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주최 토론회 발제자, 때 아닌 인터넷 자율규제 활성화 주장
(뉴스파인더)최근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임태훈 선수와의 스캔들로 목숨을 끊은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문제로 인터넷과 SNS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인터넷 자율규제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송 씨를 자살로 내몬 이유 중 하나로 인터넷 악성 댓글과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트위터 등의 SNS가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정두언 한나라당의 의원의 주최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권리침해의 충돌,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였다.
이날 주제 발제를 맡은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사업자가 자율규제조치를 하면 법적 책임이 면책된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교수는 “이러한 면책조항이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콘텐츠의 ‘유통’에서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통제’에서 비롯되는 법적 부담으로 인해 어떤 사업자도 자율규제를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콘텐츠 규제에 있어 법적·공적 규제시스템과 자율규제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자율규제와 정부규제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전보다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주로 포털이 시행하고 있는 임시조치제도의 명예훼손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정보게시자의 이의제기절차 및 재게시요청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리침해 여부 판단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아닌 제3의 독립적인 공적 심의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지선 사태, 트래픽에만 관심 있는 포털도 책임
토론자들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의 최소화에는 공감하면서도 포털들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내세우면서 ‘인터넷 사업자’라는 사물의 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문 교수는 “인터넷 사업자가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인지 이익추구자인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용에는 관심 없고 트래픽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스스로 언론사임을 부정하면서 전통적인 언론사와 달리 표현촉진에만 관심을 갖고, 표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해악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도 모 연예일간지가 2주일 간 보도한 송지선 사건’ 관련 기사들을 언급하면서 “포털사는 본의와 관계없이 간접적인 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 위원장은 “미디어다음 야구토론 게시판에 송지선과 임태훈과의 적나라한 장면을 묘사한 네티즌의 게시글이 최다추천 베스트와 최다 댓글 베스트에 올라가 있었다”며 “당사자인 송 씨의 부인에 게시글이 삭제됐음에도 포털사의 게시판을 통해 무한대로 유통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시글 자체가 수천, 수만 건에 이르는 이런 상황에서는 포털사와 같은 사이트 운영자나 정부의 공적기관이 개입을 했어야 했다”면서 “이미 ‘자살’이 언급됐던 상황이라면, 포털사에서 송지선 관련 인기 검색어를 차단하고 모든 관련 기사 댓글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변 위원장은 발제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가했다.
변 위원장은 “각종 민사소송 등을 통해 임시차단에 대한 포털사의 법적 책임이 없게 된 상황”이라며 “임시차단 게시글 작성자가 차단 해제 요청을 하면, 곧바로 이를 재게시해 포털에 법적 책임을 면책해주겠다는 논의가 포털의 자율규제 활성화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되물었다.
이어 “자율정화는 사이트 운영자의 판단 하에 스스로 자율규제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지, 사이트 운영자의 판단 책임을 무마시키는 방식은 자율규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병선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본부장을 대신해 참석한 정혜승 대외협력팀장은 저희는 사용자 사랑으로 먹고 산다”며 “많이 걸러내고 있고, 우리도 자신을 언론으로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 팀장은 “포털이 모니터링을 한다고 해서 검열할 순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하루에 300만 건의 게시물 올라온다. ‘송지선 사건’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인데 단순히 악플만 가지고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인터넷의 역기능이라고 말하기 힘든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주최자 정두언 “한나라, 아직도 오프라인에만 비중 둬”
▲주최자인 정두언 의원이 발제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남경필, 오른쪽은 김소남 의원. ⓒ윤영섭 기자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정 의원은 인사말에서 “세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한나라당은 아직도 오프라인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의 오프라인에 치중해 의정활동도 하고 지역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주당과 민노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런 점은 굉장한 우리의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와 표현 때문에 피해를 입는 권리, 그 양자 간의 충돌문제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현행법은 변화무쌍한 온라인 세계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맞게 법제를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회 주최 배경을 밝혔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송지선 아나운서의 사례를 간접적으로 언급, “최근 인터넷이 사람을 잡는 경우가 있다”며 “한번 인터넷에 올랐다 하면, 목숨을 희생하기 전까지는 탈출할 수 없는 정도로 몰려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황 원내대표는 “정치인이야 워낙 욕먹는데 익숙하지만 예민한 사춘기 학생이나, 명성에 자기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연예인들이 그렇다”며 현 세태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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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선 자살 논란 와중에…포털에 면책권 부여하자?
