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쇠고기가 더 싸진다. 호주와의 FTA 체결을 위해 40%에 달하는 관세를 철폐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신났다. 호주에 판매되는 자동차에 관세만 줄이면 수출량이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파인더)축산농가의 반발이 크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문을 잠그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세철폐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17만 축산농가 반대물결 거세다
올해 7월 한-EU FTA 발효에 이어 이르면 연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고, 내달 한미 FTA 비준 예정 등 국내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호주산 쇠고기가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전면 개방된다.
2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쇠고기 수입량은 전체 시장의 60%에 달하며 수입량 중 절반에 가까운 47.2%는 호주산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호주와의 FTA가 잇따라 발효되면 두 나라의 쇠고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데다, 두 축산대국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국내 축산농가는 더욱 극심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축산농가에 악재는 호주 뿐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 자체가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는 증거이며 전 세계에서 30개월 미만 수입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며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축산업자들은 현재도 저렴한 호주산 쇠고기가 더 싸게 들어온다는 소식에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현재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은 한우값의 40~7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TA 저지 농수축산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달 6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집회를 갖고 한호 FTA를 추진 중인 정부를 규탄할 계획이다.
최대 수혜자는 車업계… 관세 줄여 수출 호조 기대
반면 호주 수출 품목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이번 FTA 추진을 적극 환영하는 눈치다.
지난해 호주에 수출된 국산 자동차는 16만대로 20억달러, 한화로 2조 2,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시장 점유율은 10%로, 먼저 진출한 일본의 55%나 미국의 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축산대국인 호주는 쇠고기 시장 개방을 응하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왔다.
자동차 업계는 한호 FTA가 체결돼 국산 자동차의 관세만 내려가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1,500~2,000㏄급 중·소형차가 더 잘 팔릴 것으로 보고 전략을 짜고 있다.
사실 2년여간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일본은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호주가 2005년 태국과 FTA를 맺으면서 태국에서 만든 일제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폐지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이유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례를 내세워 FTA 체결을 서둘러 관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지난 8월 한 달간 수출이 배 이상 급증하고 수입은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한 달간 페루에 대한 수출 총액은 1억 2,86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는데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였다. 관세철폐 효과가 빛을 본 것이다.
이에 따라 8월 한 달간 대(對) 페루 무역수지는 2,9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630만달러 적자였다.
또한 한-EU FTA발효의 수혜 품목 중 하나였던 자동차부품도 3~4.5%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때아닌 호황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신문 등에 보도를 탔다. 유럽 기업들의 중국 거래선을 국내 기업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수출국가의 불가피한 결정”… 관세 철폐기한 늘리기 ‘최선’
정부의 고민도 많았다. 정부는 한호 FTA 협상에서 쇠고기 개방 문제를 양보하는 대신 호주 측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입장에서 쇠고기 문제 때문에 호주와의 FTA 협상을 마냥 중단한 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며 호주가 우리의 정부안을 받아들이면 연내 FTA 타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는 중이다. 하지만 호주산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긴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축산농가의 충격을 완화하고 반발을 고려한 조치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수입산과 질 좋은 국산 등으로 쇠고기 수요가 뚜렷이 나뉜 만큼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후 한우에 대한 이미지는 더 고급화 된 것이 사실이다.
호주는 그간 한미 FTA 합의 조건처럼 향후 15년 간 단계적인 관세 철폐를 줄곧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고, 호주산 쇠고기가 이미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쇠고기 시장 개방을 막아왔다.
아울러 정부는 축산농가에서 우려하는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응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27, 28일 호주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우리는 쇠고기 관세 철폐기한을 미국의 15년보다 더 길게 설정할 것을 제시하는 등 별도의 요구사항을 알렸지만 호주는 일단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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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 FTA 牛시장 내주고 車시장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