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일제히 맹비난…다수결 원칙·실정법 위반
(뉴스파인더)심의위원이 자신이 소속된 방통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불복,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음란물 판정을 받은 한 네티즌의 남성 성기 사진을 게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성향 일간지들은 28일 일제히 사설을 통해 맹비난 했다.
조선일보는 방송통신심의 규정은 남녀의 성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된 내용을 제재 대상으로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르면 심의위원회가 다수결로 내린 결정은 누구나 따라야 할 법적 효력이 생김에도 불구하고 박경신 위원은 자신도 참여한 위원회가 다수결로 내린 결정을 자기주장과 다르다며 일부러 어긴 것은 미국서 법학박사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법조인으로서 기본이 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박 위원이 올린 사진들은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음란물 판정·삭제 결정을 내린 것인데 아무리 자신이 반대한 결정이었다 해도 멋대로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불법행위”라며 “게다가 그는 정보통신망법 외에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 목적 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제27조 2항)까지 어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은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됐지만, 이번 사태는 여야나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건전한 윤리의식과 우리 아이들의 음란물 노출 방지에 관한 문제”라며 “박 위원은 방통심의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검열자일기’라는 이름으로 방통심의위원회에서 위해성 결정을 내린 것들 가운데 흑색화약 제조 사이트 삭제를 비롯해 자신이 의결에 반대했던 다른 내용들도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박 위원을 비롯해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와 천안함 민·관 합동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한 신상철 씨 등을 추천한 민주당에게 책임을 추궁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의 일원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모두 8개 국가기관과 위원회에 14명의 야당 몫 추천 인사들을 참여시키고 있다”면서 “공정성과 야당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지만 야당의 인사 추천도 당연히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정파성을 떠나 전문성은 기본이고 상식과 합리를 존중하는 사람을 골라야 국민의 지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후보는 “천안함 폭침사건을 직접 보지 않아 북한 소행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그렇다면 재판관으로서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사건은 어떻게 판결할 것이냐”는 핀잔을 들은 인물이고 신 씨는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조사 때 조사단의 공식 발표가 있고 난 후에도 “천안함은 좌초된 뒤 미국 군함으로 추측되는 다른 선체와 충돌해 침몰했는데 정부가 이 부분을 일절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위원 9명 중 6명의 찬성으로 문제의 사진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9명의 방송통신심의위원 중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한나라당이, 3명은 민주당이 추천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반발해 문제의 사진 5장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27일 사진을 삭제했다.
박 위원은 28일 CBS 라디오에 출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적인 심의기준을 수행하는 것을 고발할 책무가 있다고 보고 내 판단으로는 그 게시물들이 음란물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심의기준을 국민들과 같이 평가하고, 그런 취지로 제 블로그에 올렸다”고 항변했다.
이어 “심의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매우 위험한 국가기구이기 때문에 내 임무 중 하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결재한 것을 그냥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심의위원회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박 위원의 이같은 항변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소속 심의위원을 심의하게 되는, 또 심의위원 자신이 심의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됐다.
한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기습폭우, 대안주유소 등의 문제만 다뤘을 뿐, 박 위원의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러블 메이커’ 박경신은 누구?
박 위원의 자격 및 자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그는 군대 징집을 피하려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로 재작년 미디어발전국민위 위원으로 활동해 논란을 빚었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이 중 미국 국적 문제와 그에 따른 병역기피 의혹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 문방위 몫으로 추천한 박 위원의 경우 28세 때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병역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박 위원은 국가기관 심의위원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방송법 제13조 제3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는 지상파방송을 포함해서 종합유선방송 등 각종 방송사 법인 대표자나 방송편성책임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심의위원에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 위촉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의원도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방통심의위원이 되는 것은 기강을 흔드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만약 군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버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01년 2월 인터넷웹진 ‘퍼슨웹’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가지려고 한 건 아닌데, 조국에 오려고 했더니 ‘그게 없으면 군대 가야한다’라고 한다.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조국에 와서 일 하려고 했더니 일하지 말고 군대 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땄다”는 답변은 그의 병역기피 의혹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자료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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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진 올린 박경신 방통심의위원 자격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