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7일부터 자살 암시, 포털사이트 댓글 차단하며 집중관리 했어야
(뉴스파인더)지난 5월23일 오후 1시44분 MBC플러스미디어의 송지선 아나운서가 투신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이 사건은 이미 5월7일 송 아나운서 미니홈피에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 임태훈 선수와의 적나라한 관계를 적은 글이 올라오면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사건에 가까웠다. 이 글은 송 아나운서가 바로 삭제했고, 이후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밝혔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삭제된 이 글이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급속히 유포되면서 송 아나운서의 사생활은 완전히 노출됐다.
결국 송지선 아나운서 자살 사건 관련 포털사이트의 책임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 아나운서와 임태훈 선수 관련기사들이 포털사이트 뉴스 주요 면에 배치됐으며, 관련기사들 댓글란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인격살인과 사생활 비방으로 채워졌다. 특히 미디어다음 야구토론 게시판에는 송 아나운서와 임 선수 간 적나라한 장면을 묘사한 네티즌 게시글이 최다추천 베스트와 최다 댓글 베스트로 올라가 있었다. 게시글 당사자인 송 아나운서가 “본인이 쓴 게시글이 아니”라며 삭제했음에도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 게시글이 무한대로 유통됐던 것이다.
미디어다음과 네이버 등은 송 아나운서의 투신자살 이후 관련기사는 물론 두산베어스 관련기사 댓글까지 모두 차단시켜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미디어다음 베스트 게시글에는 임 선수 비방 글들이 다수 게시돼있다. 포털사이트의 클릭수 지향주의가 자율정화의 선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송지선 사건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7일 이후 송지선 아나운서와 임태훈 선수는 불명확한 사생활이 포털사이트 댓글과 게시판에 공개되면서 인격살인적 비방을 받고 있었다. 송 아나운서와 임 선수는 각 포털사이트 권리침해센터를 통해 게시글 삭제 및 임시차단 요청을 할 수 있으나, 여론에 민감한 유명인이라는 위치 탓에 이를 요청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게시글 자체가 수천, 수만 건에 이르고 있었기에 피해자 개인이 이를 모두 체크해 권리침해센터에 신고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다. 특히 피해자로서는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게시글을 일일이 찾아 링크를 체크한다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피해자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 포털사이트 운영자나 정부 공적 기관이 개입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7일 사건 발생 당시 송 아나운서 트위터 글에 ‘자살’이란 단어가 나왔기에 사이트 운영자는 매우 민감하게 상황을 관찰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집중 보도한 언론사는 물론 이 기사를 받은 포털사이트는 관련 댓글과 게시글까지 합쳐 오히려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특히 22일 송 아나운서가 임 선수와 교제 중이라는 인터뷰를 한 뒤 임 선수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부터는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송 아나운서는 인터넷상에서 ‘꽃뱀’으로 낙인찍혀버렸다. 일반인의 상식선으로 봐서도 감당하기 힘든 입장이 됐다. 또한 7일부터 22일까지 송 아나운서가 트위터에 게시하는 글을 통해 송 아나운서의 정신과 심리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은 제3자라 할지라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20일 송 아나운서의 트위터 글 “어릴 때부터 야구가 그렇게 좋았고 마이크 들고 말하는 게 좋았다. 그런 나에게 이 직업은 완벽했는데 왜 행복할 수 없었을까.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 누군가를 사랑한 것조차”라는 글에도 삶에 대한 자포자기 심정이 드러나 있다.
특히 이미 7일 글에 자살’이 언급됐던 상황이라면 포털사이트에서는 20일, 아무리 늦어도 22일에는 송 아나운서 관련 인기 검색어를 차단하고, 모든 관련 기사의 댓글을 차단하며, 게시판에도 공지로 네티즌들에 주의 요청을 했어야 했다. 실제로 송 아나운서가 자살한 뒤 포털사이트는 뒤늦게 댓글 차단에 나섰으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포털사이트 자율규제의 한계
포털사이트 스스로 자율규제를 하는데 있어 한계는 포털사이트가 클릭수에 매우 민감한 영리기업체라는 점이다. 특히 최다 추천, 최다 댓글 게시판 등 포털사이트가 인위적으로 콘텐츠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명분은 포털사이트가 위험한 게시글을 메인에 선정하는데 대해 면책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명확하다. 미디어다음의 경우 2006년 김근태 개성 춤판 기사 논란 당시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그대로 방치하면 온갖 가십성 기사로 게시판이 채워지기에 참고만 할 뿐 실제로는 미디어다음 편집진이 기사를 선택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26일 열린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개최한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권리 침해 개선’ 토론회에서 정혜승 미디어다음 대외협력실장 역시 “기계적 로직으로 최다 추천글이 선정되지만 위험성 문제로 이를 그대로 게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네이버나 미디어다음 둘 중 한 포털사이트에서 20일 경 송지선 아나운서 관련기사 댓글을 차단시켰다면, 네티즌들이 타 포털사이트로 대거 이동해버리기에 클릭수에서 큰 손실이 올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와 미디어다음이 동시에 차단시켰더라도 네티즌들은 네이트나 야후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구조로 클릭수에 민감한 인터넷신문의 경우 언론 책임에 대한 부담 탓에 최소한 송지선 아나운서와 임태훈 선수의 적나라한 장면이 묘사된 게시글을 베스트로 선정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와 똑같이 게시판과 블로그를 운영하는 조선닷컴 및 인터넷 언론사에서 이런 위험성 게시글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는 없었다. 또한 기사 댓글 역시 조선닷컴을 보면 수많은 삭제공지가 뜨면서 편집자가 직접 관리하고 있음을 표시했다.
구조적으로 인터넷신문과 포털사이트는 차이가 없음에도 포털사이트가 언론사에 비해 위험성 게시글을 그대로 방치할 수 있는 이유는, 포털사이트가 언론의 기능을 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언론이 아니라는 맹점 탓이 크다. 그러나 포털사이트가 지금과 같이 게시글과 댓글을 선정해 배치한다면 언론사와 똑같은 관리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왜 꼭 포털사이트에서만 표현의 자유가 논란이 되나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포털사이트뿐만이 아니다. 진정으로 사회적 고발을 하기 위한 게시글을 올리겠다면, 무려 2500여개에 달하는 인터넷신문에 직접 기고하는 방법이나 인터넷신문 블로그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인터넷신문의 경우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보이는 글도 편집자의 판단에 따라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이를 게시하고 공동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 이러한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포털사이트 내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은 영리사업자 포털사이트에 무한대에 가까운 면책을 주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거대한 인터넷공간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적 개입만으로 모든 위험성 게시글을 제어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자율규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자율규제 방식은 포털사이트와 인터넷신문사 등 사이트 운영자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송지선 아나운서 사건 관련 뉴스를 어디에 배치하며, 위험성 게시글을 그대로 노출시키느냐 아니냐의 여부 등 매순간 사이트 운영자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포털사이트는 송 아나운서 자살 이후 모든 게시글에 댓글을 막는 판단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으나, 송지선 아나운서와 임태훈 선수가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스스로 피해구제를 할 수 없었을 때 포털사이트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은 보다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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