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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미래 지도자는 있는가?
한국 야당의 포퓰리즘 전통은 오래된 것이다. 진보진영이 분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뉴스파인더) 보수세력의 장기집권 시기 야당은 정보와 자금, 조직력의 열세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했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 소위 바람’이라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용어로서 바람은 딱히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로만 수렴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적 포퓰리즘의 근간임도 부인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 이후 야당이 복지라는 이름의 포퓰리즘 정치를 시도하는 것은 정황상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 구도가 걱정스러운 것은 언제부턴가 여당마저도 똑같은 식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부터 복지담론에 가세하더니 지난 5월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로는 복지를 담보로 한 치킨게임이 여야 간에 펼쳐지는 추세다.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미래세대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야당과 달리 보수진영은 그래도 할 일을 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진보세력의 숱한 사보타지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에 이른 현재 비교적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직선제 이후 등장했던 지도자들의 사례로 봤을 때 현재 지지율은 바닥을 기어야 옳다. 특이하게도 임기 초에 뜨겁게 타오르지도 않았고, 임기 말의 급전직하도 없다. 그가 이런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래도 묵묵히 할일을 한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임기 중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전임지도자들에 비해 한 가지 잘 하는 것은 바로 욕을 먹을 줄 아는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강만수는 보수인사들의 인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국민의 비난을 받지 않는 공직자는 당장 공직을 그만두고 나와야 한다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전 국방장관의 어록을 소신으로 밝혔다. 비난을 받는 공직자란 포퓰리즘과 정반대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다. 비록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이것이 포퓰리즘에 대항해 사회의 균형을 잡는 보수인사들의 진정한 태도다.
보수진영의 가치를 훼손한 포퓰리스트로 첫 손 꼽을 인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비교해 보면 시끄럽고 요란스럽기는 한데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벌인 수많은 전시행정은 보수진영이 빠지기 쉬운 또 다른 포퓰리즘의 함정이다. 그의 처신도 지극히 이질적이다.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지만 보수인사라면 조직에 부담을 안기며 홀로 튀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오세훈은 시종일관 당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의 퇴임을 불러왔던 무상급식 투표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단합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오세훈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그는 아군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하는 보수진영의 유시민’이다. 이런 인사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인식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보수진영은 경기도지사에게 두 번 배신당했고, 서울시장에게 한 번 배신당했다. 오세훈은 이번 퇴임을 끝으로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
포퓰리즘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바로 독도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도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무대응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도대체 조용한 외교가 불가능한 것은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들고 일어서는 여야의 정치인들 때문이다.
지난 8월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당시에도 우리는 다 늙은 정치인이 소총 들고 독도에서 보초를 서는 생쇼를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한나라당이 국방의식이 투철한데 항간의 병역면제정당이라는 인식은 왜 생겼나? 국회의원 공천 심사나 장관 인선 등에 병역여부만 엄격하게 적용해도 국방의식은 자연스레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자세 안 나오는 늙은 초병의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봐야 했을까?
야당인 민주당 역시 여기선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꼭 일본 자민당 같다. 두 정당의 공통점은 정권을 다시 찾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북방도서는 무슨 생각으로 방문을 했나? 현재 일본의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굳이 그렇게 궁지로 몰아넣을 이유가 있었을까? 내수용 전략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흔히 진보세력은 보수진영을 향해 수구꼴통이라고 비난하지만, 꼴통이란 표현만큼은 민주당에게 돌려줘야 옳다.
정동영 정신
온 나라가 포퓰리즘에 미쳐 날뛰는 시절이 오니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지도자 중 아마도 그처럼 화끈한 정치적 자살을 감행한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이라크 파병, 한미FTA, 대연정 제안 등 그가 시도한 일들은 하나같이 지지자들을 잃는 선택들이었다. 물론 그런 결과를 예상 못했을 리도 없다. 적어도 그는 국가원수의 위치에서 정파를 떠나 국가의 이익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했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한쪽으로는 노무현 정신의 승계를 주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정반대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집권 기간에 추진했던 일들을 모조리 뒤집어엎는데 골몰하는 것이다. 한미FTA는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이었지만 민주당의 어버이 같은 존재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적극 찬성한 사안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전직지도자들이 모두 옳다고 선택한 사안을 이제 와서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겉으로는 착한 효자인양 행세하면서도 한 줌 되지도 않는 민주노동당의 종북주의자들에게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민주당의 정신분열적 행태의 한 가운데에 정동영이라는 인사가 있다.그는 작년 집권당 시절에 대한 반성문을 제출하고 확실하게 좌클릭을 했다. 그의 반성이란 것은 자신들의 집권기간에 대한 사실상의 자기부정이다. 이런 행태가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 현재 제주도 강정마을 사태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권 당시부터 추진된 사안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국방관련 정책이 단지 정권이 교체됐다는 이유만으로 180도 입장을 선회했다.
일본 민주당의 독도에 대한 태도에서 보듯이 정권교체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 나라의 국방, 외교정책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미국의 외교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이런 경향을 바탕으로 무려 100년 후를 예측하고 있다. 이런 대담한 예언에는 지정학적 분석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한 국가에 있어 지정학적 위치는 개인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지지자들을 잃으면서까지 역 선택을 한데는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신이란 그렇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옳다고 생각한 길을 걸어간 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의 행보는 노무현과 대척점에 서있다. 그는 일개 국회의원직을 얻기 위해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정당의 당적을 버리면서까지 고향에 출마했다. 노무현이 고향에서 배척받는 길을 선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릇의 협량함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이처럼 시류에 따라 개인적 이익추구에만 골몰하는 것은 정동영 정신이라 불러줘야 마땅하다. 정동영의 행태는 그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을 예측 불가능한 정치세력이란 인식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은 산업화와 민주화시기에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이 빠진 채 치러지는 최초의 선거다. 우리는 다음 시기를 준비하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향수 속에 살아가는 노인들처럼 유권자들은 지난 지도자들에 대한 그리움만 되새김질 하고 있다. 그들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과거가 정말 행복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종말론이 배회하는 2012년,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의 가슴은 이미 세상의 마지막 날처럼 다가온다. (정해윤 주간 미디어워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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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미쳐가는 포퓰리즘 공화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