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의 장례식이 거행된 이집트 국제공항 주변은 12일 아침부터 무장 군인들이 철통 경계에 나서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안을 우려해 장례식장은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됐고, 검은 복장의 경찰들이 시내 사원과 광장을 중심으로 시위 가능성에 대비했다. 많은 아랍국들이 애도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이스라엘 경찰은 준(準)전시에 해당하는 최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집트 장례식=아라파트의 유해는 11일 오후 이집트 국제공항에 도착, 인근 알 갈리아 군병원에서 밤을 보낸 다음 인근 사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압바스 PLO 신임의장,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 파루크 카두미 파타운동 신임의장 등이 꽃과 붉은 카펫으로 장식된 장례식 텐트 앞에 서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식을 집전한 이슬람 성직자 셰이크 탄타위는 “그는 용기와 정직으로 신을 만날 때까지 국민에게 봉사했다”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네 번 외쳤다.
장례식 주변은 일반인 접근이 차단된 대신 이집트 TV가 식을 생중계했다. 식이 끝난 후 관은 뒤편 알 마자 군기지로 옮겨져 이집트 북동부 시나이 반도의 엘 아리시로 수송된 후 요르단 헬기로 라말라로 향했다.
팔레스타인기가 덮인 목제 관이 6마리 말이 끄는 포차(砲車)에 실려 헬기로 향하는 도중 60여개국 지도자들과 요인 등 조문객들은 고인을 배웅하며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비자금과 독살설=아라파트가 숨을 거둔 후에도 그의 사인(死因)과 비자금에 대한 소문은 계속되고 있다. 아라파트가 생전 관리한 돈이 많게는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뉴욕 타임스는 11일 이 돈의 행방이 아라파트의 죽음과 더불어 함께 미궁에 묻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그가 40년간 거액을 관리해 왔지만 상당 부분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측근들조차 ‘전모’는 알지 못한다면서, 사태 수습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차기 PA 지도부로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스위스의 외무장관은 아라파트가 스위스 은행 계좌에 돈을 적립해뒀을 거라는 항간의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아라파트의 오랜 주치의였던 아슈라프 알 쿠르디는 이날 아라파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부검을 요구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의료 전문기자의 분석기사를 통해 “현제까지 아라파트 병세에 대한 내용은 그의 보좌관들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라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