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원로나 전문가들에게 조언이나 따끔한 충고를 들어보는 시간이죠? 한 말씀 코너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요. 온 국민이 시름에 잠긴 가운데 안전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이 규제 완화인데요. 이번 사고로 아마 규제 완화 기조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 좀 짚어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 실장을 지내신 분이죠? 또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이기도 합니다.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이정우 교수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철희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이정우 : 네, 안녕하세요.
이철희 : 최고위 공직에 계셨던 분이니까... 교수님도 마음이 많이 무거우시죠?
이정우 : 네. 고위공직인 것을 떠나서 온 국민이 지금 비탄과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요. 당연하죠.
이철희 : 대뜸 제가 이 질문부터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정부가 대형사고가 났을 때 초기 대응하는 모습, 또는 재난 시스템 이거 엉망이죠?
이정우 :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여러 가지로 놀랐지만 그 중에 하나는 정부의 대응이 너무나 미숙하고 우왕좌왕하고 혼란스러웠고, 잘 하면 건질 수 있었던 고귀한 생명을 놓쳐버린 게 아닌가, 그런 아쉬움이 큽니다.
이철희 : 네. 이 재난 관련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전 행정, 이게 왜 이렇게 잘 개선이 되지 않는 거죠?
이정우 : 네. 이런 재난일수록 통제체계가 일원화되고 단순명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게 생명이라고 보는데요. 그런데 지금 현재 이 체제가 아주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소방방재청이 담당한다, 이렇게 되어 있고요.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 이렇게 이원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재난이라는 게 자연과 사회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자연히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죠.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때 소방방재청을 만든 것이 2004년이고요. 그걸로 일원화 하는 게 맞고요. 위에 게다가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에 위기관리센터라고 해서 사령탑을 두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명박 정부 때 모든 것을 참여정부와 반대로 간다, 뒤엎는다, 이렇게 해서 그것도 없애버리거든요. 그렇게 해서 이원화로 갔는데 결과는 보시다시피 아주 혼란 그 자체였던 것이죠. 그런 점에서 대단히 아쉽다고 생각하고요. 당시에 청와대에서 이런 큰 재난에 대해서 통제하는 시스템을 두는데 대해서 주변에서 좀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책임이 대통령에게 돌아올 것이다, 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어요. ‘큰 재난이 발생하면 그것은 물론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그것을 설치했습니다. 그런 태도가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철희 :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행정의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안전행정이 처음에 건설부에 있다가 그 다음에 내무부 쪽으로 왔다가 참여정부 때 소방방재청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일원화 시켰는데 이게 지금 이원화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정우 : 네. 지금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로 이원화 되어 있습니다.
이철희 : 그게 지금 현 정부 들어서 그런 거죠?
이정우 : 이번에도 보듯이 사고가 내륙에서 발생하면 소방방재청이고 바다는 또 해경이고,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대단히 복잡한 것이죠. 이런 재난일수록 진짜 분, 초를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체계가 단순하고 간단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으니 일이 잘 되기가 어려운 것이죠.
이철희 : 이렇게 복잡해진 게 이명박 정부 때입니까, 아니면 현 정부 들어서서 입니까?
이정우 : 그 뒤부터 되었고, 특히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이렇게 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죠.
이철희 : 그렇군요.
이정우 : 아까 말씀드린 청와대 안의 사령탑의 기능을 폐지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고요. 그 다음에 지금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원화 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 때고요. 이런 것들이 저는 잘못 되었다고 봅니다.
