논설위원은 유시민 대표가 지닌 친시장적 성향, 자유라는 가치와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추구한다는 점 등 ‘우파 본색’을 들어 “유시민은 민주당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년 전 6.2 지방선거 뒤 ‘왜 여권 쪽엔 이광재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한탄했던 MB나 한나라당은 당장 유시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충성심이든, 신념이든, 마키아벨리적 계산에서든, 자신이 하는 일에 유시민만큼 치열한 결기를 보인 인물이 여권엔 없다. 한나라당이 구애해야 할 개혁성향의 젊은층, 수도권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도 딱 맞다”고 기로에 선 유시민 대표의 ‘한나라당행’을 귄유했다.
김 논설위원은 끝으로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가 민주당에서 기회를 잡았듯이 유시민이 한나라당에서 손학규 이상의 몫을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내다봤다.
우파진영의 반유시민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김 논설위원의 이 글은 역설적으로 유 대표의 우파 본색이 더 이상 감추기 힘든 수위까지 드러났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동안 야권에서 차기대권주자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유 대표의 정치적 성장이 좌파 이념노선과 부딪히면서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작 정체성 문제는 빼놓고 비판한 미디어오늘과 뷰스앤뉴스
그러나 정작 김순덕 논설위원의 한나라당 유시민 영입론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좌파 성향 언론이었다. 뷰스앤뉴스는 2일자 기사 ‘엽기 <동아일보> “MB, 유시민 당장 영입하라”’를 통해 “김 논설위원의 이 같은 글은 언론이 집권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여서, ‘<동아일보>는 마지막으로 남은 MB언론’이란 세간의 비아냥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라고 비난했다.
미디어오늘도 2일 ‘한나라당이 유시민 영입하라는 동아 논설위원’이란 기자칼럼을 통해 “동아일보의 한 논설위원이 한나라당에게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를 영입하라는 ‘생뚱맞은’ 주장을 펼쳤다”면서 “김 위원의 이 같은 주장에 과연 유시민 본인 뿐 아니라 수많은 그의 지지들이 동의할지 의문” “특히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이라는 말과 유 대표가 했던 ‘선진화’ 등의 표현이 유사할지 모르겠으나 MB정부 들어 검찰·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옥죄었던 행태를 보인 이 정권과 ‘진보자유주의자’가 어떤 점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유 대표가 비판을 받는다 해도 한나라당에 기웃거릴 정도로 철학이 부재하고 자기부정을 밥먹듯하는 정치인은 아닐 것이리라 짐작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라 경계했다.
그러나 뷰스앤뉴스와 미디어오늘의 기사에는 아전인수식 해석 외에 구체적으로 유 대표가 김 논설위원 주장과 달리 자유주의자가 아니라는 논리적 근거는 빠져있어 제대로 된 반론이 되진 못한다. 유 대표가 좌파가 아닌 우파적 가치관과 가깝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없다. 다만 진영논리에 따른 감정적 불쾌감만 녹아 있을 뿐이다.
경향신문도 핵심인 정체성 문제는 슬쩍 넘어가
한편 국민참여당 창당 당시부터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칼럼도 주목할 만하다. 이 논설위원은 경향신문 5일자 칼럼 ‘유시민, 떠나든가 돌아오든가’에서 “그의 대선전략은 만만한 군소정당을 묶어 비민주 단일후보가 된 뒤 민주당과 단일화하는 것이다. 그가 이런 줄타기를 마다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 그 방법 아니면 대통령 후보가 될 전망이 없기 때문” “그러나 이 줄타기는 민주당과의 끊임없는 분란을 의미한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나오지 않게 틈나는 대로 민주당을 자극하고, 진보가 아니면서 진보 통합에 참여하고 이들을 끌고 민주당과 건곤일척의 벼랑 끝 단일화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당과 대립하면서 민주당 표를 모아 대통령 되겠다는 이 역설과 모순의 전략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짜증나게 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짚었다.
칼럼은 또 “단일화라는 유리한 조건에서, 다른 야당 후보는 잘도 이기는 선거에서 전패했다. 외곽 때리기의 정치적 효용성이 끝났음을 의미한다”며 “그래도 계속 밖으로 돌겠다면 그는 점차 잊혀져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느니 깨끗이 정계 은퇴하는 게 낫다”고 유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만일 은퇴를 원치 않는다면 새로 시작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한국정치와 유시민 모두 사는 길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으로 돌아가라. 기교·임기응변·감각 이런 것 믿지 말고, 혼 하나만을 붙잡고 정면 승부해 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논설위원 칼럼이 흥미로운 부분은 사실상 유시민 대표 문제의 핵심인 자유주의 노선과 우파적 성향에 대해 “진보가 아니면서 진보 통합에 참여하고”라고 짧게만 언급한 뒤 나머지는 유 대표의 기회주의적 처신만 비판했다는 점이다.
결국 경향신문이나 뷰스앤뉴스, 미디어오늘 등 대표적 좌파 언론들은 유 대표에 대해 김순덕 논설위원이 꺼낸 정체성 문제는 외면한 채 그저 황당하다는 진영논리식 감상평, 유 대표가 야권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의 정략적 수준 접근으로만 일관한 셈이다. 이는 반대로 유 대표의 정체성 논쟁이 지닌 민감성, 폭발성을 반증한다고 풀이될 수도 있다.
유시민 정체성 논란, 야권 전체 시한폭탄 되나
유시민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갤럽)에서 지지율이 5.5%로 3월 조사(9.1%)보다 3배 가까이 내려앉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 유시민 위기설을 증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 탓인지 유 대표 자신은 최근 “우리 앞엔 여러 갈래 길이 놓여 있는데 어떤 길을 선택해도 성공을 보장받을 순 없고 어떤 선택을 해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며 “어떤 길을 택할지는 당 대표가 아니라 당원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과의 합당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기에 유시민 정체성 논쟁은 향후 정치권 재편에 오히려 더욱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설령 이 문제를 지금은 덮고 넘어갈 수 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야권통합이 완성될 시에는 눈덩이처럼 더 크게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 그러면 이는 유 대표의 정치적 행보는 물론 야권 전체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크다.
애초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진영에 이데올로기는 감춰두고 진영논리만으로 득을 보려했던 유 대표의 도박에, 이제 그 도박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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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터뜨린 유시민 정체성 좌파진영 본질 외면 불쾌감만 피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