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6.4 지방선거는 진보정치에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진보당 4.27%, 정의당 3.61% 등 정당지지율이 거의 반 토막 났고, 인천과 울산 4곳의 진보구청장이 모두 낙선했다. 진보당의 경우, 지방의원 진출자가 37명으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142명의 당선자에 비하면 1/3에도 미치는 못하는 결과다.
정의당과 노동당 역시 마찬가지다. 정의당 11명, 노동당 7명이 당선되는데 그쳤다.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을 합쳐 54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던 4년 전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에 이은 2012년 통합진보당 분열 등 진보의 분열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본다. 한쪽에서는 진보정치 위기의 원인을 진보당의 종북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뿐더러 정권의 장단에 놀아나는 것에 불과하다. 진보당 광역단체장 후보 몇 명의 후보 사퇴를 집권층과 관제언론이 먹 튀로 공격한다고 이에 맞장구를 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12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비롯하여 5백여 명의 후보가 완주한 마당에, 그리고 진보당 후보들이 사퇴를 통해 어떤 이익을 취했다고 먹 튀 운운이란 말인가.
진보정치 위기는 외부의 탄압이라는 객관적 조건 탓도 있지만, 진보정치 내부의 주체적 성찰을 통해 교훈을 찾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이번 6.4 선거 민심이 새삼 일깨워준다. 거대 양당지배체제의 틈바구니에서 아직은 힘이 미약한 진보정치가 역량을 키우기도 전에 내부 분열을 거듭하는 것은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단결은 생명이고 분열은 죽음이다”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되새겨야 할 때다. 예컨대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에 대한 이념전쟁’과도 같은 낡은 색깔공격에도 불구하고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민주진보 단일후보 대 보수후보 분열난립의 구도가 낳은 승리다. 반면, 보수새누리당 단일후보 대 민주진보후보의 분열난립의 대결 구도로는 좋은 선거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선투표가 없는 제도적 약점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소수 진보정당들에게는 절대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야권의 정당지지도를 합하면 50%를 넘은 것이 다행이고, 진보정당들의 지지도 역시 2012년 총선 수준과 비슷한 10%를 상회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진보정당의 단합이 실현되고 야권의 연대가 이뤄질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근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되는 한국 정치의 보수적 지형에서 진보민주세력의 단합과 연대 없이 보수 세력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단합과 연대는 정권 심판의 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6.4 선거에서 나타난 노동현장의 민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진보정당운동이 본격화된 이래로 노동현장이 이번 선거처럼 혼란을 겪은 적이 없었다고들 한다. 민주노총의 통일된 선거방침이 사실상 없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보수양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열어놓은 선거방침으로 인해 민주노조운동은 대중적 힘을 결집할 수 없고, 지방선거에서 맥을 못 추었다. 노동운동의 계급적 원칙 복원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지역주의에 기반한 보수 양당의 낡은 정치 극복은 계급정치의 강화에 있고, 이것이 바로 진보정치의 본령이기도 하다.
진보정치의 위력은 노동자 민중의 조직된 힘에서 나온다. 야권 재편이라는 한국 정치의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자면 진보정치의 힘이 커져야 한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활로 개척은 이번 6.4 선거가 진보운동에 던져준 핵심 과제이다. 계급적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진보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으로부터 진보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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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선거가 진보정치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