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지난 주말 의회에 제출된 美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 중국의 군사력 증대를 강력 경고하고 있다.
특히, 손자(孫子)를 비롯한 고대 중국의 전략사상에 나타난 전략적 기만(strategic deception) 개념을 중국 당국이 원용하고 있음을 지적하여 흥미를 끈다. 미국의 분석가들이 중국의 전략적 속셈을 훤히 내다보고 있는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다각도로 연구·분석하는 자유세계의 장점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한다.
중국은 고대 春秋·戰國 이래 수많은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가운데, 승리를 위한 ‘전략적 기만에 매우 익숙해 있는 나라다. 열국지, 사기, 손자병법, 삼국지 등 지금도 우리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는 군사 전략서의 대부분이 이를 주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진하는 척하고 후퇴하고, 후퇴하는 척하면서 전진하고, 적의 강점을 피하여 약한 곳을 치고…등등 이루 헤아릴 길이 없다.
아마 가장 전형적으로 적용되는 전술은 매복 후 기습’이 아닐까 한다.
중국은 혼란기에 自國 내에서 적용되어 온 이러한 ‘전술적 기만’의 방식을 국제적으로 확대,전략적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다.
오늘 월스트리트 저널은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국제사회에서, 겉으로는 화평굴기를 내세우며, 속으로는 군사력을 강대화하는 이면의 속 야망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에서 보여 진 중국의 접근방식을 보면, 이러한 중국식 전략적 외교가 면면히 드러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결같이 한반도의 평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외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북한 체제의 지탱과 한반도 ‘분단 상황의 현상 유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축소라는 그들의 일관된 목표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중국식 전략적 기만”이 국제적으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예는 6·25 전쟁 때의 중공군 개입과 기습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1950년 10월 경 인천상륙에 성공한 UN군이 물밀듯이 北進하여 평양을 점령하고, 동해안과 서해안 2진으로 나누어 한·중 국경까지 진출, 통일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 이미 30여만의 大병력이 낭림산맥 산악지역에 웅크리고 매복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 것인가?
중공군은 11월초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이미 그들보다 훨씬 북진해 있는 UN군과 국군을 패퇴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맥아더 장군이 중공군의 개입 가능성을 예상하고 중공군 개입 시, 막강한 미 공군력으로 만주를 폭격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공군의 한반도 매복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중공군의 대 기습으로 UN군과 국군은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으며, 南으로 大철수를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전세(戰勢)는 일시에 역전되어, 흥남 대철수와 1·4 후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전략적 기만’은 21세기 초에 이른 오늘날도 여전히 형태를 달리하면서 국제정치에 나타나고 있다. 그 가장 현저한 적용 사례가 한반도가 아닌가 싶다. 최근 급변사태로 인한 북한 정권 붕괴 시,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 국방성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더욱이 중국군은 1950년대의 유격부대가 아니라, WSJ이 지적한 것처럼, 기술적 요소를 도입.개편, 일취월장하고 있는 현대식 군사력이다.
中國의 전략적 기만(strategic decep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