이철희 :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여러 전문가들이 분석할 때 이 세월호라는 배가 일본에서 18년 운행하다 들어온 배인데 이게 원래 20년으로 되어 있던 것을 25년으로 늘리고, 30년으로 늘려줘서 이게 들어온 것이다, 일종의 규제 완화 때문에 일어난 참사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해석하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우 : 네, 그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죠. 왜냐하면 원래는 배의 연령을 20년으로 제한하고 있었고 그 기간이 지난 배는 매년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거길 통과하면 운항하도록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제한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완화가 되면서 30년으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 배가 일본에서 94년에 만들어진 배인데요. 18년을 운항하다가 2012년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원래 나이제한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2012년에 18년이나 묵은 이 배를 한국회사가 들여올 이유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규제만 유지되었더라도 어떻게 보면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정말 무절제한 규제 완화가 얼마나 큰 참사를 가져오는가, 하는 뼈저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철희 : 이 선박안전에 대한 검사를 한국선급이라고 하는 사단법인에서 하고요. 또 해운조합이라고 선사들이 출자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곳에서도 관여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규제 완화라고 봐야 하나요?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합니까?
이정우 : 규제 완화가 아니고 그건 또 다른 문제인데요. 많은 부처에서 하는 일이 규제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면 민간회사에서는 어떻게 하면 그 규제를 교묘히 피해서 돈을 많이 버느냐, 하는 게 목표죠. 그렇기 때문에 그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감독 당국에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그 자리에 가서 높은 봉급을 받고 말하자면 민간회사의 로비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번에 문제 된 것이 해수부입니다만 그것이 해수부 마피아라고 해서 해피아 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도 한데 원래 마피아라는 말이 재경부 마피아, 건설부 마피아 해서 대한민국에 수없이 많은 마피아들이 있죠.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젊을 때는, 그리고 직책이 낮을 때는 공익을 위해 일합니다. 아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죠. 그런데 직책이 높아질수록, 퇴임이 가까워질수록 로비대상이 되는 것이죠. 로비를 한 사람은 퇴직한 자기의 선배 공무원이 그 자리에서 높은 봉급을 받으면서 부탁을 한단 말이죠. 그러면 이 부탁을 거절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인간적으로. 여기서 모든 비리와 부패가 싹트고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전관예우 관행이라고 할까요? 낙하산 인사, 일본도 비슷합니다. 아마쿠다리라고 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고 고위 관리직들이 퇴직하면 민간회사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모든 부패와 부조리의 온상이죠. 이런 것을 척결하지 않고는 이런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재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철희 : 지금 말씀하신 문제 해피아, 요즘은 다 뭉뚱그려서 관피아라는 말도 하는데 흔히 말하는 그런 것을 혁파하는 것을 관료계획이라고 할 텐데요. 참여정부 때는 왜 이런 문제가... 붉어지지 않아서 손을 대지 않았던 것입니까?
이정우 : 그 때도 개혁을 한다고 뭉뚱그려 많이 추진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에 능률을 올리고 그런 개혁은 많이 했는데요. 이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수술을 못했고요.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도 한계가 있었고 반성할 점이 많은 것이죠. 이때까지 역대 정부가 잘못된 구조를 청산하지 못하고 관료들의 먹이사슬을 그대로 인정하고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것이 이런 사태를 가져온 것이고 부산 저축은행 사태 이런 것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구조가. 재경부 퇴직 공무원들이 감독하는 기구에 가서 민간회사 또는 금융기관하고 유착관계에 빠지고 로비해서 규제를 교묘히 피해나가는 구조, 이런 것이 대한민국의 고질병이고요. 이번 기회에 이걸 개혁하지 않으면, 그것마저도 하지 않으면 정말 억울하게 죽은, 꽃도 못 피운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는 것이고요. 우리 살아남은 자의 의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철희 : 관료개혁, 이런 얘기는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얘기인데 조금씩 하기도 했고 만든 것도 있습니다만 지금이라도 이걸 하자고 하면 될까요?
