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규형 도대체 왜 그랬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형의 fine play를 기대하며 보고 싶어 했는데... 나는 비록 박대표 쪽에 서 있어서 형을 도울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안되는 민주계의 한 형제로서 대선후보 반열에서 분전하는 형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지키면서 끝까지 선전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멋진 모습을 우리 국민들에게 선물해 줄 줄 알았는데...
대선 후보들 중 형만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또 앞으로 있을까요. 최고의 학벌, 민주화 투쟁, 투옥, 옥스퍼드 박사, 3선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또 낙선의 경험, 남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그 좋은 경력은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언젠가는 반드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다니 참으로 원망스럽소.
국민들은 멋진 승리자를 보고 싶어하는 만큼이나 격전 뒤에 깨끗이 승복하는 영웅을 보고 싶어하는 갈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형이 읽지 못했다니...
우리 사회는 그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승복하지 못하는 잘못된 판단으로, 너무나 많은 인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손실을 보았지 않았습니까. 박OO, 이OO, 이OO, 이OO 형은 그 선배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쟁의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지 못한 것은 하나도 다를바 없습니다.
또 탈당 기자회견문도 그렇습니다. 3선 의원, 장관, 2번의 도지사 공천, 당대표 출마, 남들은 공천 한번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당으로부터 5번의 공천을 받은 최고의 수혜자가 당을, 동지를 매도하고 탈당하는 모습은 형이 평생 쌓아올린 공든 탑을 일거에 허물어뜨리는 모습이었소.
정치하는 놈들이 그렇지 뭐”하는 비난이 형은 들리지 않소.
형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한 그 착한 형수도 동의 합디까? 형을 도우던 진정한 친구들도 다 동의 합디까?
이인제 의원으로 끝난 줄 알았던 불복이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던 학규형이 10년 만에 재현을 하니 내 가슴은 터질 것 같소.
저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보고자 하는 우리 한나라당 당원 동지와 살기 어렵다고 외치며 정권 좀 바꿔달라고 외치는 국민들의 소리가 형은 들리지 않던가요.
지금 이들도 나처럼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터질 것입니다.
회견 도중 흘리던 형의 눈물이 사나이의 멋진 눈물로 보이지 않고 왜 그리 씁쓸하게 보이던지...
신문의 기사보다 사설을 잘 읽어보시기 바라며, 앞길이 창창한 후배 정치인들에게 형의 길을 강요하지 않길 바랍니다.
각 언론사가 형의 탈당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종 여론조사 분석기사를 늘어놓지만 독자들의 흥미를 억지로 부추길 따름이고, 형이 시베리아 벌판에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오.
학규형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