이정우 : 이것은 대단한 각오를 필요로 하고요.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모든 정부 부처, 그리고 정치인들, 전 국민이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 일인데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저는 이번에 대참사로 국민이 받은 충격과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번에 이 일을 해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잘못된 구조를 계속 끌고 가면 개혁을 언제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것을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철희 : 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혔는데 조건부 수리... 잘 못 보던 것이긴 합니다만 제가 궁금한 것은 이것에 대한 평가보다 총리가 현장에 가서 수습했는데도 지휘계통이 정리가 안 된다는 게 왜 그런 건지 전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정우 : 아까 그 지휘계통이라는 것이 말씀드렸듯이 여러 부처로 갈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지휘계통을 바로 잡는 데만 해도 2-3일이 걸렸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아주 고질적인 문제죠. 이것이 각 부처가 서로 자기 세력 넓히기, 부처 이기주의 이런 것이 서로 싸우다보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온 것이죠. 그것도 이번에 바로 잡아야 할 잘못된 관료주의의 문제죠.
이철희 : 그나저나 어느 정부에서나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총리가 원래 이렇게 힘이 없습니까?
이정우 : 네. 우리나라 총리가 원래 힘이 없죠. 의전총리라는 별명이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 중심제기 때문에 오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이렇게 잘못된 규제 완화가 잘못된 참사를 불러일으키는데 세월호도 말이죠. 일본에서 낡은 배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증축까지 했어요. 객실을 늘려서 돈을 더 벌겠다고 한 거죠. 이것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에 지난 주 국무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밀어 붙인 것이 있습니다. 기존 아파트의 수직증축을 3층까지 허용한다, 그리고 낮은 층은 2층까지 더 허용하겠다는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세상에... 세월호 이런 참사가 나서 억울한 목숨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판에 국무회의에서 이런 잘못된 규제 완화를 하고 있단 말이죠. 이게 어느 나라 국무회의입니까? 이게 총리와 장관들이 하는 국무회의입니까? 총리와 장관들에 대해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전국의 아파트를 3층씩 더 지을 수 있게 했고요. 건설사들은 돈 더 벌려고 짓겠죠. 안전은 누가 장담합니까? 이건 전국 어디서 어느 아파트에서 붕괴사고가 날지 모르는 이런 안이한 짓을 총리와 장관이라는 사람들이 세월호의 참사 속에서 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저는 분통이 터집니다.
이철희 : 저도 기사를 봤는데 말미에 그런 말이 와 닿더라고요. 삼풍백화점 붕괴도 무리한 증축 때문에 원인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정우 :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지금 이 관료라는 사람들이요.
이철희 : 그나저나 최근에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도대체 정부가 뭐냐, 정부가 뭐 하는 거냐,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정우 :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런 의문을 제기해야죠. 정부가 해놓은 게 뭡니까? 한 명도 구조 못하고. 그동안 이렇게 까지 가도록. 물론 선원들이 비겁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했습니다만 그런 행동이 통할 수 있도록 그 배가 운항이 되도록, 증축이 되도록, 화물을 얼마나 과잉을 실었는지도 검사를 안 한 게 누굽니까? 정부 아닙니까? 그래서 사고의 근본 원인 제공자는 정부이기 때문에 선원들만 나무랄 수 없다고 봅니다. 정부가 근본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이철희 : 네. 너무 포괄적인 질문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정우 : 정부가 이번 기회에 정말 뭔가 나라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크게 반성하고 교훈을 얻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무조건 속도주의, 목표달성주의, 대충주의, 이런 것들이 지배해온 거 아닙니까? 그러고 뭐든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만 달성하면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포상해온 나라 아닙니까?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원칙을 지키고, 늦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뚜벅뚜벅 간다, 정직하게 간다, 속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선진국이죠.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그런 새 나라, 그러니까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기회에 이렇게 억울한 목숨들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교훈을 못 얻고 나라 틀을 못 바꾼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네. 교수님 말씀을 듣다보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이정우 : 네. 제가 좀 너무 화가 나고 통분이 되어서 원성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이번 기회에 정말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네, 알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이정우 :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철희 : 네, 지금까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이정우 교수님의 한 말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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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TBS<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